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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Nov 11. 2020

프리랜서의 삶,
"다행"은 "당연"이 되었다.

“휴-, 다행이다”     

때때로, 뭐가 다행인지도 모른 채로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을 반복했었다. 

다행인 이유보다 항상 말과 함께 나온 한숨이 더 무겁고 짙었던 것 같다.      


사실, 하고 싶었던 것은 한숨일 뿐이고, 

그저 그 한숨을 숨기기 위해 다행이란 말을 했었을 수도 있다.      


직장생활에서는 누구를 위한 삶을, 무엇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다른 팀, 혹은 대표, 클라이언트의 누군가가 만들어준 마감 기일들이 겹치고 겹쳐 만들어진 빠듯한 일정 때문에 나의 삶을 비추는 등불은 내 바로 앞만 비출 수 있었고, 고개를 숙이고 걷는 내 발치에 걸리는 돌부리들에 넘어지지 않게만 조심하면서 나의 길을 걸었던 것 같다.     


마음을 졸이며 일을 마감 기일에 맞춰서 완료하고,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유기체 안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오지 않도록 나를 깎고 깎아 단체를 움직이는 부품의 역할을 하며 보다 핵심적인 부품이 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음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다행히 일이 잘 진행되었다는 것에 대해 그 안의 모두가 안심했었다.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며 느꼈던 “다행”은, 어느새 “당연”이 되었다.     

책임을 지고, 마감을 맞추고, 좋은 완성도를 만드는 일들이, 딱 내가 노력한 만큼만, 내가 쏟은 시간만큼만 진행되었기에 다른 조직원의 누군가가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요행을 바라거나 운을 바라는 일들이 없어졌다. 시작에서부터 마침표를 나의 손으로 찍는 시간을 보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하게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이 되었고, 그로 인한 성과와 보상은 당연하게 받아야 하는 것이 되었다.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나를 위해서 시간을 사용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나의 시간이 나를 견인한다는 느낌이 하루, 한 달, 일 년의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옴을 느꼈다.     


지금은 시야를 조금 더 멀리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개를 조금 들어보니 보이는 풍경이 달랐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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