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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바꿈 Nov 22. 2024

주워들은 긍정 이야기 각색

세상물정 몰라도 착하디 착한 나의 친구

고등학교 친구들과 송년모임이 있던 날이다. 이번에는 6명 모두 모이기를 바랐다. 이미 도착해서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들 곁에 내가 한자리 차지하고 보니 다섯 이 됐다. 딱 그 녀석만 도착하면 3년 만에 다 모인 자리가 된다며 모두 흥이 올랐다.  '퇴근이 늦었다'라고 톡을 보낸 녀석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한 손에 포장된 장미꽃송이를 들고 오는 녀석이 보였다. 


" 뭐야? 우리끼리 만나는데 장미꽃은 왜 들고 오는 거야?"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의문을 품고 녀석을 바라봤다.


" 어, 오는 길에 어떤 할머니가 장미를 팔고 있더라고 손녀딸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날씨는 춥고 마침 오늘 너희들하고 끝까지 가야 하니까 집에 갈 때 이거 하나씩 들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샀어" 


착하디 착한 녀석에게 술집 근처에 사는 친구가 세상 물정 모른다며 나무랐다.

"아이고 이놈아 그 할머니 손녀딸 없어 장미꽃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그런 수법으로 더 비싸게 파는 할머니야" 


그 말을 듣고 분노에 찬 친구들이 덩달아 원성을 높였다.

" 그래 이 OO아 얼른 가서 환불해달고 해"

" 그 할미 완전 사기꾼 아냐?"

" 와, 팔아먹을 게 없어서 손녀딸을 팔아먹어 아예 신고해 버려!"


잠자코 우리말을 듣고 있던 녀석이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진짜야?"

"그 할머니에게 수술해야 하는 손녀딸이 없는 거야?"

"와! 다행이다. 친구야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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