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 몰라도 착하디 착한 나의 친구
고등학교 친구들과 송년모임이 있던 날이다. 이번에는 6명 모두 모이기를 바랐다. 이미 도착해서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들 곁에 내가 한자리 차지하고 보니 다섯 이 됐다. 딱 그 녀석만 도착하면 3년 만에 다 모인 자리가 된다며 모두 흥이 올랐다. '퇴근이 늦었다'라고 톡을 보낸 녀석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한 손에 포장된 장미꽃송이를 들고 오는 녀석이 보였다.
" 뭐야? 우리끼리 만나는데 장미꽃은 왜 들고 오는 거야?"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의문을 품고 녀석을 바라봤다.
" 어, 오는 길에 어떤 할머니가 장미를 팔고 있더라고 손녀딸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날씨는 춥고 마침 오늘 너희들하고 끝까지 가야 하니까 집에 갈 때 이거 하나씩 들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샀어"
착하디 착한 녀석에게 술집 근처에 사는 친구가 세상 물정 모른다며 나무랐다.
"아이고 이놈아 그 할머니 손녀딸 없어 장미꽃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그런 수법으로 더 비싸게 파는 할머니야"
그 말을 듣고 분노에 찬 친구들이 덩달아 원성을 높였다.
" 그래 이 OO아 얼른 가서 환불해달고 해"
" 그 할미 완전 사기꾼 아냐?"
" 와, 팔아먹을 게 없어서 손녀딸을 팔아먹어 아예 신고해 버려!"
잠자코 우리말을 듣고 있던 녀석이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진짜야?"
"그 할머니에게 수술해야 하는 손녀딸이 없는 거야?"
"와! 다행이다. 친구야 한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