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전자레인지), 보송하게(세탁기)

3분 열정, 3번 긍정

by 배바꿈

[Part 1. 3분 열정 : 전자레인지]

3분도 길다. 2분 30초면 충분하다. 나는 이 집에서 '열정'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다. 내 심장은 2.45 GHz의 초단파로 요동치고, 회전판은 1초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차갑게 식어빠진 편의점 도시락의 심폐를 소생시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한 끼'로 부활시키는 기적. 그것이 나의 숭고한 소명이다.


문제는 주인장이다. 도대체 예열이라는 게 없다. 버튼만 누르면 "위잉-" 100% 출력으로 내달리는 나와 달리, 저 인간은 소파에 누워 10시간째 절전 모드다. 삶의 온도가 미지근하다.


[조리 시작: 3분 설정]

오늘 메뉴는 냉동볶음밥. 딱딱하게 굳은 밥알을 내 뱃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즉시 물 분자를 진동시키고, 엔트로피를 급상승시켜 밥알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일어나, 움직이라고 나처럼 뜨겁게 살아보란 말이야"

온몸으로 윙윙거리며 절규하건만, 이자는 멍하니 돌아가는 내 회전판을 초점 없는 눈으로 응시할 뿐이다.


띵-!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임무를 완수했다.

"더운밥 만들어 줬으니, 이제 이력서라도 써봐라"

기대는 빗나갔다. 놈은 밥을 챙겨 다시 소파로 기어 들어간다. 복장이 터진다. 차라리 내 초단파로 뇌세포를 데워줄걸.

"야, 냉장고! 너 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저렇게 꽁꽁 얼어붙어 있어?"


[Part 2. 3번 헹굼 : 세탁기]

"어우, 레인지 형님. 진정하세요. 형님이 너무 뜨거운 겁니다. 쟤 지금 번아웃 온 거예요."


나는 다용도실 구석에 자리 잡은 세탁기, 헹굼 전문가다. 형님이 놈의 현재(끼니)를 책임진다면, 나는 그의 과거(빨래)를 처리한다. 내 주특기도 형님과 같은 '돌리기'다. 그의 지저분한 흔적을 물살에 태워 씻겨 보낸다.


그나저나 요즘 그가 벗어놓는 껍질에서는 쩐내가 난다. 무릎 나온 회색 트레이닝복.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엉덩이, 김치 국물 자국이 훈장처럼 박혀있는 가슴팍. 냄새는 또 어떤가. 이것은 단순한 땀 냄새가 아니다. 이건 '불안'의 악취다. 눅눅하고 시큼한, 며칠 동안 씻지 않고 방구석에서 곰팡이처럼 피어오른 좌절의 냄새.


[표준 세탁: 헹굼 3회, 탈수 강]

나는 놈의 널브러진 자존감을 내 통에 담고 맹렬히 회전한다. 철퍽, 철퍽, 쏴아아-


'괜찮아, 괜찮아. 국물 자국 좀 묻으면 어때. 지우면 그만이지.'

'면접 좀 떨어지면 어때.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지.'


원심력을 이용해 놈의 영혼에 달라붙은 우울까지 쫙 쫙 짜낸다. 가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영수증이나 로또 용지가 나와 내 배수구를 막기도 하지만, 묵묵히 뱉어낸다.


마지막 탈수 시간. 나는 덜덜거리며 춤을 춘다. 내 몸이 흔들릴수록 그의 옷은 가벼워진다. 축축하게 젖어 무거웠던 그의 하루가, 내 춤사위 끝에 보송보송해지기를 바라며.


"야, 세탁기! 쟤 트레이닝복 끈 좀 잘 묶어서 빨아라. 지난번에 끈이 꼬여서 그거 푸느라 30분이나 끙끙대더라."

"형님, 그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꼬이면 푸는 맛도 있어야죠. 형님처럼 3분 만에 뚝딱 해결되는 게 어디 있나요."


오늘도 그는 내가 돌려준 따뜻한 밥을 먹고, 건조대에서 걷은 향긋한 옷을 입는다. 비록 밖으로 나가는 문은 여전히 닫혀 있지만, 적어도 그의 배는 따뜻하고 등은 뽀송하다.

내가 "띵~" 하고 재촉하고, 세탁기가 "우웅~" 하며 달래는 사이. 남자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가 다시 밖으로 나가 뜨겁게 달리고, 땀 흘린 옷을 벗어던질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맹렬히, 그리고 기꺼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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