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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Oct 02. 2017

인테리어 분야 롱런 사장님 관찰기

나름의 비결

롱런 파트너


나의 인테리어 사업은 숏런(short run)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롱런(long run) 사장님들이었다.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 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이 아주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고 해도 말이다. 


오늘 글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인테리어 분야의 롱런 사장님 두 분에 대한 관찰기를 쓰고자 한다. 이들의 비즈니스 롱런 비결은 같은 분야의 사업가인 내게 좋은 벤치마킹 포인트가 되어주었고, 장차 인테리어 디자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뢰할만한 업체를 고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본 롱런의 비결


성공의 기준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간적&경제적 구속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을 때, 두 분 중 한 분은 성공이라는 것을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뭣한 상태이다. 두 분 다 20년 훌쩍 넘게 인테리어 분야의 일을 하고 있건만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마인드셋의 차이인 듯하다. 큰 욕심 없이 정직하고 긍정적인 것은 공통적이지만, 한분은 다소 방어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적극적인 태도로 자신감 있게 비즈니스를 펼치며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기 조금 뭣한 분 역시 자신만의 비즈니스 롱런 비결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일을 맡겼던 고객은 그를 다시 찾으며, 기존 고객들의 추천으로 꾸준히 고객의 수가 늘고 있다. 이 분은 현장소장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내가 본 그의 가장 큰 비즈니스 롱런 비결은 (능력과 정직성 등은 기본으로 하고) ‘고객 앞에서 말이 극도로 없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 분이 타고나기를 말수가 없는 분인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은 말수가 적은 성향인 것은 맞지만 고객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더욱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파트너로서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몇 년에 걸쳐 지켜본 결과 이것이 그에게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뢰인은 평소 소소한 것을 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큰돈을 인테리어 디자인 공사에 지출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사기간 동안 일시적이나마 매우 민감한 성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는 진행상황을 친절하게 알려주겠다는 의도로 의뢰인에게 설명하지만, 의뢰인은 별 것 아닌 작은 이슈에도 과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한다.  


만약 네덜란드와 같이 충분한 공사 기간이 확보되고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배워 이를 실천했겠지만, 주어진 공사 기간도 짧은 데다가 커뮤니케이션 요령을 체계적으로 배워보지 않은 이 분이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공사가 시작된 후에는 ‘되도록 말을 아낄 것'.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혀 물어보는 의뢰인에게 의뢰인은 정확히 이해 못 할(또는 이해시킬 수는 있으나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구체적인 답을 제공함으로써 일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공연히 소모적인 분란만 일으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의뢰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경험해보니 친절한 설명이 되려 쌍방 모두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걱정이 많은 의뢰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은 단 하나였다. ‘잘 되어가고 있다’는 것. 


현장소장님은 의뢰인과 반드시 논의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 외에는 말을 아낌으로써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일을 주어진 기간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고객의 만족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분을 지켜보니 말이 지나치게 없는 것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좋은 면이 더 많았다. 


어느 분야이든 총책임자의 입은 무거운 편이 가벼운 편보다 낫다.



다른 한 분은 커튼 블라인드 업체의 사장이다. 내가 관찰한 이 분의 비즈니스 롱런 비결 두 가지이다.


첫째, 그의 우선순위 고객은 항상 기존 고객이다. 


기존 고객의 사후 서비스를 해달라는 요청과 새로운 고객의 설치 요청이 동시에 들어오면, 이 분은 기존 고객에게 먼저 달려간다. 수입을 기준으로 보면 새로운 고객의 커튼 블라인드 설치가 돈 안 되는 사후 서비스보다 이득이지만, 이 분은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으로 선택한다. 


이 분은 기존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며 느리지만 탄탄하게 사업을 키워오는 길을 택했고, 이것이 20년 이상 쌓이자 고객 네트워크의 힘이 꽤 강해졌다.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아 접촉해온 새로운 고객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갖고 연락을 해온 것이기에 이 분이 자신감 있게 비즈니스를 펼치기에도 수월한 장점도 있었다.


둘째, 그의 우선순위는 고객의 진정한 만족이다. 이를 기준으로 자신감 있게 세일즈 한다.


커튼 블라인드 설치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기에 치수를 재기 위해 현장을 방문할 때는 인테리어 공사 등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기존 고객이 아닌 새로운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커튼 블라인드 업체 사장은 의뢰인의 안목과 소비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이분은 반드시 본인이 치수를 재러 간다.) 


이 분은 좋은 상품의 가치를 알아볼 줄 아는 동시에 구매력까지 갖춘 고객들을 만나면 원래 의도했던 예산을 넘어서더라도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적극 판매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런 고객은 ‘좋은 가치를 누리 것’에서 진정한 만족감을 얻지 ‘예산에 맞추었다는 안도감’에서 만족감을 얻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신에 대한 신뢰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감 있는 태도로 고급 제품을 권한다.  


명성을 쌓아온 브랜드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한 번 높아진 눈은 낮아지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 케이스는 이렇다. 기존 고객의 지인인 중년 부부가 자신들이 살 단독주택을 서울 모처에 건축하였고, 블라인드 예산으로 약 500만 원을 책정해두었다. (커튼 블라인드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적은 비용을 할당해놓는 편이다.) 부부는 둘 다 전문직에서 일하는 사람들로서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었고, 새로 지은 집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완공해둔 터였다. 이들의 최종 선택은 원래의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3,000만 원 상당의 고급 블라인드 제품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부부가 설치한 후 블라인드의 디자인과 사용 경험에 매우 흡족해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원래의 예산에 맞는(커튼 블라인드에 대한 어떤 기준 없이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대충 설정해놓은 예산) 제품을 설치했었다면 공들여 건축해놓은 집과 어울리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졌을 것이며, 그 결과 주변에 추천을 한다거나 다시 일을 맡길 가능성이 낮아졌을 것이다. 


이 분의 이러한 안목과 자신감은 동일한 롱런 사장이지만 다른 한 분에 비해 더 시간적&경제적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풍요를 일구어 주었다. 이 분이 고객과 만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내면에서 우러나는 편안한 자신감으로 고객의 마음을 설득하는 것이 느낄 수 있다. 양심을 바탕으로 정직하게 일하면서도 자신의 행복과 의뢰인의 행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멋진 롤모델이다.    



신뢰,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가치


나는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각 분야마다 사람들의 성향(그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든 일을 하면서 후천척으로 만들어진 것이든)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인테리어 분야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다. 이 중에서도 내가 눈여겨본 것은 리더의 특징이다. 작은 사업체라고 하더라도 그곳의 리더인 사장이 갖고 있는 관점과 태도는 직원들의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위에 설명한 두 분 모두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스스로와의&고객과의 신뢰'의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여서 오랜 기간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사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 그것이 성공의 첫 번째 비밀이다." - 미국의 사상가 겸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


인테리어 디자인은 개인 돈으로 큰 비용을 지출하기에 의뢰인들은 업체 선정 시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척 애쓰는 편이다. 그래서 지인의 추천이나 언론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었는지를 중요시한다. 다른 말로 하면 ‘신뢰’할 수 있는 곳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언급한 두 분은 언론 홍보는커녕 자신의 홍보에조차 열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저 한 명의 고객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오는 노력을 20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언론홍보를 통해 잠시 반짝거리는 사람들보다 이러한 사람들이 더 신뢰가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빛이 나는 사람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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