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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Jul 20. 2019

버스보다 트램(Tram)이 좋은 이유 몇 가지

트램이 경제적&감성적으로 미치는 긍정적 영향 분석

이전 글에서 소개한 '여성을 유혹하는 바람둥이집' 앞으로 트램이 개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와 독일에 거주하며 트램을 애용한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상당히 설레는 계획이다. 다른 자료를 찾던 중 버스와 달리 트램이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그 글에 대한 정리와 함께 나의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는 글을 작성한다.

 

이 집 앞에는 공항버스는 물론 곳곳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들과 일반버스들이 서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 버스 정류장이 지하철역보다 더 편리하다는 다른 소유자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공동현관으로부터 도보 5분이 안 되는 거리, 지하로 진출입을 할 필요가 없음, 서울 중심부 주요 지역으로 향하며 한 번에 데려다주는 버스들 (지하철이라면 환승이 필요했을 수 있음), 적정한 배차 간격, 마지막으로 종점과 가깝기에 출근 시 100%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점 - 나도 수긍이 갔다. 확실히 이런 면에서 지하철보다 편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한 버스 정류장(node)을 집 앞에 두었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들어본 적은 없다.



독일의 트램과 트램 라인 (직접 찍은 사진)


인간은 다섯 개의 기본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존을 많이 하는 것이 '시각(sight)'으로 우리가 감지하는 것들의 80% 이상이 시각을 통해 들어온다. 트램은 트램 라인 위에서 달린다. 트램 라인은 눈에 보이는 연속된 선이며, 한번 개설된 이상 이 라인을 없애거나 방향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즉,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트램의 불변성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확신감과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버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라인 변경의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점일 수 있지만, 부동산(주거, 상업시설)의 경우에는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 계획 혹은 개발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하철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력에 기반한 결과를 근거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현실에서 눈으로 보고 안심을 한 뒤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트램 라인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후(건설 중이든, 준공 후든)에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고, 그리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참조: So are trams really better than buses? (CityMetric/2016.12.01)




경제적인 영향 외에도 트램이 미치는 감성적 영향도 상당하다. 지하철과 버스에 대해서는 인류 공통의 감성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트램은 존재한다. 만약 당신이 관광객이고 유럽의 한 도시에서 A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지하철, 버스, 트램의 소요시간이 비슷하다고 하면, 아마도 당신은 트램을 선택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유는?


트램은 지상으로 움직이고, 외곽이 아닌 사람들과 편의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심 안을 누비고, 승차자가 여유롭게 외부 풍경을 즐길 만큼의&보행자가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스피드로 달리기에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구석이 있다. 이로 인해 트램은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객차 안과 밖의 사람들 간 혹은 사람과 풍경들 간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감성을 제공한다. 아울러 역사적으로도 산업화의 가장 초기에 등장한 대중교통 수단이었기에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


아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트램이 달리는 1908년도 거리의 풍경은 트램이 내재한 '교류'와 '향수'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하단 Youtube 링크 클릭 시 동영상으로 연결).


1908년도 바르셀로나의 트램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1eJKkh0oGI)



우리나라에도 트램이 있었다. '경성전차'로 불렸던 서울의 트램은 1899년부터 1968년까지 약 70여 년간 운행을 했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들 세대는 이 트램을 타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해당 전차의 특성과 당시 사람들은 반응은 다음과 같다. (*출처: 위키백과): 전차는 40인승 차량 8대와 황실전용 귀빈차 1대로 구성/ 차량이 개방형이어서 추위와 비바람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고 의자 역시 나무의자로 불편했으나, 빠르고 편리했다 / 성내 주민들 역시도 매우 반응이 좋아서 개통 당일 운행에 지장이 발생. 특히, 생업을 잊고 전차만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방에서 전차를 타기 위해 상경하는 사람도 많아 파산자가 속출했다 / 특별히 정차장을 설정하지 않고 승객이 요구하면 차를 세우고 여객을 취급했다.


우리나라에 트램이 운행되기 시작하면, 예전 경성전차 때만큼의 반응은 아닐지라도 호기심 혹은 감성적인 이유로 타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시도였지만, 어른인 나도 그 감성을 느끼고 싶어 호기심에 부풀어 기다렸다 탔던 기억이 난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서울시 타요 버스'. :) - 그래, 감성은 논리적인 설명을 뛰어넘는 결과를 촉발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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