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가방, 깁스, 그리고 노력

절망의 키워드들 앞에서 희망하려는 생각

by 라그리마스

현관문 앞 복도에 쭈구려진 아이의 축구가방

언제 저 가방을 다시 매고 씩씩하게 '엄마 다녀올께' 하며 엘레베이터를 타게 될까?

주인의 등을 기다리다 지친듯 쭈구려진 가방을 보니 다시 한번 울컥 쓴 물이 올라온다.


아이야 힘들지 않아?

세달전 훈련 중에 왼쪽 삼각근 인대 파열로 한달 통깁, 한달 재활 훈련후 경기 복귀한지 한달남짓 되지 않았는데,

경기 중에 공격 골을 수비하다가 오른쪽 정강이가 밟히며 발목이 꺾이고 오른쪽 전거비인대가 파열되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경기 하나가 절박한데, 겨우 3경기 만에 다시 부상을 당한 아이는

퉁퉁부어오른 자기 발목을 보며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펑펑 울어댔다. '엄마 나 이제 축구 못하면 어떻게 해?' 아이는 아픈 것보다, 후회보다, 자기가 사랑하는 축구를 떠나와야 할까봐 그게 더 슬펐고 걱정이었다.


한번 치료와 재활을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해 낼 수 있을거야. 엄마보다 넓어진 아이의 등을 쓸어내리며 위로했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절망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친 장면을 다시 보며 처음엔 정강이를 밟아버린 상대공격수에 대한 분노,

그렇게 공격받으면서도 비겁하지 않으려고 어깨로 쳐버리지 않은 우리 순한 아이의 성격에 대한 분노,

수비를 혼자 막아내게 한 팀 수장의 전략에 대한 분노가 돌아나와 결국은....

자기 몸은 다치더라도 다른 사람 몸을 다치게 할 수 없게 자라게 한 엄마, 나에 대한 분노로 귀결되었다.


얼음찜질을 아무리해도 붓기가 가라앉지 않더니

재활선생님의 저주파 치료, 한의원에서 사혈-침을 맞고 나니, 아니 시간이 그 정도 지나서인지

붓기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아인 여전히 부은 발에 반깁스를 차고 목발을 짚고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수행평가와 진도를 확인하러 학교에 등교한다.

'학교 가야 돼. 기말고사가 얼마 안 남았어.' 라며 힘겹게 한쪽발로 깽깽, 목발로 쿡쿡 지구를 누르며 전진하는 아이의 등을 보며.... 물기가 맺힌 마음으로... 그래 네가 사랑하는 그 마음이 너의 그 아픔을 후회를 견뎌낼 수 있게 하는구나. 하며 송송 올라온 물기를 닦아버린다. 절망이 우리 아이의 그 사랑하는 마음을 굳혀버릴 수 없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아이의 단단한 영혼과 몸을 만들어 주리라 생각하면서.


내가 전진하기 위해 누구든 밀어내고 다치게 하고, 상처를 입히는게 세상의 방식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잘 알려주지 않았다. 누군가를 밟거나, 피해야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를 상처 입히면, 언젠가 나도 상처입게 될 것이라고. 세상은 둥글고 둥근만큼 사람들의 삶도 그렇게 둥글게 돌아간다고. 그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해 왔다. 그랬더니 우리 아이가 펑펑 울고, 우리 아이가 다쳐서 돌아온다. 아이야 힘들지 않아? 물었더니, '나보다 엄마가 더 힘들지... 근데 난 이 기회에 엄마랑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아' 란다. 아이의 마음 속엔 후회, 분노보단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엄마 미안해...' 한다.


진학과 계약, 프로, 축구선수 이런 과정에서의 절망앞에

아이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희망하려는 생각을 겪어내고 있다.


엄마 미안해... 뒤에 '내가 계속 포기하지 않을거야. 난 무엇이든 될 수 있어'가 숨겨져 있는 거 같아

그래 괜찮아 잘 될거야 라는 속수무책의 희망을 내뱉고는 꺼억꺼억 물기와 함께 올라오는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삼킨다. 네가 희망한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