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당신이 살렸습니다.
어떤 실력도 믿음도 없던 비루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당신이 말라가지 않도록 내 마음을 흘려보내는 일, 찬바람을 같이 맞고 햇빛을 같이 반가워하는 일.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나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군요.
아주 조그마한 장면들이, 시도들이 곧 나를 살렸습니다.
사무실 제자리 제 창가에는 레고로 만든 꽃이 있었습니다.
산신령 같은 내 친구와 어렵게 구한, 오랜 친구처럼 귀한 조화였습니다. 화려한 생화가 시든 후에 그 처참하고 초라한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것들을 뽑아서 어딘가에 내버려야 할 행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공간에 살아있는 것을 들이지 않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런 제가 꽃 화분들을 창가에 올려두고 햇빛을 맞추고 너무 더워질까 추워질까 노심초사하며 한참을 바라봅니다. 흙이 너무 마르면 곤란하고 그렇다고 너무 축축해진다면 그건 더욱 곤란합니다.
오늘은 분갈이를 해봅니다. 하이라이트는 화사하게 꽃을 피운, 꽃대를 올리고 꽃망울을 수줍게 보여주는 제라늄 친구입니다. 몸에 맞지 않은 흰 옷을 오랫동안 입혀서 뽑아내는데 뿌리가 끊어지는 듯한 우지끈 소리가 납니다. 인상이 찌푸려지고 애가 타지만 멈추면 안 됩니다. 기어코 화분을 거꾸로 들고 내리치고 살살 달래 가며 겨우 밖으로 끄집어냅니다. 어쩌면 나의 행위들로 그녀는 조금 시들지 모릅니다. 다시 자리 잡을 때까지 분명 힘들겠지요.
아마 분갈이를 괜히 하는 건가 의심도 들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결코 해야만 하는 일.
너어무 걱정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자리를 잡고 꽃망울을 보여줄 때까지 여전히 충실한 친구로 같이 자리할 겁니다. 여전히 물도 잘 줄 거고요, 비싼 알비료도 구입했답니다.
아 혹시 제가 얘기했던가요.
그럴 거라면 시작도 안 했어요.
한철만 바라볼 거라면,
한철만 기다릴 거라면.
https://youtu.be/ZzDm2vMHabE?si=aHSny2DhB5s0Q_f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