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의 죄책감에 대하여
우리 장인어른은 한 달에 10만 원의 핸드폰 사용료를 납부하고 계셨다. 그만큼의 콘텐츠 사용이 동반된다면 별반 이상하지 않겠지만, 할부금도 없고 사용량이 많지도 않은데 10만 원이라니. 세부내역을 보니까 화가 치밀었다. 최상급의 요금제와 함께 부가서비스 3만 원어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광고차단, 컴퓨터 원격 서비스 등등.. 어르신들이 웹서핑을 하시다가 무심코 '확인' '다음' '동의' 버튼을 몇 번 누르면 아주 쉽게 가입된다.
내 절친 K는 나에게 핀잔과 걱정을 함께 건넨다.(앞으로 수차례 등장할 녀석이라 K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왜 그렇게 네 주변 많은 것에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받고 마음 아파하냐고.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편했으면 좋겠고 안 아팠으면 좋겠고 바가지를 안 썼으면 좋겠고. 아마도 내가 원하는 것들이 그들에게 투영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생각과 행동들로 큰 상처를 받은 그들에 대한 나의 아주 작은 참회일까.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하면- 나는 미쳐버리는 것 같다.
나를 속이고 무시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마 괴롭힘을 당했던 중1 소년이 눈에 보여서일까.
확실히 내가 고쳐야 하는 점 중에 하나는, 내 권리가 침해된다고 느꼈을 때+내 우울감과 절망감이 몰려오는 날이라는 특이점이 겹치면 눈이 돌아가는 것이다.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가고 이성을 잃는다. 심각한 분노조절장애 환자처럼.
내가 아무리 화가 나고 내 권리가 침해된다고 '느껴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화를 내며 겁박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 내 악몽이 그 들의 악몽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이제 나와 아내, 부모님과 내 동생, 장인어른 6인의 핸드폰 요금의 총액은 51,700원이다. 그리고 모두 전혀 불편함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마 이 글, 메이저 통신사 관계자가 본다면 정말 싫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