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01화

20250627

일상의 단편

by 밤호랑이

난 인천공항이 있는 섬에 산다. 바다와 푸른 공원과 예쁜 카페 그리고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있는 곳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병원 인프라인데, 인구 십삼만 명의 도시에 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거다.




여긴 피부과> 정신과> 소아과 순으로 붐빈다. 아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피부과나 정신과나 예약을 하지 않으면 두 시간 대기를 해야 할 수 있고, 소아과는 접수 마감되면 아예 진료조차 볼 수가 없다. 피부과는 수없이 많지만 피부질환 진료는 안 하는 곳이 많고, 정신과는 이 도시에 두 곳, 소아과는 세 곳이 있는데 이 도시에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유치원은 3 지망까지 써도 대기하기 일쑤이며, 초등학교는 계속 건설 중이고 중학교를 가려면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이미 어엿한 도시인데도 어린 친구들이 많은 연유다.(아마 이곳 출산율은 '2'에 수렴하는 듯)

얼마 전 정신과를 찾았는데, 11시 50분에 예약을 했음에도 30분이 지나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앞선 환자의 상담이 길어지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해서 전체적으로 진료순서가 지연된다. 그리고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사람들은 예민하다. 이곳은 학생도 많고 격무에 시달리는 공항근로자가 많아서인지 모두들 시간을 쪼개거나 연차를 이용해서 찾는 .




우리는 12시 20분이 마지노선으로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바로 앞 순서의 여성이 범상치 않았다. 한복 드레스를 입은 외국인여성.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모습은 사실 내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보통 5분 내지 10분 안쪽으로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상담시간 20분을 소모하는 그녀에게 이미 내 마음은 도끼눈을 떴다. 그리고 쏟아지는 다양한 원망 추측 불만.


나는 그런 인간이다. 항상 선하고 배려 넘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만 앞섰지, 내 안의 고통이 최우선이고 다른 이의 아픔은 뒷전인 채로 단지 나의 타임테이블이 망가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여문 애송이다.

용기 없는 나는 이 글을 빌어 그 여성에게 깊이 사과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흩뿌리는 비와 함께 그의 아픔과 수심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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