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03화

내 친구 이야기 1

J와 K

by 밤호랑이

안개가 잔뜩 낀 차분한 아침에 내가 참 좋아하는 두 명의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싶다. 자랑스럽게 친구의 이름을 호명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양해해 주길 바란다.


J는 춘천에서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알게 된 친구이다. 종교 동아리에서였는데 내 눈에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어울리는 잘 웃는 친구였다. 그 당시 나는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년이라 웃고 있는 이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웃고 있는 친구들은 삶에 대한 큰 고민이 없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깊은 마음과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J가 군입대를 한 후였다. 신앙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말투로 담담히 말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아니 도와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서 마음이 더 그랬다. 난 항상 그렇다 -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면, 그리고 그를 도울 수 없다는 걸 생각할 때 마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 없다. 그리곤 내 몸짓이 아주 작은 일말의 위로 혹은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J는 단 한 번도 내게 '넌 왜 맨날 얼굴이 어둡냐, 뭐가 그리 힘들어서 그 모양이냐'라고 핀잔을 건넨 적이 없었다. 내 특이함과 돌발 행동을 보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한데.

지금도 어김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듬직하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상상이 간다.


K는 아마 내 글에서 자주 등장할 것 같다. 이 친구를 알게 된 지 30년 이 조금 넘었으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녀석이 아닐까.

내 아픈 부분과 약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K는 아마도 나를 '감성 변태 총 사령관' 쯤으로 소개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했던 지지부진한 짝사랑 이야기며, 우락부락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사춘기소녀 마냥 감성에 푹 빠져있는 내가 웃기기도 하고 또 답답할 것이다.

K와 나는 스무 살 중반이 되어서야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렸을 때도 신나게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더니 성인이 돼서도 역시 '다 같이 스타크래프트'와 술자리를 뺀 적 없는 그와 나는 접점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녀석이 철학과 낭만과 감정과 종교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 일이다.

스무 살 때부터 용돈을 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었던 것은 용기와 배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키릴문자를 전혀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블라디보스토크와 그랜드캐년행을 선택한 K를 , 우리 아버지는 정말 놀라워하시고 칭찬하셨다. 여전히 우리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카페를 다니며 인생에 대해 논할 것이다. 우리는 술찌니까..




내 친구 두 명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하며 인정이 두텁다.' = 순박한 이들이다.

아마도 나에게 없는 모습을 그 들이 갖고 있어서인지 내게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차은우 같은 조각 같은 외모와 소위 말하는'빵빵한' 직업을 가진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내 친구들이 좋은 동반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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