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by 밤호랑이

쓰레기처럼 살았다. 징역을 살고 나오지 않아도,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내 마음을 꺼내서 냄새를 맡아봤을 때 쓰레기 냄새가 난다면, 그건 그렇게 산 게 맞다. 아무리 천국에 있어도 내 마음이 지옥이면 그건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남들이 아무리 내 모습이 괜찮다고 넌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초라하면 그건 그것대로 더 비참하다. 비단 자기 비하가 아니라 아무리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과 좋은 환경에 있어도, 내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걸 발견했을 때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나질 않는다. 내가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나를 멀리하는 게 눈에 보일 때,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계속 그쪽으로 갈 때, 결국 일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앞에서 울 때.

어떤 값비싼 향수도 그 근원적인 냄새를 지울 수 없다. 결국 향은 날아가고 침대에서 눈을 감을 때는 혼자다. 어느 누구도 나와 완벽히 같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내 안목과 시각을 키워야 한다. 좋은 영양분과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으로 이끌듯이, 씨를 심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않는다. 햇빛과 물, 바람이 없다면 좋은 열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식물의 모종을 심을 때 심각한 실수를 한다면 식물이 성장하는 매 순간마다 신경이 쓰이고, 내가 했던 내가 당했던 장면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멋진 보라색꽃이 피어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고 깨끗지 않은 여운이 맴돈다.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딸이 유치원에서 심어왔다던 봉숭아 화분이 한 달째 싹도 나지 않았을 때 난 뽑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분이라도 건져서 다른 식물을 심는 게 낫겠다고. 아이 유치원 앱에 친구들의 성장한 봉숭아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그 생각은 강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싹을 띄우고, 미친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견디느라 그랬던 거라고. 영양분을 축적하고 기지개를 켤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한 것은 없다. 거의 죽었을 것이 확실한 흙 화분에 그냥 무심히 물을 준 것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건강한 화분틈에 두고 안 챙기기가 미안해서 무심히 물을 따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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