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출근기념으로 회사 이야기 잠깐 하고 싶다.
공항 밥 먹은 지는 12년 정도 되었고, 나는 무척 더운 나라의 인천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내 연봉으로만 두 아이를 키우고 또 대출금을 상환한다는 건 불가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모든 게 만족스럽다. 굉장히 쾌적한 사무실과, 스트레스가 0에 수렴하는 업무 환경. 좋은 동료들까지. 솔직히 low risk low return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아주 아쉽지만 ㅋㅋ
최근에 스타일 좋고 열의 있는 여성 직원이 들어왔다. 솔직히 남초직장이라 걱정이 앞섰는데 여군처럼 절도 있는 대답과 함께 씩씩하게 일을 잘한다. 우리 사무실은 일단 남성만 8명이고, 드라마 마냥 엣지 있는 사람들이 아닌 나처럼 웅취 나는 다소 거친 아재들이다.
사무실에 큰 화분이 세 개가 있다. 아무도 관리하고 있지 않는데도, 어떤 화분도 죽지 않았다. 심지어 커피메이커에서 나오는 원두 찌꺼기는 화분에 잔뜩 쌓여 있다. 단순히 쓰레기통에 버리기 곤란해서 화분에 붓는 것 같다..
-식물에 필수적인 질소, 칼륨, 미네랄 함유. 수분보유력과 통기성 증가.. 아무도 의도치 않았다.
그리고 가끔 커피머신에 남은 오래된 물이나 컵에 남은 음용수는 무조건 화분 행이다.
-타이밍이나 물의 양이나 시의적절하다..
아무튼 신입 여성직원은 실제로 여군 지원을 고려했었으며,
내가 너무 좀 억울한 건, 그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친절과 편의를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업무를 위해 램프로 나가면 옆사무실 직원이 차를 태워준다던지, 역시 타 회사 직원이 여직원의 출근여부를 궁금해한다던지, 제한적으로 지급되는 개인 물품을 본사에서 바구니로 담아 온다던지.
암튼... 난 쫌 그렇다 이 사무실에 8년째 근무 중인데..
내가 가끔 외국인으로 오해받는 건 짙은 인상과 어눌한 한국어 덕분이다. 난 영어도 잘하지 못하지만 한국어 발음도 어딘가 어색하다. 아마도 내가 사투리를 너무나 좋아하고 강원도에서 대학생활을 보내며 각지의 친구들과 어울린 탓이라고 추측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외국분이시냐는 얘기를 자주 들었고, 중앙아시아 쪽 항공사에서 근무했을 때는 손님들로부터 한국어를 아주 잘한다는 칭찬도 받았다.
얼마 전에는 본사에서 지점 감사를 위해 인도인 직원을 파견했는데, 항공기 근처에서 분주한 나를 보며 혹시 외국에서 두 분이 파견된 거냐고 동료에게 물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