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김치, 대한민국에서 김치라는 존재가 얼마나 막강한가 !
김치 없이 라면을 먹는 것보다 있는 게 맛나고 ! 김치가 있어야 제대로 된 상차림 같고 !
김치가 맛있는 음식점이 진짜 맛깔난 곳 아니던가 ?
나 또한 김치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 김치라는 것이 대단히 종류도 많고 집집마다 특색까지 겸비한 음식인지라 자신에게 맞는 김치를 찾는다면 아마 당신의 엄마 김치일 것이다. 우리엄마 김치를 조금 자랑하자면, 나의 구 남친부터 때마다 먹고 싶다 찾았으며, 내가 재수 시절 독서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엄마 김치를 몰래 맛본 이들은 아예 도둑질을 해갔던 것이다. 독서실 공용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려면 이름을 써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붙여진 이름을 봤음에도_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_ 불구하고 엄마가 해준 나의 김치를 계속 먹던 이들이 있었다. 심지어 절반이 훅 없어진적도 있었다. 이러한 행동이 상식은 아닌 것 같고 내가 먹는 음식에 말없이 젓가락을 갖다 댄 것이 기분 나쁘다고 엄마에게 짜증을 냈더니, 밥 먹을 때 김치를 곁들여 먹고 싶어 맛본 것이 좋아서 그러는 거라며 한통을 더 싸주셨다. 그리곤 메모지에 내 이름을 쓰고 공부하느라 힘든데 맛있게 먹으라고 적으라 시키셨다. 엄마 김치를 훔쳐먹던 일당들은 나에게 사과를 했고, 컵라면과 함께 맛본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이젠 내 이름의 김치통 이외에 다른 것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고 고백하였다. (그들은 끼니때마다 독서실 냉장고 김치를 조금씩 메뚜기 하며 먹던_ 소위 김치 도둑임이 맞았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과 김치를 받은 일당들은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해하며 엄마에게 존경을 표했었다.
그렇다.
우리 엄마 김치는 그러했다. 누구나 맛있게 먹으며, 깔끔한 김치! 어릴 적 할머니 김치는 싫어하고 엄마 김치만 찾던 나의 입맛 덕에 엄마는 김장철에는 굳이 내려가지 않아도 됐었다. 물론 아빠도 본인 엄마이자 나의 할머니 김치보다 자신의 아내_ 그러니까 나의 엄마 김치선호자였다.
집집마다 다른 양념과 숙성도. 다른 집에 가면 김치에 손을 잘 대지 않는 이도 많을 것이다. 맛있는 김치에 길들여진 나는 엄마 김치 또는 칼국수집 겉절이가 아니면 젓가락이 잘 가지 않더라. (칼국수집 김치들은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일까?) 나의 남편 또한 우리 엄마 김치에 반한 이 중에 한 명이다.
엄마의 김치 중 단연 1등을 뽑자면, 봄철에 해주시는 파김치이다. 자취할 때 밥은 잘 해먹지 않더라도 봄에 한 번씩 보내 주시는 파김치만은 꼭 받아 내던 나였다. 그저 그 맛있는 엄마의 파김치를 입에 털어 넣고 싶어 봄이 오는 것마저 좋았다. 연애시절 우리가 처음 맞이한 그 봄에 파김치를 맛본 당시의 나의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은 파김치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냐며 극찬하였고, 자신이 먹어 본 우리엄마 파김치에 관한 찬사를 본인의 집에 가서 했더랬다. 나는 남자친구가 맛있어하는 모습에 흐뭇했고, 엄마가 요리를 잘한다고 괜스레 내가 다 으쓱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맛있는 파김치를 두고 다른 시각의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현재의 나의 시어머니이다.
아들이 그렇게 칭찬하는 파김치를 구경 한번 해본적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주중에 어머님은 갑자기 파를 사서 김치를 담갔다고 한다. 그리곤 주말에 남자친구가 본가에 방문했을 때 그것을 대뜸 들이밀며 자신의 파김치를 맛보라고 했다더라. 너 여자친구 어미가 한 파김치가 맛나냐 - 이것이 맛나냐 - 어서 먹어보고 대답하라는 것이 그녀의 요구였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남자친구는 그러한 본인 엄마의 행동을 나에게 스스럼없이 고발했다. 나는 속으로 어머님이 질투가 있으시네_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아무리 그래도 수고스럽게 담근 시어머니의 파김치는 우리엄마의 것과는 전혀 레벨이 다를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남자 친구 또한 그 파김치가 맛있었다- 는 멘트는 전혀 없었으므로)
이 작은 파김치 사건이 나의 결혼 생활을 김치 왕국으로 만드는 시발점 되시겠다 !!
결혼한 지 오 개월 만에 우리 집 냉장고는 시모의 김치통으로 꽉 차 있었다. 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오이김치 등등.. 세상의 온갖 김치를 담가 날으신다. 정말 대단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단 한 번도 맛있어요 ~ 해주세요 ~ 라고 한 적은 없다. 김치가 떨어졌다고 언급한 적도 없다. 이유는 나는 우리엄마 김치에만 손이 가고 시가의 김치가 내 입맛에 맛지 않는 것이 우선이며, 무엇보다 시모의 김치가 단 한 번도 모자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몇 번은 남은 김치를 버렸다.
많은 며느리들이 시댁에서 주는 차고 넘치는 음식을 버리기 일수인 것을 그녀들은 아는가 ?
나는 시어머니가 해준 김치를 버리는 것에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들어 김치가 상하면 남편의 손으로 직접 버리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보기에 많아서 버리는 것이 아닌, 정말 먹을 수 없이 상하여 버려야 함을 한 명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행동한다고나 할까.
뭐 먹었냐? 뭐 먹고 사냐? 먹을 건 있냐?
삔또가 상한 며느리들은 이 질문이 "내 아들 밥 잘 먹이냐"로 들린다. 내 시모 또한 그러하다. 그러면서 먹을 것도 없을 텐데 ~ 라며 또 김치를 해놨다고 말하신다. 몇 번을 네네 ~ 하다가 한 번은 아직도 많은데 뭘 또 하셨냐 했더니_ 그걸 아직도 먹고 있냐고 되물으시며 맨날 밖에 나가 밥을 사 먹었노라고_ 혼자 단정 지어 말씀하신다. 시어머니가 혼자만의 결론을 내어 사실이 아닌 것을 무조건 그렇다고 못 박아 버릴 때는 설득해봤자인 것을_ 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젠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설명하기도 지쳤다.
결혼 전 약간의 기미가 보였던 시모의 질투는 왠지 모르게 나의 친정 음식과 대결 중이다. 친정에서 보낸 것을 만지는 손 모양새부터 다르다. 친정에서 챙겨주는 모든 것이 별로인 시어머니는 김치만큼은 자신의 것으로 우리의 냉장고를 채우고 싶어 하시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며느리 앞에서 친정엄마의 손길 하나마저 싫은 티를 내고 계시니 나 또한 시댁음식이 별로인 것을 티 내도 될까? 아마 이건 별개의 문제겠지_
신혼집에 초대는 언제 하냐고 노래 노래를 부르시기에 그렇다면, 제가 요리를 멋들러 지게 뚝딱 해 낼 자신이 없으니 시켜먹겠노라 초대했다. 메인은 배달했고, 밥은 해서 드렸다. 반찬도 있는 대로 내어드리고_ 여기서 덧붙이자면, 신혼집에 시부모님이 와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집 구할 때부터 따라나섰고, 지나가다 잠시, 남편 짐을 전하러 잠시, 그렇게 몇 번을 들락거리셨지만 내가 '초대'는 안 하였으니 그렇게 초대 ~ 초대를 노래 부르신 것이다.
시모는 그날 올라온 저녁상의 자신의 김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김치를 젓가락으로 이래저래 휘졌더니 이건 너희 친정김치냐며 싫고 싫은 내색을 다 - 하신다. 속이 상했다. 나는 출가외인이기에 친정김치는 먹으면 안 되는 것인지, 그런 표정으로 부정적으로 질문을 하셔야 하는지_ 그리고 그것이 진정 친정김치였다면, 그렇게 시어머니가 휘적휘적하는 모양새는 우리엄마 음식에 대한 예의는 과연 맞는 것 일지. 그날 오셔서 이미 나의 마음과 정신을 다 헤집어 놓은 상태였기에 나는 그 모습이 절대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았고 한마디 똑 부러지게 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어머님 거잖아요.
어머님 김치도 못 알아보세요 ?
내 나름의 발악이었다고 할까. 시모는 혼자 중얼거린다. 소리를 조금 높여하신다는 말씀이 이게 무슨 내 김치냐? 말이 되냐? 였다. 말이 안 될 만큼 시모가 준 김치는 언제나 빨리 맛이 간다. 그래도 엄마 김치를 꺼내놓으면 한소리 들을 것 같아 당신의 김치로 상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내 입맛에 맞지 않고 금세 맛이 간 본인의 김치를 맛있게 드시는지 확인도 하고 싶었기에_ 시모는 너희는 김치도 안 먹고 뭐 먹고 사냐? 음식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 라고 뒷말을 붙인다.
한국사람은 밥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밥 먹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 배고픈데 배곯아가며 먹지 않고 참을까. 허기짐을 설마 물배로 가득 채울까. 먹을 반찬이 없다고 한들 한상을 차려내지 못할까. 하다못해 먹을 것이 널린 배달의 민족인 우리가 이곳 대한민국에서 한 끼 밥상 구하지 못할까. 시어머니들은 그리 뭐 먹고 사는지가 주된 관심사 일까? 많은 이들이 시어머니의 밥타령에 질려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진심 궁금하여 이렇게 어머님께 묻고 싶은 이유는, 일찍부터 살림 포기 선언을 하시면서 자신의 아들 둘과 본인의 남편 식사는 잘 챙겨주시지 않았으면서 그렇게 밥타령을 하기 때문이다. 시모의 주방은 밥 먹으려는 자 - 직접 차려먹어라 라는 원칙이 있었다. 아들 둘은 회사와 약속 등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아버님은 주말 아침은 라면 / 점심은 해장국집으로 출근하신다. 평일 저녁은 보통 설렁탕집이었던가?
그렇게 방관하던 아들의 밥상이 결혼을 하고 나면서 최대의 관심사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알아서 먹던 아들이 쫄쫄 굶을까 걱정을 하시는 것인지_ 나를 감시하는 것인지_ 그야말로 시어머니 벼슬이 시작된 것인지_ 아님 모두 인 것일까?
결혼하고 봄이 되니 친정엄마는 파김치를 보내셨고, 그 말을 전해 들은 시어머니는 바로 또 김치를 담그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나는 더더욱 시모의 김치가 먹기 꺼려졌다. 안 그래도 시모의 김치가 내게 맞지 않았지만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니 뭔가 더 싫어졌다고 해야 하나_
음식을 잘하시는 분이 아닌데 왜 저렇게 사서 고생이신지 의문이다.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 배추김치를(다행히 파김치는 포기하신 듯) 시장에서 사서 절이고 달래고 대단한 일을 벌이시는지. 아파트에 거주하셔서 배추 절일 곳이 없으셨겠지만, 음식 만들 때만 사용하는 용도로 쓰이는 큰 붉은색 대야도 아닌, 화장실 욕조에 한바탕 들어있던, 그 전날 절여놓은 그 배추가 난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 욕조는 언제나 더러웠기 때문이다.
시가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간이 화장실이다. 나는 남의 공간을 존중하는 편이기에 시모가 안방을 숨기고 싶어 하셔서 그 공간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리하여 그 집에서 나에게 허용하는 곳은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이다. 글쎄, 안방 화장실(시어머니만 쓰신다는)은 깨끗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관 옆 화장실은 갈 때마다 변기에 찌든 물때가 즐비하며, 타일 자체가 청소 안한지 백만 년은 되어 보인다. 그리 오래된 아파트가 아님에도 집 자체를 가꾸지 않아 낡아버린 집이 시댁이다. 그중 화장실이 제일이어라. 그런데 그 욕조를 닦고 배추를 절여놨을지, 아닐지 모르겠다. 시어머니가 살림을 바짝 긴장하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방문할 때마다 치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거실의 상태에 청소는 뒷전이겠거니 하였고, 빨래는 시동생 혹은 시아버지가 당담하시며, 주방일은 배고픈 이가 밥을 해 먹으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살림 자체를 그리 잘 안 하신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김치만은 포기하지 못하시는 것 일까? 김치만 담그면 살림꾼이라고 느끼시는 걸까?
엄마의 김치는 익으면 붉은색을 띠는데 시모의 김치는 어두운 색을 띠고 빨리 쉰다. 나는 단 한 번도 시모의 김치를 그저 김치로만 먹은 적이 없다. 찌개나 부침으로 해 먹을 뿐_ 그렇게 금방 쉬어버려 김치의 용도가 다 하지도 못하고, 맛을 잃어버리고, 곰팡이까지 금세 올라오는 것이 시모의 김치이다. 그리하여 버리기 일수이다. 양도 많아 그러하겠다. 그런 김치를 가져올 때면 맘이 너무 무겁다.
또 어떻게 버리나 싶을 때도 있다. 이번에 들여온 총각김치는 색깔이 좋아 먹어볼까 하고 시도했으나 맹맛이었고, 싸하기 까지 했다. 남편은 김치를 맛본 뒤 이게 무슨 맛이지? 라고 되물었고, 이걸 어쩌지,, 라며 식사를 마쳤다. 그런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김치는 너무 맛이 없다고_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리 사실이라고 할지언정 기분 나빠할 것이 뻔하여, 그런 말을 하는 남편과 시모의 김치를 앞에두고 나는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사실 남편도 알고 있다. 내가 시가의 김치 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_ 주말에 밥상 차리는 것을 도와줄 때면 남편은 친정김치를 꼭 내쪽으로, 시가의 김치는 나에게서 멀리 놓아준다. 냉장고에 한가득 있는 시모의 김치를 한입도 베어물지 않을지언정 꺼내지 않을 순 없어 식탁에 구지 내여놓으면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시모의 김치를 비난하지 않고 참아 가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를 말없이 받아오고 있었다. 김치를 매번 몇 통씩 담아주시는 본인의 엄마에게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장 반찬집의 갓김치를 사달라고 말한다. 내가 볼 때 남편 또한 시모의 김치보다 사다 먹는 갓김치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총각김치를 한입 베어 물었던 남편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 맛에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을 터_ 버려야 되는 양이 많았으나 얼마 전 오이소박이 역시 바로 상한 맛을 내뿜어 남편이 직접 갖다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총각김치는 이제 막 들어온 새로운 김치이니 "어찌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 것이다.
시어머니는 김치를 담그는 걸 손수 보여주시며 " 며늘희 너는 김치에 미원 넣니? " 라고 물으신다.
미원_ 오랜만에 들어보는 조미료 브랜드.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 비닐 속 미원 말씀하시는 건가? 나는 당당히 미원을 언제 봤는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시모는 나의 대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기필코 넣겠다는 의사셨다. 미원을 정말 한 포대 때려 넣으셨다. 순간 저렇게 큰 용량의 미원도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새삼 놀라고 있던 나였다. 그 미원을 담은 배추김치를 큰 통에 받아오면서 나는 한숨만 나왔다. 미원이 당황스러웠던 이유는 시어머니는 음식에 조미료를 절대 안 넣는다고 자부하시며, 조미료를 넣지 않아야 건강한 음식이라고 그렇게 주야장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맛소금도 아닌 미원 자체를 그렇게 많이 부어대시니 내가 어찌 그 모습이 좋아 보였겠는가? 미원 때문에 김치 색이 빨리 짙어지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주셨던 김치를 다 처리하고 몇 달 만에 김치통을 씻어 시댁에 가져갔더니 "너 이거 버렸니?"라고 대뜸 소리를 치신다. 조금 남은 거 작은데 옮기고 가져왔노라 대답해드렸더니_ 그때 그 배추김치를 담글 때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맛이 없더란다. 좀 이상하지 않더냐 라고 물으시며 또 한 번 "버렸니?" "먹었니?" 라고 차례로 물으신다. 나는 거짓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못되어 당신 아들이 많이 먹었다고 대충 대답했다. (나는 많이 안 먹었으므로)
버렸냐고 대뜸 물으실 때 시어머니 본인도 알지 않을까 ?
그 양이 많았다는 것과, 두고두고 먹을 맛이 아니었다는 것.
나름 몇 개월이 지나 돌려드린 김치통임에도 그것을 보자마자 맛있게 먹었니? 가 먼저가 아닌_ 버렸니? 라고 질의하신 것을 보면, 나는 시어머니도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모의 김치 타령은 계속된다.
김치 있니?
뭐 먹고 사니?
김치냉장고에 김치는 그득인데 먹을 것이 없는 느낌을 아시는가. 시모가 그놈의 김치 타령을 할 때마다 시아버지는 애들 둘이서 김치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그러냐고 핀잔을 주신다. 그런 말이 시어머니에게 소용 있을 리 없다. 그나마 아버님이 두 명의 식구가 먹기엔 버거운 김치의 양을 보내시는 어머님께 몇 마디 하시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