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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연락

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by 며늘희

03. 잦은 연락



이제 막 시어머니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 젊은 여자들에게 당신의 전화가 얼마나 심장을 야단스럽게 뛰게 하는지 아시는가 ? 시어머니의 잦은 연락이_ 불쑥불쑥 때아닌 전화가_ 주말마다 찾아오라는 방문 요청보다 더 두려운 이유는 내 옆에 남편이 함께 하지 않아서 일 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의 반려자는 시모의 거침없는 막말이나 잘못된 행동을 보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엄마에게 이건 아니다 - 그 말은 심하다 - 라고 지적하는 정말 좋은 내편인 남자이다. 그렇다고 내 심정을 다 알진 못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디인가 ?


그런데 시모의 전화는 갑 ! 자 ! 기 ! 걸려오기 마련이고 남편이 없는 시간이나 같이 있더라도 내 휴대폰으로 걸려온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남편이 배제된 상태이다. 식겁하고 받게 된 전화 너머로 불평이 많은 시모의 말투와 천장을 뚫는 듯한 기쎈 억양은 결혼 전부터 나를 지치게 하였고,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결론과 결정을 나에게 강요함에 있어서 나는 시모의 연락 자체에 거부감이 생긴 지 오래이다. 남편은 전화벨이 울리고 발신자를 확인 한 뒤 취하는 나의 표정과 행동에 불만이 생겼고 어차피 고칠 수도 없는 자신의 엄마를 그렇게 까지 표 내며 싫어해야 하는지 화를 내기도 했다. 나는 나름대로 포커페이스를 하려 했으나 시어머니라는 발신자가 주는 부정적인 감정이 결국 똥 씹은 표정으로 남편에게 전해졌을 터.


그런데 어차피 고칠 수 없는 시모라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어차피에 나는 내가 소유한 나의 얼굴 근육을 이용하여 불만도 표현하지 못하는 위치인 것일까. 내 속만 뒤집어진다. 모든 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니의 행동에 웃으며 대처해야만 하는 '어차피 정해진 사람'인 것일까 ? 물론, 우리 엄마의 전화를 남편이 똥 씹고 받는다면 나 또한 화가 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우리 엄마는 너님에게 그렇게 전화를 걸지 않으며, 너의 엄마이자 내 시어머니인 사람은 이미 나의 한계를 넘어버렸다고 말이다.


통화내용은 언제나 한결같은 뭐하니? 뭐 먹고 사니? 일상에 대한 물음이고 나는 대답과 동시에 이 대화가 끝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이다. 쥐어짜고 또 짜내어 최근에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었나 열심히 생각해 보지만 통화한 지 오래된 것도 아니니 새로운 것이 있을 턱이 있겠나. 이틀 전에 이미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가_



나에게는 안부라는 전화통화 자체가 낯설다. 당연히 알아서 해야 하는 일과에 대해 아빠 엄마는 내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계신다. 그에 반해 시가에서는 오늘 회사는 잘 갔니? 저녁은 뭐먹니? 등의 일상에 대한 안부를 물으시니 나는 네네 ~ 라는 대답뿐인 그 연락을 그리 자주 해야 하는가 - 라는 의문이 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나 맞춰가는 결혼생활을 어느 한쪽 집안의 강요로만 이루어지고 있으니 답답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친정집이 연락에 취약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안부전화에 아주 퍽이나 잘도 익숙한 가정문화를 가진 나의 남편이라는 자는 그토록 강력한 장점을 내세워 처가의 안부를 자주 물어 왔던가 ? 아니, 사실 남편 또한 안부전화 따위는 하지도 않던 그저 '무심경한 대한의 아들'이었다. 결혼하면서 갑자기 가족적인 분위기를 찾고자 하는 시가에 맞춰 삼십몇년을 모르고 지내던 며느리가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만 하는 논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 누구 집 며느리는 그렇게 행하고 있고_ 어떤 며느리는 그렇게도 살갑던가_ 원하신다면 당신 아들에게 요청하길 바란다. 결국 원하는 건 당신이 낳아 기른 그 잘난 아들자식의 편안한 안위가 아니었던가?


그런 시가에서 오는 불편을 강요당하는 내 모습을 보며 느낀 바가 많은 남편이 친정집의 안부를 묻고 장인어른들의 안부를 세심히 챙겨준었다면, 나 또한 변화된 환경과 결혼이라는 문화에 따라 첨부된 옵션이 아닌 필수라는 그놈의 안부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 - ! 결혼하면 안부전화를 자주 해야 하고 숨겨져 있던 가족애가 빵 빵 넘쳐야 하며_
 어느 날 갑자기 효자, 효녀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 기혼자의 도리로구나 ! 하고 말이다.



아니, 사실 나는 내 친정 스타일이 좋다.




인터넷에서 며느리에게 연락하는 시어머니의 이유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시어머니들은 무슨 일이 있으며 아들보다는 며느리를 찾는다고 한다. 편하기도 하고 여자라서 말도 잘하니 아들보다 소식을 더 빨리 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들도 본인 시어머니께 연락을 자주 하셨던가_ 그분이 연락하시면 아주 그냥 편 - 안 하셨던가 ? 이제 막 시어머니가 된 그녀들도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본인이 낳은 살갑지 않은 아들이 어색하여 새로운 얼굴인 며느리에게 기대고자 하는 거 아닐까. 모든 시모들이 자주 전화하는 것이 며느리에게 친근감의 표시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0번 전화하고 싶을 때 9번 참고 1번만 전화하는 것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유지를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말은 들어보셨을까. 시어머니들이 편하자고 당신을 어려워하는 며느리에게 다짜고짜, 불쑥불쑥, 그리고 그렇게나 자주 통화를 요하는 것은 상대방은 배려한 행동인 것인가? 제발 전화 할 시간에 잠시 짬 내어 곰곰이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엄마의 전화와 시모의 전화는 확실히 다르다. 엄마의 연락은 못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아도 혼나지 않는다. 자다 일어나 다 잠긴 목소리로 무심하게 받고 온갖 짜증을 섞어 이따 다시 이야기하자고 해도 되고 바쁘다며 댕강 끊어버려도 된다. (엄마 미안 ㅜㅜ) 하지만 시어머니 전화는 왠지 모르게 벌떡 일어나야 할 것 같다. 그만큼 마음 준비의 정도도 다르고 통화 중에는 빠른 두뇌회전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바른 자세 유지하여 받은 전화에서는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없고 하시는 말씀은 한번 더 머리를 굴려봐야 의미를 알 수 있거나, 생각해보면 기분 나쁨의 결정체이기에 며느리들은 대뜸 울린 벨소리 한 번에 모든 기력과 가지고 있던 감정을 방전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 전부터 매일매일 연락을 취하며 모든 일과에 대해 자신의 아들이 아주 잘 보고를 해 온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방관하던 자식의 안부가 장가든 아들의 밥상처럼 또 그렇게나 걱정이신 거 같다. 연락을 자주 하며 생사 보고를 해야만 하는 안부와 연락 문제가 며느리와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라기보다는 시월드에서 정한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로 느껴진다. 시부모님은 나의 머리 위에서 꼿꼿이 앉아 내가 기필코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의무만을 내어주신다. 그리고 많이도 주신다. 하기 싫은 것은 둘째치고 절대적으로 필요 없는 서류를 무엇을 위한 보고용이라는 포장 아래 양식만 살짝 바꾼 또 다른 쓰잘데기 없는 서류를 요청하는 회사의 간부처럼 말이다. 전화를 자주 하라는 말자체가 친해지기 위함과 새로운 가족구성원과 가까워지기 위함이 아닌_ 철저한 상하관계의 문제로 보인다.




나의 시모는 안부전화 이외에도 불쑥 전화하여 뜬금없는 말을 하시기도 한다. 지금 티비 보냐? 몇번켜봐라. 거기 나오는 정보가 좋으니 꼭 그렇게 해라 - 라는 전화도 받아보았고, 주말에 재방송을 보시다가 대뜸 연락하여 무슨 연속극 남자 주인공 입은 옷이 멋지니 남편에게 그것과 같은 것으로 사 입으라고도 하신다. 그저 자신의 생활패턴에 우리가 옆에 있는 거 마냥 뜬금포로 전화하시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안부전화를 자주 하라는 말도 견뎌내기 힘든 과제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전화하여 예기치 않은 말을 툭툭 던지실 때는 더 황당하고 이걸 지금 꼭 기필코 연락하여 알려줬어야만 하는 내용인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나는 잦은 연락을 시도하시는 시모의 연락을 퉁명스럽게도 받아보았다. 요즘 뭐하냐? (아놔. 그저께는 요즘이 아니었던가.. )고 묻는 말에_ " 뭐 달라진 것이 없어서 할 말이 없네요. " 라고 작고 소심하게 대처도 해 보았다. 어머님은 그런 나의 말투가 당연히 달갑지 않으셨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에게 바로 다시 전화하여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것이냐- 자기를 싫어하는 것이냐- 묻고 계신다. 한 번은 나의 면전에 대고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쏟아내시기도 하였다. 나는 친정집은 이보다 더 전화를 잘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라며 마치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인데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라 나무라셨다. 시가와의 잦은 방문과 연락을 취하는 그 사이에 단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어 내 부모님의 안위도 모르는데_ 당신들의 요구로 인해 내가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게 하고 싶은 멘트였지만, 내 의도가 먹히지 않았던 것 같다.


특별한 일도 없이 전화를 계속하는 시모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나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진 않기로 했다. 그리고 "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니? " 라는 이틀에 한번 꼴인 전화를 받을 때면 " 무슨 일이 생기시면 연락하세요. " 라고 대답해 버렸다. 내가 전화를 하지 않아도_ 일이 없어도_ 어차피 벨소리는 울리기 때문이다.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정답이 정해진 것도 없는 너무 많은 케이스의 시어머니에 대한 대처의 답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찾아보아도 이 세상에는 없는것 같으니 그냥 나는 내 나름대로 룰을 정한 것이다.




자꾸 울리는 시모의 전화에 며느리들은 진저리치고 있다. 나는 그 연락을 대처하는 방법으로 '내가 먼저 안부전화를 하진 않지만, 오는 연락은 받겠다' 는 규칙을 정했고 한두 번 시모와의 잦은통화 자체를 달갑지 않게 받았더니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시어머니는 나보다는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를 자주 걸어왔다. 물론 그 전화가 내가 알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자주 이루어지는진 절대 알 수 없지만_ (남편은 거의 매일 통화하는 듯) 내가 보는 앞에서도 자주 걸려오는 시모의 크나큰 목소리를 남편의 휴대폰 너머로 듣는 것은 결혼한 내가 마주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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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남편이 운동 후 늦은 귀가를 하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 보통 때는 똥 쌀 때도, 샤워할 때도 폰을 들고 들어가 재밌는 동영상을 보더니 그날따라 휴대폰을 놓고 갔더이다. 티비를 보며 쉬고 있는데 진동이 오는지 징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폰은 아니었고 남편의 폰이었다. 진동이 울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발신자는 역시 시어머니였다. 내 것으로 온 것이 아니니 굳이 받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그냥 두었다. 전화는 끝까지 진동을 울리다 끊어졌다. 시가에 큰일이 생겼거나 꼭 하실 말씀이 있어서 연락하셨다면 다시 전화를 하시거나 메시지를 남기시겠거니_ 하였다. 물론 당연히 그냥 안부차 전화였겠지만 말이다. 오분 정도가 지나자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 결국.. 나에게 하시는구나_ 생각하며 전화를 받으니 시모는 "며늘희야 뭐하냐""아들은 뭐하길래 전화를 안받냐" 며 크게 호통치신다. 남편은 샤워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노라 대답하니 세상 헐레벌떡 무슨 폭동이라고 일어난 것 마냥 나에게 "아니 그렇다고 전화를 안 받니? 나는 무슨 큰 사고가 나서 못 받는 줄 알고 내 가슴이 지금 다 벌렁벌렁 하다" 고 쩌렁쩌렁 시모의 트레이드마크인 큰 목청으로 소리치신다.


전화 한번 안 받았더니 가슴이 다 벌렁벌렁 거리신다니_ 나는 이것이 이치에 맞는 말을 하고 계신 것인지_ 하루 종일 남편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인지_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남편이 운동하고 들어와서 샤워하는데 휴대폰을 놓고 욕실에 들어갔네요." 라며 또다시 같은 말을 최대한 차분하게 말씀드렸다. 시모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니 그러니까 왜 전화를 안 받냐? 사고가 나서 안 받는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겠냐"것이다. 덧붙여 시모는 자신의 가슴이 다 쓸어 내려앉았다고 하시며 이 세상 큰 재앙이라도 온 것처럼 다급하게 말하신다. 나는 듣기 싫어졌다. 부재중 전화는 한 번이었고, 며칠 동안 연락을 했는데 답이 없었던 것도 아니요.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전화 한번 안 받은 것이 이렇게 당신의 가슴을 다 쓸어내려앉아 벌렁벌렁 만들일이었던가 ?


시모는 아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데 며느리인 내가 연락도 없고 무슨 큰일이 생긴 것이라고 확신하셨다고 한다.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신 것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이렇게 시모가 무조건 그렇다고 못 박아 버릴 때는 아무것도 소용없다. 말하고 설명하는 내가 더 초라해질 만큼 자신만의 결정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사실, 시어머니는 아들 폰으로 전화한 뒤 받지 않자 나에게 전화하는 그 오분 사이에 내가 먼저 연락하길 기다리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두고보다... 전전긍긍.. 몇 분을 기다리다.. 마침내 오분을 참지 못하고 나에게 전화하여 저런 멘트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같이 있을 시간인데 아들 휴대폰으로 온 전화를 받거나 혹은 내가 알아서 다시 연락하길 바라신 눈치였다. 그렇게 당신을 안심시켜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감히 며느리인 내가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으니 본인이 이렇게 가슴이 다 내려앉았다고_ 벌렁벌렁 거리다 주저앉았다고_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하며 내 귓구멍에 소리치고 있으시다. 이날 내가 들은 '벌렁벌렁' 과 '가슴이 내려앉았네- 뭉개졌네- 주저앉았다-' 는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시모가 걱정하는 '무슨 일' 혹은 '사고'가 난 그러한 특수한 상황임이 분명한 것일까? 그렇게 걱정되는 가슴 떨리는 상황인 것일까? 물론 정말 어떤 일은 언제든지 일어난다.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말이 씨가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저렇게 확신하셨어야 할까 ? 나에게 제깍제깍 알아서 받아라- 라고 온 가슴 다 내놓고 버럭버럭 우렁찬 목소리로 말씀하시고 계신 거 아닌가 ? 이렇게 갑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매일매일 연락하라고_ 자주자주 전화하라고_ 내 아들 안부를 보고하라고_ 명령하고 있는 것 아니신가 ? 나는 때에 맞지 않는 적절치 않은 멘트와 오버액션에 너무 기가 차고 돌아가시고 있었다.



나에게 다시 한번 "무슨 사단이 분명히 났으니 이런 거 아니니?" 라고 되묻는 시모의 말에 나는 묵음으로 처리했다. 아무런 대꾸가 없자 "여보세요?" 를 반복하는 시모의 큰 목소리도 너무나 듣기 싫었다. "어머님 별일 없어요. 샤워한다고 휴대폰을 놓고 들어갔네요. 원래는 맨날 들고 가던 사람이 하필 어머님 전화 올 때 안 들고 갔네요."라고 같으면서도 비슷한 대답을 또다시 한번 말했다. 그다음 이어지는 대화는 늘 해오던 잘 지내니 - 왜 이렇게 연락도 없니 - 뭐 먹고 사니 - 먹을 것도 없을 텐데 -


어휴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연락과 통화에 대해 말했다.


 " 자기는 어머님 전화를 단 한 번도 안 받은 적이 없나 봐? "

 " 엄마한테 전화 왔어? 왜? "

 " 아니 어머님이 자기가 전화를 한번 안 받았더니_

  귀한 아들 사고 난 줄 알고 아주 난리난리가 나서

  나한테 가슴이 다 내려앉았다고_ 벌렁벌렁하신다네 ~ "

 " 엄마가 뭐라 했길래 그렇게 빈정대면서 말해? "

 " 신기하잖아. 하루도 아니고, 몇 날 며칠 연락이 안 된 것도 아니고,

  단 한번 전화 안 받았더니 당신 엄마는 사고가 난 거라고 무조건 확신하시고

  벌렁벌렁 대는 가슴을 움켜잡고 계시니_ "

 " 자꾸 비꼬지 말고, 왜 전화했데? "

 " 일 있어서 전화하나?

  밥 먹었냐고 전화하지. 밥이나 먹어 "


라며 대단한 시모의 대단히도 팔딱팔딱 벌렁대는 가슴을 한창 꼬아대며 대화를 마쳤다.


아들이라는 특수성에 그렇게나 불안하고 그놈의 밥을 먹는지, 살아 숨쉬고 있는지, 진심으로 걱정되시면 당신 치맛자락 속에 고이고이 두고 먹이고 입히며 어야 둥둥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정 불안하셔서 다시 데려가신다면 그 가슴이 벌렁벌렁 놀라시진 않을 테니 말이다.





시어머니가 불안하지 않도록_ 잘 사는지 걱정되지 않도록_ 시모의 입장에서는 내가 알아서 연락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결혼 전에 따로 나와서 살던 당신의 아들은 걱정되지 않았는데 가정을 이룬 그 아들이 걱정된다 하시면 며느리인 내가 아닌 걱정의 원천지에게 연락하길 바란다. 사실 시모는 무뚝뚝한 아들보다는 살가운 며느리에게 본인이 하는 무슨 말이든 방긋방긋 웃으며 대접해 주길 바라는 건 아니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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