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 리더십 : '관여하지 않음'의 미덕

by 주드


이직한 뒤 실수를 하나 했다. 직원들 인터뷰 한다는 말을 뱉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회사의 교육체계를 수립할 수 있겠다고 했다. 회사 상황을 몰랐던 답답함에 나온 헛발질이었다. 나는 왜 이 말을 했을까. 주워담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울면서 매주 주간업무보고에 쓰고 있다. 게다가 팀장님은 9월 중순에 대표님한테 결과 보고를 하자고 한다. 교육체계수립은 보통 컨설팅 업체에 외주를 주거나 4~5명이 몇개월은 잡고 하는 일이다. 나는 보름만에 혼자서 해야 한다.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회사생활 1-2년도 아닌데 나는 왜 아직도 아마추어같은지 모르겠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하다. 그런 내가 하루에 두세시간씩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너무 힘들다. 한 팀장님 인터뷰 중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됐다. 팀장님은 직원들이 열정이 없고 시키는 것만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열정이 없고 시키는 일만 하기를 원하는 그 당사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요즘 친구들은 일은 잘하는데 더이상 안 하려고 한다. 열정이 없고 도망가기 바쁘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반박할 거리들이 마음속에 불타올랐다. 나는 그 이유를 잘 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아닌 일을 하려면 몇십배의 노력이 든다. 시키는 일이 아닌 일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 혼자서 해야 하고 게다가 절차의 첩첩산중이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굳이 하겠다고 나선 일인데 대표님까지 컨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연간 예산이 아닌 추가 예산을 재무팀에 받기 위해 설명하고 굽실대야 한다. 다 정해놓은 구매 업체는 구매팀 입맛에 맞게 비딩해야 한다. 결말은 '내 무덤 내가 팠구나. 다시는 안해야지.' 후회만이 이어진다. 결국 열정만수르 유노윤호도 나가 떨어져 시키는 일만 하게 되는 곳이 회사다.


이런 삽질을 하고 있자니 힙합이 떠오른다. 힙합과 회사를 직접적으로 매칭시키기는 어렵지만 힙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모든 성공의 길은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윙스는 소속 아티스트가 앨범을 만들 때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그냥 “내주세요“하면 “그래” 라고만 한다. 그 소속사 아티스트 기리보이는 작년 1년 동안 60곡을 넘게 냈다. 월간 윤종신으로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윤종신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성실함이다.


만약 대표인 스윙스가 기리보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했으면 어땠을까? 기리보이가 뭔가를 하기 위해서 프로듀서에게, A&R에게 뭔가를 설득해야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퍼포먼스에 쏟을 에너지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낭비됐을 것이다. '관여하지 않음'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자기라는 상품으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된다.


한 사람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퍼포먼스에 쏟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더 많은 작업물이 나오지 않을까? 그 덕분에 보는 대중은 다양해서 즐겁고 아티스트는 자기를 표현해서 즐거울 것이다. 퍼포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허쓸(hustle)한다. 그리고 이것은 성과로 이어진다. 결국 개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개인의 허쓸은 사그라든다. 회사의 허울뿐인 절차, 꼰대의 불신은 개인의 고유성과 허쓸의 무덤이다.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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