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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Oct 24. 2021

롤모델로 동기부여되는 장르, 힙합

일리네어와 롤모델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의외의 사실에 놀라곤 한다. 몇몇 직원들은 교육담당자인 내게 교육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들은 회사가 교육을 강제로 시켜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본인들이 스스로 공부하면 되지. 왜 나에게?' 그러면서 왜 그런지 궁금해졌다. 파헤쳐볼 포인트들이 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교육을 원한다는 점’과 ‘강제’다.


생각보다 많은 직원이 교육받기를 원한다. 그들 중 학창 시절 공부를 좋아하고 원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싫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던 그들이 교육담당자인 내게 오며 가며 교육 좀 해 달라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진짜 성장 자체를 원해서 그러는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느껴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건 성장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교육은 직원들이 성장한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많은 직원이 교육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원에게 자발적으로 공부할 의지는 부족하다. 그래서 회사가 자신을 강제로 성장시켜 주기를 원한다. 자신을 움직일 동인이 부족한 탓일 테다. 자발성은 흥미나 목표로부터 출발한다. 흥미는 개인적 영역이라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가질 수 있는 목표는 뭐가 있을까. 목표의 가장 가시적인 형태는 롤모델일 것이다. 회사에서 롤모델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봤다.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을까. 높은 사람인 임원이 되거나 팀장이 되는 것일까. 그분들의 삶이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다. 나는 임원도, 팀장도 되기 싫다. 그들도 그럴 것 같다.


래퍼들을 보면서 놀랍고 부럽다. 다들 목표 하나, 야망 하나 가슴속에 품고 있다. 래퍼 누구처럼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목표들이 그들을 배우고 발전하고 노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래퍼 창모는 ‘쇼미더머니 시즌 3’에서 탈락해 좌절도 했지만 다짐도 하나 한다. '참가자 아닌 프로듀서로 출연하겠다.' 창모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결국엔유명해진다 를 해시태그와 노래에 뒤덮었다. 결국 그는 유명해졌다. 그리고 그는 쇼미더머니에서 선배 더콰이엇과 프로듀서 팀을 이루어 냈다. 최연소였다.


창모의 성공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에게 롤모델이 있었다는 점이다. 불구덩이로 떨어진 창모는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역할 모델을 정했다. 그에게는 닮고 싶은 멋있는 형들이 있었다. 도끼와 더콰이엇 등 부자면서 성공한 래퍼, 프로듀서처럼 되고 싶었을 것이다. 힙합에서는 창모와 같이 성공을 꿈꾸는 래퍼가 한둘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한다. 일주일에 하나씩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고 정규앨범을 턱턱 내놓기도 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을 누구처럼 되겠다는 목표다.


‘목표(꿈)’라는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앞서 성공한 멋있는 래퍼들이 있었다. 초창기 한국 힙합은 언더그라운드였고 가난했다. 유명하고 훌륭한 래퍼였던 '주석'도 힙합 계통에서만 유명했을 뿐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아 큰돈을 벌지 못했다. 그러나 쇼미더머니 이후 더콰이엇, 딥플로우, 팔로알토 등의 성공으로 창모와 같은 후배 세대 래퍼들에게 멋진 롤모델이 생겼다.


특히 '일리네어레코즈'는 더콰이엇, 도끼, 빈지노가 소속된 레이블로 많은 힙합 키즈들의 성공의 욕구를 자극시켰다. '일리네어'라는 이름 자체가 백만장자의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고 실제로 더콰이엇과 도끼의 플렉스는 예능 '나혼자산다' 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세상에 잘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돈 많은 것이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살면서 돈도 많이 벌다니.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꿈꾸는 삶이다.


한국 힙합씬의 성장은 이들의 성공을 먹고 자랐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멋있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보고 '살고 싶다'가 '살 수 있다'가 됐다고 창모는 말했다. 많은 래퍼가 ‘돈과 멋을 지닌 래퍼’라는 롤모델, 청사진을 가지고 음악을 한다. 그리고 그들처럼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그들처럼 되거나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런 에너지가 힙합에는 널려 있다. 힙합은 ‘꿈’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르다. 그 시작점은 롤모델이다.


직장에서는 꿈이 작동되기 어렵다. 작동되려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최소한 선배들이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후배 입장에서 늘 선배들은 힘들어 보인다. 선배의 선배에게 꼼짝 못 하고, 존버만이 살길처럼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내 미래처럼 보인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선배들의 탓만은 아니다. 선배의 선배들 때문이고, 선배의 선배의 선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캄캄한 미래에 나를 담보하기 싫다.


한 팀장 리더십 강의에서 엿들은 바에 따르면 MZ세대는 회사에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퇴사하거나 칼퇴한다고 한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 1~2 단계인 생존/안전의 욕구만 충족되고 있으며, 더 높은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외부에서 찾고 있다. 빨리 퇴근해서 자아실현을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높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팀장이 되면 할 말은 하고 산다든지, 프로젝트를 일구어가는 과정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든지의 욕구를 충족하는 선배들은 정말 보기 힘들다.



문제는 점점 생존의 욕구도 충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월급 빼고 다 폭등하고 있다. 10년만 일하면 월급으로 풍족하게 산다든지, 20년 근무를 하면 치킨집이 아니라 전문성을 살려 자영업을 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단한 롤모델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 마저도 힘든 세상이다. 점점 살기도 어려워지는데 회사도 어려워진다. 무엇을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할까.


한 인터뷰에서 창모는 말했다. '무엇을 하고 싶든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꿈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꿈을 보고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달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 말이 직장인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직장인에게도 ‘꿈’을 가지게 할 멋있는 선배가 있으면 가능할지 모른다. 임원, 팀장이 아니어도 누구처럼 되고 싶은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롤모델을 닮아가며 직장인도 행복해지고 싶다. 꿈이라는 것을 이루고 싶다. 꿈이 작동될 수 있는 배경이 우리 직장인에게도 필요하다.




Quarter million on my whip

모든 일을 마친 뒤에

새 차 새 집을 계약해 I'm like shit

내 삶이 이렇게 되다니

말했잖아 좋았지 예감이

난 기억나네

외롭게 새던 밤이

기다렸지 내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대부호 혹은 거물이 된 나를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지 내 예상은

Livin' rich fuckin' life

Like 아부다비

돈을 쓰고 다시 벌어 아주 많이

Cuban links, Cuban cigar, I'm smokin on

난 랩과 돈의 간격을 좁힌 놈

세상을 돌아다녀

지난 세 달 동안 50개의 공연

I put it down on y'all

비행기에서 난 내 인생을 돌아봤네

새 차를 몰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왔네

차비도 없던 놈이 한 달에 억을 벌어

한 번에 써버려 'cause I'm a rich motherfucker

졸부 style 그게 바로 Q style


-더 콰이엇 <Bent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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