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취향껏 16호
너와 들판을 뛰노는 꿈을 꿨어. 유채꽃이 활짝 핀 노랑빛 들판을 말이야. 네가 두 발이었는지 네 발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다만 뛰어가는 너를 놓칠까 불안한 마음은 뚜렷해. 너를 잃을까 봐 꿈에서도 난 잡히지도 않는 심장을 움켜쥐었어. 어쩌다 너를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의 고양이, 나의 겨울밤 찬란한 빛.
침대에 곤히 잠든 너를 쓰다듬으며 만약 너를 사랑하지 않은 순간으로 갈 기회가 있다면 돌아갈 건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 너의 무해한 눈을, 부드러운 털을, 매 순간 사랑을 외치는 울음소리를, 나를 향한 유일한 믿음을 모두 포기할 수 있을까, 너를 잃는 아픔이 상상보다 더 넘칠 것을 알아. 내 슬픔이 넘쳐흘러 고양이 별에서 쉬고 있을 너에게 닿을 수도 있겠지. 만약은 이제 와서 아무런 소용이 없겠구나 싶었어. 너를 사랑하지 않은 순간보다 너를 쓰다듬고 있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더욱 의미 있으니까.
가끔 너는 잠든 내 머리맡에 와 한참을 바라볼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말 못 하는 네 맘이 나는 유독 궁금해. 나를 바라보는 그 순간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비워진 밥그릇에 성을 내며 깨울 때도 있어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사랑이라 믿을래.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를 밤새 기다렸다고 생각할래.
네 삶의 속도는 나와 너무 달라서 내가 너를 보내줘야 할 때가 찾아오겠지. 그때는 꼭 꿈에 나와 함께 뛰자. 그때는 먼저 앞서지 말고 꼭 나를 기다려줘. 꿈에서까지 너의 뒷모습만 바라본다면 나는 영원히 붙잡지 못했다는 마음 하나로 살아갈 것 같아. 네 심장박동만큼 내가 빨리 뛸 테니 내 걸음과 같아줘. 나의 고양이, 나의 겨울밤 찬란한 빛. 모진 계절을 뚫고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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