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푸드아트테라피를 만나다.
교사, 학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푸드아트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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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라는 직업은 뭔가 급식실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자부심은 있는데, 막상 아이들을 복도에서 마주치면 "쌤, 급식실에서 본 적 있어요!" ,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라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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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시간을 피해 후다닥 교실로 달려가 수업을 하고, 다시 급식소로 달려와 오늘 조리된 음식들을 체크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은 까먹고, 정신없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영양교사의 수업은 정기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수업 하나하나에 거의 1타 강사급 ‘올인’ 모드로 진행했습니다. 저당, 저염, 칼슘, 비타민, 식품표시, 편식예방, 건강 간식 등...
PPT에 힘주고, 퀴즈도 만들고, 식품 모형도 꺼냈습니다.
그런데 수업 끝나고 나면 “내가 오늘 한 수업이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때도 있었습니다.
분명 나는 지식은 줬는데, 아이들이 그걸 기억할지는 확신이 없었어요.
영양정보는 전달했지만 감정이 닿았다는 느낌은 없었고, 그게 늘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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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른 학교 영양교사가 한 푸드아트테라피 수업 사례를 봤습니다. 아이들이 접시 위에 채소와 과일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어요.
오이로 눈썹을 만들고, 딸기로 활짝 웃는 입을 만들고, 블루베리로 눈망울을 표현하였더군요.
아니, 단지 얼굴이 아니었어요. 감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말하고, 느끼고, 음식에 ‘자기 경험’을 얹을 수 있는...
이 수업 하나에 다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실제로 수업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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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아트테라피를 활용한 첫 수업.
아이들에게 말 대신 질문 더 많이 건냈습니다. 아이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하나둘 말문을 열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 저는 이 수업이 저만의 영양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그 뒤로 다양한 영양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들이 저를 더 잘 기억했던것 같습니다.
그냥 “쌤, 급식 맛있어요!”가 아닌, “쌤, 오늘은 오이로 울고 싶지 않아요.”, “오늘 제 기분은 OO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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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아트테라피는 단지 식재료로 만들기만 하는 수업이 아닙니다.
이건 영양교사인 제가 그동안 느껴온 수업의 한계를 부드럽게 뚫고 나가는 통로였습니다.
한 번 수업으로는 전달할 수 없었던 정보가, 아이들의 손끝과 입을 통해 기억으로 오래 남았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다른 학교 영양교사들도 푸드아트테라피 수업을 도입하고 있었고, 대부분 '아이들과의 연결점이 생겼다'는 피드백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지금 영양교육이 갖고 있는 ‘지식 vs 공감’의 간극을 메워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었어요.
학생도 놓치지 않고, 교육적 메시지도 놓치지 않고, 저도 놓치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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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 특별한 수업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글로 적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영양교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눈 경험들.
푸드아트테라피라는 조금은 낯설지만 너무도 따뜻했던 수업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와 울림들.
이 이야기를
영양수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동료 교사들에게,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은 학부모들에게,
그리고 ‘수업’이 그냥 정보 전달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믿는 모든 분들에게 조심스레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