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재료면 나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푸드아트수업 = 재료 폭탄? 그건 편견이었어요

by 에너지은

식재료를 이용한 수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재료가 많아야 '예쁘게 만든다.', '학생들의 흥미를 끈다."


제가 이 수업을 기획할 때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것.'

그래서 준비물은 단출했습니다.

감자칩과 초코시럽.

화려한 재료도, 복잡한 구성도 필요 없었습니다.

이 두 가지로 과연 40분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을까? 저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데코파우더와 사탕도 없었지만,

하지만 그날 수업은 아이들이 자기 세계에 폭 빠져들었던 진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오히려 재료가 단순할수록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에 더 많이 집중했습니다.


수업은 이렇게 구성하였습니다.
활동 1. 내 외모나 성격의 특징 등 나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해 보기

“저는 말을 많이 해요.”
“저는 친구가 많은 게 좋아요.”
“저는 겉으론 말이 많은데, 속은 조용해요.”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활동 2로 넘어갔습니다.

활동 2. 과자와 초코시럽으로 나 표현하기. : 초코시럽을 물감, 나무꼬치를 붓, 과자를 도화지 삼아 내 특징 표현하도록 권하였습니다.

아이들 손에 나무꼬지가 쥐어지고,
포테이토칩 위에 초코시럽이 점점 찍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교실은 조용해졌습니다.

어떤 학생은 초코시럽으로 큰 눈을 그렸습니다.
“쌤, 이건 저예요. 친구의 이야기를 큰 눈으로 잘 들어주거든요.”

감자칩에 아이들의 내면이 다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이 끝나고, 아이들은 한데 모여 자신의 작품을 서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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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장난치지 않았고, 먹기 바빠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수업에서 제가 얻은 것은 푸드아트테라피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약간의 도구,

그리고 '무얼 표현해도 괜찮아, 이건 네 마음이야'라고 말해주는 교사 한 사람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늘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수업 어땠어?"라고요.
그런데 이 수업만큼은, 제가 묻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이거 또 해요.”
“다음에는 다른 소스로도 해봐요.”

그날,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 아이들은 자기 내면에 대한 감각이 아주 풍부하다는 것.
그리고 둘째, 교사는 아이들이 감정을 꺼낼 수 있는 '틀'만 제공해 주면 된다는 것.
그 틀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술 재료도, 비싼 교구가 아니어도 됩니다.

오히려 ‘별것 아닌’ 재료라서, 아이들이 더 쉽게, 더 가볍게, 더 깊게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수업 이후에 저는 새로운 수업을 계획할 때,

'간단한 재료, 깊은 연결’이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자주 되새기게 됩니다.

그 말을 떠올리면, 자꾸만 복잡해지려는 제 욕심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거든요.


푸드아트테라피는 단순한 ‘요리수업’이 아닙니다.
이건 감정 수업이고, 표현 수업이고,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알아가는’ 아주 특별한 시간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재료의 종류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담아낼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해 주는 일.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저는 수업 준비를 ‘무엇을 줄까’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까’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웃고, 상상하고, 그리며 저를 놀라게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깨달음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 글도, 그 깨달음 중 하나로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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