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크루의 컬러 명상> 기획 노트 by. 멘탈 스타일리스트
사내 아침 명상 세션을 기획하고 리딩합니다.
1/27부터 2/17까지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아침, 출근 전 10분의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140명이 넘는 *크루가 신청 의사를 보여주셨고, 1주차 명상은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헤어샵,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다양한 소속의 동료 총 38명이 참여했습니다.
*크루는 카카오 임직원을 일컫는 내부 용어입니다.
<크루의 컬러 명상>은 제가 배우고 있는 미술치료적 요소를 마음챙김 명상에 접목시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기획 아이디어는 색채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2021년 9월에 처음 떠올랐어요.
저는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명상을 접했고, 가장 큰 슬럼프였던 2021년을 명상으로 자신을 돌보며 이겨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1년 전 제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명상 가이드에 담아 오늘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나도 이런 힘을 냈으니, 당신도 같이 해 봐요!의 마음으로요.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혹은 궁금하지 않을지 모르는 이 프로젝트.
저희 회사는 다양한 계열사가 '아지트'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하는데요.
어느 금요일 오후, 약 1만명이 볼 수 있는 공개 아지트 카카오마켓(장터)에 출근 10분 전 명상할 동료를 모집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공지를 쓸 때의 마음은 10명 오면 딱 좋겠다 였어요.
(아지트 캡쳐는 외부 공유가 불가하므로 일부만 크롭하여 첨부합니다.)
공지의 첫 줄은 “캄다운 필요하시죠? 출근 10분 전 함께 명상해요!” 였습니다.
요즘 특별히 더 힘들게 느껴지거나, 스스로 마음을 돌볼 의지가 있는 분이 있다면 명상 세션에서 그 동료와 꼭 만나고 싶어서 쓴 문장이었어요.
그래서 참여 방법은 최대한 간단하게 했습니다.
제가 먼저 조금 더 친절하게 손을 내민다는 느낌으로요.
‘이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면 세션 당일 아침에 멘션을 보낼 테니 해당 줌 링크로 입장하시라’ 고 안내했습니다. 선택 옵션으로는 구글 캘린더를 구독할 수 있도록 했어요. 메일 알람이 추가로 가기 때문에, 세션을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께 제공하는 서비스였죠.
세션 내용 미리보기는 더 보기 링크를 눌러 노션 페이지로 접속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 페이지에 조금 더 진솔한 저의 목소리를 담았어요. 저는 누구며, 어떤 마음으로 이 세션을 하려는지요.
결과는 무려 140명이 넘는 좋아요와 함께 출근 전 10분 명상이 필요할 것 같은 자신의 동료나 팀, 파트원을 태그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게 됩니다. 아마도 요즘 스트레스가 많거나, 평소 명상에 관심이 있던 동료를 각자 소환하는 듯 했어요. 몇백명이 있는 사내 단톡방에 글을 공유해도 괜찮겠냐는 메시지도 받았고, 응원의 메시지도 꽤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거대해진 반응에 살짝 정신줄을 놓을 뻔 했으나, 또다른 동력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앞에서 2021년 9월부터 이 세션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공지는 2022년 1월에나 올릴 수 있었죠. 저는 저를 끔찍히도 의심했습니다. 스스로가 명상으로 슬럼프를 이겨낸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제 경험을 나눈다는 기쁨 보다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그럴수록 더 명상에 매달렸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명상법은 종교적인 색채가 없습니다. 그래서 절대자에게 올리는 기도보다는 자신과의 대화에 가깝지요. 당시 저는 전문 상담사 선생님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어요. 선생님께도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저 이거 너무 하고 싶은데요. 또 하기 싫어요. 마음은 있는데 손이 안 움직여지고, 머리가 자꾸 겁을 줘요.
저는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제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찾아냈어요. 사실 저는 회사에서 오랜 시간 동안 동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원격 근무 기간에 부서 이동을 했고, 맞지 않는 업무에 대한 불안, 주어진 일을 잘 못 해낸다는 자괴감도 컸어요. 그러다보니 ‘명상하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어요!’라는 제가 증명한 팩트조차 스스로 믿어주지 못했던 거예요. 꾸준한 명상과 상담을 통해 공포는 소거하고, 당위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너무 반가운 140여분의 동료를 만나게 되었고요.
10명 예상했는데 140명이 좋아요를 누르다니. 기절할 것 같았어요.
마냥 기분이 좋지가 않고 이거 어떻게 잘 하지?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습니다. 별 걱정을 다 하게 됩니다. 설마 신청한 사람이 다 올까?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신청하고 불가피하게 못 오는 분들이 있을텐데 어쩌지? 결국 실시간 라이브 포맷의 세션을 텍스트로 옮긴 뉴스레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좋아요와 댓글이 저를 일하게 했어요. 결심한지 하룻밤만에 이메일을 보낼 플랫폼 선택부터 뉴스레터 이름, 로고, 브랜딩까지 싹 마쳤습니다.
운영하게 된 뉴스레터는 명상 모집 공지글에 올렸던 ‘출근 10분 전 명상해요’라는 문장에서 따 온 ‘출근 10분 전’입니다. 네, 저 마케터예요!
* 2022년 9월부터 <뉴스레터 비잉10>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브랜딩하여 발행하고 있습니다.
명상을 진행하게 된 일을 SNS에 올렸더니 사외의 지인들도 들어오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어요. 줌 세션은 사내 전용 프로그램이라 오픈할 수 없지만, 뉴스레터는 누구나 구독할 수 있으니 대신 링크를 보내 줄 수 있었습니다. 세션과 뉴스레터를 함께 운영함으로서 외부로의 확장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선순위는 여전히, 더 많은 카카오 크루의 출근 10분 전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첫 명상은 1월 27일 목요일, 37분의 동료와 함께했습니다. 매일 아침 한가지 색을 정해 참여자들의 머릿속을 특정 컬러로 가득 채워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크루의 컬러 명상>의 핵심이예요. 이 날은 파란색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했습니다. 그냥 파랑이 아니라 '사려깊은 파랑'이라는 오늘의 컬러를 제시하고 파란색이 만들어 줄 깊은 생각의 힘을 느끼는 하루를 만들어 보자는 명상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각 색깔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색채심리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10분의 세션 중 실제 명상 시간은 3분입니다. 첫 1분은 명상이 완전 처음이신 분들을 위한 호흡 카운트를 합니다. 들숨 3, 멈춤 3, 날숨 6의 3-3-6 카운트를 4번 반복해요. 호흡 카운트가 끝나고 자유 명상에 들어가는 2분 동안에는 준비한 '임파워링 멘트'를 천천히 읽으며 오늘 하루 업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딱 1년전의 저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들이었어요. 연습을 하도 많이해서 거의 외운 덕에 참여하신 분들의 표정을 보며 진행할 수 있었어요. 다들 차분히 눈을 감고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정말 멋졌습니다. 이 분들의 하루가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명상을 마쳤습니다. 인증샷을 찍고 나서는 오늘 세션을 진행한 소감을 솔직하게 말씀 드렸어요.
저는 사실 출근이 불안한 날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오늘 명상을 통해 여러분의 출근이 덜 불안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는 세 번의 세션과 뉴스레터 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크루의 컬러 명상>은 앞으로 몇 분과 더 함께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도 좋지만, 사실 오신 분의 만족도가 더 중요합니다. 단 한 분이라도 출근 10분 전이 평화로워진다면 저는 그 힘으로 몇 주나 행복할 수 있을 거니까요.
지난 7년을 마케터로 일했던 저는 작년부터 '멘탈 스타일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창직하여 스스로에게 부여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 새로운 Job Persona가 어떻게 일하는 지도 한 번 지켜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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