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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belle Jan 30. 2022

출근 10분 전 명상, 한 달 동안 해보겠습니다.

카카오 <크루의 컬러 명상> 기획 노트 by. 멘탈 스타일리스트


사내 아침 명상 세션을 기획하고 리딩합니다.

1/27부터 2/17까지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아침, 출근 전 10분의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140명이 넘는 *크루가 신청 의사를 보여주셨고, 1주차 명상은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헤어샵,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다양한 소속의 동료 총 38명이 참여했습니다.

*크루는 카카오 임직원을 일컫는 내부 용어입니다.




<크루의 컬러 명상>은 제가 배우고 있는 미술치료적 요소를 마음챙김 명상에 접목시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기획 아이디어는 색채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2021년 9월에 처음 떠올랐어요.

저는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명상을 접했고, 가장 큰 슬럼프였던 2021년을 명상으로 자신을 돌보며 이겨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1년 전 제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명상 가이드에 담아 오늘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나도 이런 힘을 냈으니, 당신도 같이 해 봐요!의 마음으로요.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혹은 궁금하지 않을지 모르는 이 프로젝트.

어쩐지  해내고 싶었습니다.




모집 공지를 올리자!

어디에? 어떻게?


저희 회사는 다양한 계열사가 '아지트'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하는데요.

어느 금요일 오후, 약 1만명이 볼 수 있는 공개 아지트 카카오마켓(장터)에 출근 10  명상할 동료를 모집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공지를 쓸 때의 마음은 10 오면  좋겠다 였어요.

(아지트 캡쳐는 외부 공유가 불가하므로 일부만 크롭하여 첨부합니다.)  





공지의 첫 줄은 “캄다운 필요하시죠? 출근 10분 전 함께 명상해요!” 였습니다.

요즘 특별히 더 힘들게 느껴지거나, 스스로 마음을 돌볼 의지가 있는 분이 있다면 명상 세션에서 그 동료와 꼭 만나고 싶어서 쓴 문장이었어요.



참여 방법


그래서 참여 방법은 최대한 간단하게 했습니다.

제가 먼저 조금  친절하게 손을 내민다는 느낌으로요.


 ‘이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면 세션 당일 아침에 멘션을 보낼 테니 해당 줌 링크로 입장하시라’ 고 안내했습니다. 선택 옵션으로는 구글 캘린더를 구독할 수 있도록 했어요. 메일 알람이 추가로 가기 때문에, 세션을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께 제공하는 서비스였죠.





세션 내용 미리보기는 더 보기 링크를 눌러 노션 페이지 접속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페이지에 조금  진솔한 저의 목소리를 담았어요. 저는 누구며, 어떤 마음으로  세션을 하려는지요.


결과는 무려 140명이 넘는 좋아요와 함께 출근  10 명상이 필요할  같은 자신의 동료나 , 파트원을 태그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게 됩니다. 아마도 요즘 스트레스가 많거나, 평소 명상에 관심이 있던 동료를 각자 소환하는  했어요. 몇백명이 있는 사내 단톡방에 글을 공유해도 괜찮겠냐는 메시지도 받았고, 응원의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거대해진 반응에 살짝 정신줄을 놓을  했으나, 또다른 동력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나는 이걸  했어야만 했구나.



세션 정보를 담은 노션 페이지






아이디어에서 실행까지

4개월이나 걸린 이유



앞에서 2021년 9월부터 이 세션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공지는 2022년 1월에나 올릴 수 있었죠. 저는 저를 끔찍히도 의심했습니다. 스스로가 명상으로 슬럼프를 이겨낸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제 경험을 나눈다는 기쁨 보다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그럴수록 더 명상에 매달렸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명상법은 종교적인 색채가 없습니다. 그래서 절대자에게 올리는 기도보다는 자신과의 대화에 가깝지요. 당시 저는 전문 상담사 선생님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어요. 선생님께도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저 이거 너무 하고 싶은데요. 또 하기 싫어요. 마음은 있는데 손이 안 움직여지고, 머리가 자꾸 겁을 줘요.


저는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제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찾아냈어요. 사실 저는 회사에서 오랜 시간 동안 동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원격 근무 기간에 부서 이동을 했고, 맞지 않는 업무에 대한 불안, 주어진 일을 잘 못 해낸다는 자괴감도 컸어요. 그러다보니 ‘명상하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어요!’라는 제가 증명한 팩트조차 스스로 믿어주지 못했던 거예요. 꾸준한 명상과 상담을 통해 공포는 소거하고, 당위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너무 반가운 140여분의 동료를 만나게 되었고요.  






뉴스레터 기획은

하루밖에 안 걸린 이유



10명 예상했는데 140명이 좋아요를 누르다니. 기절할 것 같았어요.


마냥 기분이 좋지가 않고 이거 어떻게 잘 하지?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습니다. 별 걱정을 다 하게 됩니다. 설마 신청한 사람이 다 올까?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신청하고 불가피하게 못 오는 분들이 있을텐데 어쩌지? 결국 실시간 라이브 포맷의 세션을 텍스트로 옮긴 뉴스레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좋아요와 댓글이 저를 일하게 했어요. 결심한지 하룻밤만에 이메일을 보낼 플랫폼 선택부터 뉴스레터 이름, 로고, 브랜딩까지 싹 마쳤습니다.


운영하게 된 뉴스레터는 명상 모집 공지글에 올렸던 ‘출근 10분 전 명상해요’라는 문장에서 따 온 ‘출근 10분 전’입니다. 네, 저 마케터예요!


* 2022년 9월부터 <뉴스레터 비잉10>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브랜딩하여 발행하고 있습니다.

비잉10 바로가기 

 

명상을 진행하게 된 일을 SNS에 올렸더니 사외의 지인들도 들어오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어요. 줌 세션은 사내 전용 프로그램이라 오픈할 수 없지만, 뉴스레터는 누구나 구독할 수 있으니 대신 링크를 보내 줄 수 있었습니다. 세션과 뉴스레터를 함께 운영함으로서 외부로의 확장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선순위는 여전히, 더 많은 카카오 크루의 출근 10분 전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출근을

내가 도울 수 있다면



첫 명상은 1월 27일 목요일, 37분의 동료와 함께했습니다. 매일 아침 한가지 색을 정해 참여자들의 머릿속을 특정 컬러로 가득 채워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크루의 컬러 명상>의 핵심이예요. 이 날은 파란색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했습니다. 그냥 파랑이 아니라 '사려깊은 파랑'이라는 오늘의 컬러를 제시하고 파란색이 만들어 줄 깊은 생각의 힘을 느끼는 하루를 만들어 보자는 명상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각 색깔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색채심리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10분의 세션 중 실제 명상 시간은 3분입니다. 첫 1분은 명상이 완전 처음이신 분들을 위한 호흡 카운트를 합니다. 들숨 3, 멈춤 3, 날숨 6의 3-3-6 카운트를 4번 반복해요. 호흡 카운트가 끝나고 자유 명상에 들어가는 2분 동안에는 준비한 '임파워링 멘트'를 천천히 읽으며 오늘 하루 업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딱 1년전의 저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들이었어요. 연습을 하도 많이해서 거의 외운 덕에 참여하신 분들의 표정을 보며 진행할 수 있었어요. 다들 차분히 눈을 감고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정말 멋졌습니다. 이 분들의 하루가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명상을 마쳤습니다. 인증샷을 찍고 나서는 오늘 세션을 진행한 소감을 솔직하게 말씀 드렸어요.


저는 사실 출근이 불안한 날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오늘 명상을 통해 여러분의 출근이 덜 불안해진다면 좋겠습니다.

        

1주차 참여자 인증샷







이제 저는 세 번의 세션과 뉴스레터 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크루의 컬러 명상>은 앞으로 몇 분과 더 함께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도 좋지만, 사실 오신 분의 만족도가 더 중요합니다. 단 한 분이라도 출근 10분 전이 평화로워진다면 저는 그 힘으로 몇 주나 행복할 수 있을 거니까요.


지난 7년을 마케터로 일했던 저는 작년부터 '멘탈 스타일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창직하여 스스로에게 부여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 새로운 Job Persona가 어떻게 일하는 지도 한 번 지켜보려고요.


-

출근 10분 전 명상 프로젝트,

첫 발을 뗐습니다.

이제부터 한 달 동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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