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카오 크루의 컬러명상 후기
들어가기도 힘들었고 나오기도 힘들었던 카카오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 전 버킷리스트처럼 사내명상 소모임이나 만들어 볼까 해서 협업툴(아지트)에 글을 올렸는데 일이 커졌어요. <크루의 컬러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아침마다 줌에서 모였고 6주간 약 100분의 동료를 만났습니다. 원래는 4주 치 세션을 준비했었는데 너무 아쉬워서 퇴사 직전까지 2번의 스케줄을 추가했습니다. 10분씩 여섯 번을 했으니 모아 보면 딱 한 시간이네요. 지난 기획노트에 단 한 분이라도 출근 10분 전이 평화로워진다면 저는 그 힘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썼었는데요. 저에게는 초단위까지 행복했던 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6주 동안 동료들의 출근하는 마음에 제가 아무래도(?) 기여한 것 같아요.
크루의 컬러 명상 세션을 진행했던 Lara (김아라) 입니다.
지난 6주간 출석 인증해 주셨던 분들께 메일 드립니다.
우리는 인터넷과 VPN을 연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업무 시간 내내 그 누구와도 진심으로 소통할 수 없기도 합니다.
원격 근무 상황에서 지친 마음을 출근 전에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카카오에서 했던 지난 4년간의 출근은
때로는 설레었고, 즐거웠고, 때로는 불안하고 괴로웠습니다.
[크루의 컬러 명상]은 불안한 출근길을 걸었던 마음을 떠올리며 만든 콘텐츠입니다.
세션은 끝났지만 여러분의 다가올 출근들은 조금 더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 2022.3. 퇴사 인사 메일 중에서
목요일 아침 9시 50분까지 전달드린 줌 링크로 접속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벅찬 마음이었습니다. 인원 제한을 받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 매번 서른 명쯤 되는 인원이 모였어요. 이렇게 다양한 팀, 다양한 일을 하는 서른 명을 앞에 두고 업무상 PT를 할 기회도 흔치 않죠. 하물며 담당하는 업무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고? 처음엔 믿기지도 않았어요. '... 왜 오셨지? 나를 뭘 믿고? 왜 내가 하자는 대로(?) 눈도 감고 호흡도 다 따라 해 주시지?' 얼떨떨한 마음으로 2주쯤 지났던 것 같습니다. 3주 차부터는 참여자의 얼굴과 이름도 외워졌고, 세션 외 시간도 대화를 주고받는 분들도 생겼어요. 스케줄상 줌에 들어오진 못하지만 메일로 열심히 보고 있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세션에 불참자를 위해 같은 내용을 메일로 보내는 뉴스레터 출근 10분 전을 만들었습니다.)
10분의 세션이 끝나면 각자 채팅창에 출석체크를 하고 자유롭게 퇴장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원없이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마지막 한 분이 줌에서 나가면 세션도 끝납니다. 줌을 종료하면 잠시 멍해졌어요. 이게 뭘까? 어쩌다 내가 사내명상 진행을 해서 이렇게 많은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인지 신기하더라고요. 오늘 함께 명상한 동료가 근무 시간동안 평화롭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내가 그러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리면서요. 너무 힘들었고 답답했고 어디에 말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말 해봤자 민폐이고 하소연이기만 할 테니 결국 나약하고 부족한 내가 문제구나! 하는 악순환을 잠시 멈출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저는 이제 저런 감정의 악순환을 만나도 그럭저럭 빠져나오게 된 것 같거든요. 무엇이든 반복하면 습관이 됩니다. 6주간 아침 명상을 함께한 분들에게도 그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이 어찌나 아쉽던지요. 6주간 이어진 세션에 두 번 이상 참여한 분들에게 따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개인적인 경험들이기에 공개 여부에 대한 동의를 일일이 구했습니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기쁘네요. <카카오 크루의 컬러 명상>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몇 번을 해도 모자란 감사를 전합니다.
- Q. [크루의 컬러명상] 이전의 명상 경험에 대해 알려주세요. / 응답률 1위 (52.9%)
: 처음 접한 명상이 라라와 함께라서 더 좋았어요. 고요한 마음의 시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마음 복잡한 시기에 적절하게 명상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즐거운 컨텐츠 참여를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 Q. [크루의 컬러명상]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 응답률 1위 (58.8%)
: 출근 전 잠깐이나마 내 마음을 정돈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에도 더 길게 해보고 싶었다.
: 혼자 명상을 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함께 명상하는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좋았어요.
: 짧은 시간의 명상이 하루를 시작하는데 마인드셋을 정리하는데 좋은 영향을 주었어요
: 주 1회 3분이란 시간이 생각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명상 하면서 들었던 말과 색을 한번씩 떠올리면서 힘들때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 Q. [크루의 컬러명상] 참여 후 변화된 점이 있다면? / 응답률 1위 (46.9%)
: 하루 10분만 내어줘도 나의 24시간이 이토록 평안해질 수 있다니! 가성비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주일 중 가장 지치는 목욜 아침 잠깐 출근전 맘을 다잡는 시간이 되어 좋았습니다.
: 컨디션이 나빴다가도, 목요일 아침에 명상하면 오후까지 마인드 컨트롤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해요.
이직을 위한 퇴사가 아니라서 한동안 쉬게 될 줄 알았는데, 반강제로 매주 마감이 생겼어요. 사내 세션은 끝났지만 함께 시작한 뉴스레터는 계속 운영하고 싶어졌거든요. '사내 세션 불참자를 위한 뉴스레터'에서 '출근길 마음챙김을 위한 뉴스레터'로 살짝 리브랜딩도 했습니다. 끝까지 많은 것을 남겨준 멋진 회사에 다녔네요.
누군가의 멘탈은 저마다의 개성에 맞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고 믿어서 저는 저를 멘탈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릅니다. 기존에 있는 직업도 아니고 낯선 타이틀이라 가끔은 소개하기 주저될 때도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는 처음으로 '아, 나 멘탈 스타일리스트 맞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직 저를 다 모르지만, 분명한 건 퇴사 후 어쩌면 저는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