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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Oct 21. 2023

살아있는 한 계속 움직여야하는 이유

지속가능한 취미를 찾는 중입니다 - 건강한 음식먹기1

청무화과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침에 신선한 식재료를 사 와서 직접 요리를 하고 점심을 챙겨 먹는 것이 좋아하는 일과입니다. 몰입해서 요리하는 즐거움이 점점 커지고 있기에 요리도 하나의 놀이이자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살림에서 파는 사과를 먹어보고 싶어서 집에서 가까운 매장에 한 번씩 들러봤습니다. 갈 때마다 항상 사과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길래  매장 직원분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사과는 매일 아침 10시 오픈 시간에 줄을 서야 살 수 있어요. 하루에 25분 정도만 사가실 수 있고요."



며칠 전  마음먹고 일찍 집을 나서서  9시 40분 정도에 매장에 도착해 봤습니다. 이미 제 앞에 3분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이더라고요. 앞문과 뒷문 각각에 줄을 선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오전 10시 정각.

매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양쪽문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뛰어들어갔습니다. 도 서둘러 사과가 있는 자리로 갔습니다.



그런데 사과가 없었어요. 혹시나 하고 과일코너를 한 바퀴 둘러봐도 사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사과는 없나요?"

"이제 사과는 거의 안 들어올 것 같아요."



너무 늦게 왔다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모처럼 일찍 매장에 온 김에 다른 과일이라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청무화과라고 적힌 과일이 딱 2개만 놓여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살짝 망설이는 사이 제 뒤에 서 계시던 어르신 한 분이 빠른 손동작으로 둘 중 하나를 가져가셨습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남은 마지막 제품을 얼른 집어 들었지요.



마트에서도 사기 힘들던 브로콜리도 1개 샀습니다. 오픈런을 했음에도 가지는 사는데 실패했습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제가 야채코너에 갔을 때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벤치에서 궁금하던 청무화과 하나를 꺼내서 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생김새와 맛이 제가 아주 어릴 때 먹어보았던 그 무화과와 많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남쪽의 작은 소도시에 살았던 저희 가족은 한 단독주택의 문간방에 세 들어 살고 있었는데 그 집 마당에는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매년 무화과가 열리면 주인집 할아버지가 직접 따서 다섯 살쯤 되었던 제게 주셨는데 그 맛이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생각이 날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달콤하면서도 상큼하고 약간은 깔깔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어린 제 입맛에도 너무 매력적이었던 거죠.



그 맛을 기억하고 그리워했었습니다.  무화과가 본격적으로 생산되어 나오기 시작한 시기가 오자 부지런히 사 먹어 보았지만 뭔지 모르게 그때의 맛보다는 싱겁기도 하고 육질이 너무 무르기도 하고 껍질과 붙은 하얀 과육 부분이 두터운 것도 같기도 해서 그때 먹었던 것이 무화과가 맞는지 헷갈리기만 했습니다.



오늘 청무화과를 먹어보고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먹었던 그 무화과는 청무화과였던 겁니다. 열매의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은 만큼 특유의 야생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반갑고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드디어 제가 찾던 바로 그 무화과를 찾았다는 기쁨에 집에 오는 길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제가 목표로 했던 사과를 사는 데는 실패했지만 사과를 사러 길을 나선 덕분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제가 애타게 찾던 추억의 무화과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목표라도 그걸 세우고 추구해 가는 과정안에 있어야만 미지의 다양한 기회들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과 사러 와보길 참 잘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천재 편집자로 불리는 미노와 고스케는 자신의 책 <미치지 않고서야>에서 진화는 위기에서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압도적인 양을 소화하고 나서야 보이는 세계가 있다고 말입니다. 절대 양은 배신하지 않으니 누구보다 많이 움직이라고 말합니다. 주변에서 비판이 쏟아질 때 자신을  지탱해준 것이 자신이 수행한 업무의 압도적인 양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네놈들이 자고 있을 때도 일한다. 누구보다도 맣은 양을 해치웠다. 그러니까 얕잡아보지말라고!’하는 확실한 감각이 손에 남아있으면 가슴을 활짝 펴고 싸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앞으로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러 나서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지금까지는 돈을 잘 버는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면 앞으로는 열중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어떤 일이나 제안이든 “하겠다”, “가겠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일단 움직이라고 제안합니다.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갖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작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인생을 걸고 열중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합니다.


인생을 걸 정도로 열중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체로서 욕망과 편애를 드러내고 일단 움직이라고 격려합니다. ‘죽는 것 말고는 그저 찰과상!’이라는 슬로건을 외치면서 말입니다.



이상 건강한 음식을 해 먹기 위해 야채와 과일을 오픈런해서 사본 아침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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