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어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비도 오고 이래저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고민하다가 출발이 늦었습니다. 헐레벌떡 도착해 보니 선생님이 쪽지시험 종이를 나눠주고 계십니다.
아뿔싸.
지난 시간에 배운 단원이 끝나고 오늘은 새로운 단원이 시작하는 줄 알고 복습 없이 가볍게 왔는데 아직 마무리가 된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 없이 끄적이며 다음 시간에는 꼭 복습을 하고 오리라 다짐해 봅니다.
분기에 한 번씩 신청을 받아서 운영되는 일본어 수업에 2번째 등록을 했습니다. 책 한 권을 반씩 나눠서 진도를 나갑니다. 총 10개 단원 중 6번째 단원이 끝나가는데 점점 어렵습니다.
히라가나도 전혀 모르던 제가 일본어를 배우고 좋은 점은 길 가다가 마주치는 음식점 간판을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띄엄띄엄 한자씩 읽다 보면 익숙한 단어가 튀어나옵니다. 딸아이가 처음 한글을 깨치던 때 어설픈 발음으로 한자씩 간판을 읽어 나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공간과 사람들에게서 전혀 모르는 문자와 음성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낯섦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언어를 알아볼지 아니면 그 생경함을 계속 즐길지 말입니다.
저는 일단 한 번 알아보는 걸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지 못했던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듣게 됩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일왕이 존재하는 일본은 현재도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호는 왕이 바뀔 때마다 함께 바뀝니다.
예를 들어 1997년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 때 아래와 같은 연호 중에 자신이 태어난 해가 속한 연호인 '헤이세이'를 선택하고 만 나이를 기입하는 식입니다.
1997년생 = 헤이세이 9년생
明 – 메이지 明治 1869 - 1912
大 – 다이쇼 大正 1913 - 1926
昭 – 쇼와 昭和 1927 - 1988
平 – 헤이세이 平成 1989-2018
令 – 레이와 令和 2019 - 2023
일본에서 생년월일에 대한 서류를 작성할 때 대부분은 자신의 출생 연도에 해당하는 연호를 먼저 체크한 후 현재 년도와 연호의 시작 연도 간의 차이를 계산하여 적는다고 합니다.
언어를 배울 때는 그 고유의 문화와 여러 가지 측면들을 함께 들여다보고 간접체험할 수 있어 더 재미있습니다.아직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머리만 살짝 흔들어도 날아가버리는 수준이지만 서서히 조금씩 나아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