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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Apr 05. 2024

초콜릿의 마지막 향기

지속가능한 취미를 찾는 중입니다 - 명상하기 3

암생존자지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원데이명상 클래스에 다녀왔습니다. 여러 가지 명상을 했는데 그중에 먹기명상에서 경험한 것이 인상적이어서 기록을 해봅니다.



ABC 초콜릿 한 개씩을 받아서 포장을 풀어 앞에 놓습니다. 호흡을 하다가 초콜릿을 손으로 들어 올려 생긴 모양새를 관찰합니다. 네모진 가운데 둥글게 굴린 모서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검정에 가까운 갈색빛깔도 보입니다.



이번에는 초콜릿을  자신의 코앞에 가져갑니다. 가까이에도 두었다가 멀리에도 두었다가 하면서 냄새를 맡아봅니다. 가까이 가져왔을 때 풍기는 달콤하고 쌉쌀한 향이 굉장히 진하고 자극적입니다. 이전에는 향을 이렇게까지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다음엔 초콜릿을 입술에 살짝 갖다 대어봅니다.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집니다. 굳어있던 초콜릿이 입술에 닿으면서 살짝 녹아 입술에 흔적을 남깁니다.  



드디어 초콜릿을 입에 넣어 혀로 굴리고 녹이다가 이빨로 씹어먹어 봅니다. 덩어리가 부서지면서 달콤하고 끈적한 맛이 배가되고 입안이 초콜릿향으로 가득 찹니다.



어느새 목구멍으로 초콜릿 물결이 다 넘어가고 원래의 깨끗한 상태로 돌아올 즈음 약간의 불쾌한 향이 코를 통해 전해져 옵니다.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화학약품의 냄새가 은은하게 입안에 남아있습니다. 미세하지만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먹기명상을 한 후로 잠깐이지만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이 주는 여러 가지 감각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음식을 집어삼키는지 선명하게 자각이 되더라고요.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 초콜릿의 향을 생각하면 당분간 가공식품은 멀리하고 싶어 집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들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나니 선택에 더 신중해지고 건강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생활 속 실천으로 옮겨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식탐이 기승을 부릴 때 주기적으로 먹기명상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먹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신 분, 다이어트가 필요한 분들께 먹기명상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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