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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Mar 24. 2024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

지속가능한 취미를 찾는 중입니다 - 수필 쓰기 2

설강화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살얼음판이다. 내향형 아이들에게 매 학기 시작은 부담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공간까지 낯선 곳으로 이동하였으니 오죽하랴. 첫 주에는 우리 딸이 한밤중에 엄마를 불러내어 대성통곡하더니 이번 주엔 친한 언니네 둘째 딸이 자퇴를 이야기하며 한밤중에 울더란다.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지만 이런 고비를 겪어보고 잘 지나가는 것도 배움의 하나이겠거니 하며 중심을 잡아본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맛있는 간식이나 잘 챙겨놓고 최대한 집에서는 스트레스 안 받도록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런데 부모인 우리들도 불안하니 한 번씩 안 해도 될 말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고 나면 뭐라도 스스로를 단련하고 돌보아서 그런 횟수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마다 찬물샤워를 한다는 언니가 나보고 찬물로 손이라도 씻으면서 정신을 단련해 보라고 한다.


“언니, 저는 찬물샤워는 엄두가 안 나고 근처 식물원 연간회원권을 끊었어요. 틈틈이 가서 힐링하려고요.”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내준다.


내친김에 지난주에 식물원에 가서 찍은 설강화 사진을 보내주었다.


“후아, 기운이 전해진다.”


“그죠? 한참 보고 왔어요.”


“이 기운으로 오늘 살아야겠다!”


“네. 파이팅 해요, 우리.”


“땡큐! 전설강화.”


 “크크크”


“너 이름 바꿈.”


좋은데요?”


설강화는 초봄에 일찍 피는 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종종 땅에 눈이 남아 있는 동안에도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영문이름은 스노우 드롭(SNOWDROP). 숨어 있는 종모양의 자그마한 흰색 꽃이다. 희망과 새로운 시작, 순수함을 상징하며 많은 문화권에서 겨울의 끝과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고 한다. 때때로 문학이나 예술작품에서 저항이나 생명이 역경을 이기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다.


그렇게 전설강화라는 이름을 받아 들고 우리 딸들이 시련의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고 다시 피어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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