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다

by 전민재

잠이 오지 않는다. 갑자기 내 앞에 펼쳐졌던 전경들이 모두 배경으로 사라지고 내 몸과 나 자신이 전경으로 올라왔다. 매일 접촉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낯설다. 언제부터 어떤 과정으로 내 몸에 암세포를 품게 됐는지 추적이 잘 안 된다. 왜 이런 일이 지금 여기서 내게 벌어졌는가. 내 인생은 또 내게 무슨 말을 건네려고 하는가.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던 내 건강이 아우성을 치며 스스로 제일 앞 줄에 올라섰다.


유방검진을 받으러 혼자 외출했을 때, 모양과 크기가 안 좋다고 3차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병원 문을 나섰을 때 웃기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밖에 나와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그동안 너무 스스로를 집안에 가둬놨구나.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나는 이제 건강해지면 집밖으로 나와야겠구나. 그동안 많이 답답했구나.’


그리고 일부러 병원근처를 뱅뱅 돌며 걷다가 아이가 먹고 싶다는 햄버거를 사서 버스를 탔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죽음.


내가 혼자 남겨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먼저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에 아이와 남편 말고는 미련이 없다. 아니 아이와 남편으로부터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내가 스스로 만든 올가미지만) 시원하기도 했다. 난 왜 스스로를 집에 가두었을까. 코로나가 좋은 이유가 되어 주었다.


집에 도착해서 유튜브나 사이트들을 돌아보니 나는 유방암 3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이미 피부함몰이 있고 두께가 두꺼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내가 만난 2명의 내과, 외과 의사가 왜 그렇게 진지한 태도와 얼굴로 내게 준비하라고 얘기했는지 알겠다.


이건 진짜 상황이다. 월요일에 병원에서 ‘암이 아니었어요.’ 하고 전해들을 확률은 그야말로 0퍼센트다. 이젠 내 눈으로 봐도 암일 수 밖에 없다.


비현실감.

믿어지지 않아서 아무일 없는 듯 평정심을 유지하다가도 한 번씩 두려움에 온몸이 파르르 떨린다. 긴장하고 있다. 긴장이 풀림없이 가속화되고 반복되어 예전처럼 번아웃으로 탈진하게 될까봐 그것도 겁이 난다.


심호흡.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암세포와의 대화. 이미지트레이닝.

전공분야를 살려서 작업도 해봐야겠다.


집안일은 어떻게하지?


병원결정.


부모님께는 언제 알릴까?


생각할게 많긴 한데 그간 내가 해왔던 잡다한 생각들을 안하다보니 그게 그건 거 같기도 하다. 아이교육이니 재테크니 모두 거추장스럽고 사치스럽게만 느껴진다.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지. 건강이 우선이다.


일단 자고 봐야지. 건강이 우선이다.


이제 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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