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의 보편성을 알고 자기를 수용한 날
고미 타로의 <누구나 눈다> 라는 그림책은 딸아이가 어렸을 때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 그림책이었다. 제왕절개 수술 이후로 처음으로 하게 된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내가 제일 고민하던 것 중에 하나는 내 코골이였다. 가족이 아닌 친구들이 함께 1박으로 여행을 가자고 해도 망설여질 정도로 나는 내 코골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 예민하게 생각한다. 이전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친구와 함께 잠을 자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코를 골고 이를 가는 통에 한숨도 못자는 것을 경험해본 이후로, 그래서 내가 그 친구에 대해서 갖고 있던 호감이 사그라드는 것을 직접 겪은 이후로 생긴 나의 자기 보호 방침 같은 것이다. 그래서 코골이 때문에 가장 비싼 1인실의 입원비용을 감당해야할지 미리 고민할 정도로 내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처음 병원에서 입원수속을 밟을 때 배정해준 5인실에 있다가 자리가 빈 2인실로 자리를 옮겨보면서 의외로 사람들이 코를 잘 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명 남짓한 사람들 가운데 나와 남편, 우리 두 사람만이 돌아가며 코골이를 하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고 민망했다. 하지만 함께 입원했던 그 누구도 우리에게 불평하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다가 2인실에 일주일간 입원해 있는 동안 두 번째로 바뀐 룸메이트는 이전의 사람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들어온 첫 날부터 탱크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는 등의 불평불만을 내가 들으라는 듯이 대놓고 자기들끼리 뒷담화하는 것이었다. 내 코골이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난리난리를 피우며 담당 의사와 간호사에게 만날 때마다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는 방을 바꿔달라고 소란스럽게 요청했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미안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전 룸메이트가 너무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늦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다행히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사정으로 다른 층에 있는 집중치료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들어온 세 번째 룸메이트는 조곤조곤 우아하게 말씀하시는 60대 할머니와 약간 철없어보이는 30대의 딸이었다. 너무 고운 분들이어서 이분들에게 코골이피해를 주게 될까바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 미리 얘기를 할지 말지를 몇 번을 고민하다가 일단은 코골이를 덜 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긴장상태로 취침에 들어갔다. 남편과 서로가 코고는 것을 알아채면 깨워주기로 약속을 했기에 계속 긴장상태로 있느라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 방에 있는 모두가 잠이 들고 온전히 나 혼자 깨어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 눈에 그렇게 참하게 보이던 그 두 모녀도 코를 곤다는 것을.
특히 새침하던 딸 쪽은 내 남편만큼 큰 소리로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황당하면서도 그 코고는 소리에 내 맘이 편안해졌다.
‘누구나 코를 고는구나.‘
‘단지 자기가 코를 고는지 아닌지 아는 사람이 있고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
몰라서 당당할 수 있다면 그게 나을까. 아무튼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간 밤이었다. 삶이란 참 일관성 있게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