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의 수녀님과 뇌전이

불안과 함께 시작된 병원생활

by 전민재

수술을 전후로 해서 불안이 내게 찾아온 순간이 있었다. 간호사의 실수로 수술실로 가다말고 갑자기 핵의학과에 가서 남은 검사를 먼저 받고 수술실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낯선 환경에 갑자기 혼자 내팽개쳐진 기분에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등골이 오싹해질만큼 아픈 주사를 2번이나 왼쪽 가슴의 유륜에 놓아준다. 그렇게 병원의 여기저기를 둘러 둘러 뒤늦게 도착한 수술실. 원래 있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마음속 불길에 누가 휘발유를 끼얹은 듯 내 마음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수술실이라고 적힌 문이 열리고 나를 데려온 분은 나를 태운 침대를 그 공간의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놓아두고 사라졌다.


얼굴을 살짝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수술을 위한 중앙 데스크 같은 곳의 바로 옆이었다. 아무런 안내도 없이 혼자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바쁜 몸짓으로 나를 스쳐지나가던 하얀 옷의 수녀님이 다시 내게 다가오신다. 얼마나 반갑던지. 6시간이나 되는 생애 최초의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 낯선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 나의 존재를 지나치지 않고 알아봐준 사람이었다. 수녀님은 내게 먼저 자신이 나를 위한 기도를 헤도 되겠는지 물어보셨다.그리고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기도를 내 옆에서 해 주셨다. 그리고나서 수술을 안내하는 분이 와서 문진을 하고 23번방이라고 씌여진 문에서 나온 두 명의 사람이 나를 주시하더니 금방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내 침대를 수술방으로 말없이 데려갔다. 불안이 왔을 때 내게 먼저 손 내밀어 함께 기도해주는 사람의 존재가 너무 반갑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차가운 수술실에서 암제거 및 재건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난 오후에 유방외과의 주치의 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좀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대뜸 머리가 자꾸 아픈데 혹시 뇌전이가 된 것은 아닌지를 되물었다. 6시간이나 되는 긴 수술을 무사히 잘 마쳐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인사를 해도 모자랄 상황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런데 그 때 나는 모든 것이 불안했다. 여러 다른 후배 의사들과 함께 회진을 오셨던 교수님은 당황하신 듯 말씀하셨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히 회복하는 데에 집중하세요.”


그렇게 반성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유방 복부재건을 해주신 성형외과 교수님이 병실로 회진을 오셨다. 거기서 나는 유방외과 선생님께 여쭤보지 못했던 걸 질문했다.


“교수님, 제가 유방암 몇 기인가요?”


성형외과 교수님은 당황하신 듯 답하셨다.


“그건 수술에서 제거한 암세포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최종적으로 나와요. 유방외과에서 알려주실 겁니다.”


피부를 제외한 조직을 전부 절제한 내 왼쪽 가슴을 남편 말에 의하면 수술을 한 건지 의심할 정도로 이전과 비슷하게 성형으로 잘 살려주셨다는데 나는 감사인사를 해도 모자를 판에 또 자다가 봉창을 두들기는 것 같은 소리를 해버렸다.


유방암과 함께 나의 총기는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린 것인지 입을 열어 말을 하는 내 자신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당황스럽고 불안하고 그야말로 좌충우돌 그 자체였던 병원생활이 불안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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