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ing myself Apr 29. 2024

친절도 돈처럼.

episode 5. 무례한 이들에게

  살다 보면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친절하거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고 반대로 상식 밖의 차갑고 착취적이며 무례한 사람도 있다.



  뭐 어느 나라든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고 그렇다지만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여행 오면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동감한다. 어느 정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 특성도 있는 거 같다. 상대의 직업, 타고 다니는 차종, 집의 자가 유무, 외모, 입고 있는 옷 브랜드 등 사람을 평가할 때 세속적인? 요소들로 평가하고 판단하며 그에 따라 대하는 태도도 다른 듯하다. 상대의 성품, 고유의 개성, 열정 등 무형의 반짝이는 것들은 별로 귀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면이 분명 있어 보이긴 한다. 서로 가진 걸로 판단하고 그게 계급이 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래서 다들 무시받거나 다치지 않기 위해 날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가 외국인 눈엔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요 며칠 만난 한 분은 다정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다.

그 분과 최근 가까워져 이야기하던 중 그 사람의 정 많고 다정한 성격을 이용하는 주변인들이 많은 걸 목격하고 주제넘게 조언을 하였다. 다행히 그분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나의 의도를 좋게 잘 받아 주었고 손해는 보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최근 여러 시도를 하셨다.  

  

  나도 얼마 전 회사에서 무례한 여자 동생과 갈등이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직위이나 먼저 회사에 입사했다. 자기가 먼저 회사에 왔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나의 업무 스타일에 간섭을 했다. 그녀가 하는 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그녀처럼 하길 바랐다. 비유적인 표현을 들자면 라면을 끓일 때 건더기를 먼저 넣는가 수프를 넣는가 하는 그런 부분까지 자기와 같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일을 하며 세부 과정에서 나름 터득한 방식이 그녀에게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이었고 사사건건 간섭과 틀렸다로 평가를 하며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도 본인 스타일 대로 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는 그녀는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거나 이유를 대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었다.

좋게 좋게 넘어온 일들이 그녀에게는 내가 따지지도 못하는 호구처럼 보였는지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내 업무방식을 가지고 따져 들었다.

왜 자기가 하는 방식대로 안 하냐고 큰일이 난 것처럼 언성을 높였다. 뭐가 문제인지 방식이 다르지 결과는 같다고 이야기하는 내게 뭐가 같은지 설명해 보라고 자꾸 묻는 게 이건 선을 넘었다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설명을 할 만큼 이게 큰 일인가요? 결과가 같은데 사람이 다르니 방식은 다를 수 있죠. 아닌가요?“



  그녀는 원래와 다른 내 모습에 당황한 건지 기분이 나빴던 건지 혹은 둘 다였겠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아니요”라고 말한 뒤 같이 있던 공간을 벗어나 분을 삭이러 갔다.


  그때 스멀스멀 나도 통쾌함이 밀려왔다.

화나기보다 웃음이 났다. 그리고는 내가 조언했듯이 나 역시 친절함과 웃음을 아무에게나 베풀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런 일도 웃어넘길 만큼 나도 많이 컸구나 하고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친절함, 배려는 무형의 것이니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되며 끊임없이 생성되는 것이라 자만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친절함도 돈과 같이 제한되고 누군가에게 친절함을 베풀면 그만큼 나의 하루에 할당된 친절함 게이지가 준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친절함도 친절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가끔은 나의 친절함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승인으로 받는 착취적인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전 05화 안녕? 오랜만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