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나의 불편한 사람들
일 년에 봄, 가을 두 번 열리는 학술행사로 전공과 관련한 최신 지견을 알 수 있고 또 한 편으로는 내가 학부, 대학원,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병원 수련까지 약 8여 년 간에 만난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간이다(그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쓰려다가 기회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기간’이라 써본다).
학회는 3일간 진행되었는데 학회 장소에 돌아다니다 보니 불편한 인연들이 드문드문 눈에 보였다. 마치 친하지도 않은 친척을 보는 명절 같은 기분이랄까? 밥을 먹어도 강의를 들어도 부대끼는 기분이다. 그런데 명절은 하루인데 학회는 3일이라니!!
학회 기간 동안 약속하지 않았던 사람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좋은 강의는 내 맘에 남아 다시 전공에 대한 열정을 지피웠다. 아~ 이런 공부를 해보면 되겠구나 설렘이 밀려왔다.
좋지 않게 인연을 끝낸 선후배는 빠르게 지나가며 모른 척도 했다. 그들이 나를 보았는지 안 보았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내 삶에서 스쳐 지나가기를 바라며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그들을 지나쳤다.
어떤 관계는 버겁다.
‘잊히는 것은 축복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힘든 시기에 쌓은 인연과 나를 힘들게 했던 일부 사람을 일 년에 한두 번 마주하는 건 꽤 심리적 신체적 타격이 크다.
3일 행사를 마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심한 감기에 걸려 골골송을 부르며 침대 밖을 나오지 못하고 글을 쓰고 있다. 과거 내 대인관계를 돌아보며 ‘나는 왜 좋은 인연을 만들지 못할까?’ 하고 한탄해보기도 한다.
또 한 편으론 약 8년의 시간 동안 웃으며 인사할 인연은 열손가락 안에 든다는 건 그만큼 좋은 인연을 만드는 건 참 어렵단 생각이 든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고마움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가족도 내 마음에 다 들지 않고 밉고 싫을 때가 많은데 남이야 오죽하랴? 내 곁에 남은 사람의 수가 아닌
그 사람과 관계의 질에 집중해 본다. 아, 그래도 가족만큼 좋은 사람도 내게 몇몇이 있구나. 나를 품어주고 나 역시 모든 걸 내어줄 몇몇의 사람들. 속상했던 가슴이 다시 따뜻하게 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