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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 myself Mar 31. 2024

MZ 안에 사람이 있다.

episode 2. MZ 세대라는 이름을 빌려 보호받는 여자

  상담 장면에서 너무 자주 들어 지겨운 단어는 ‘MZ세대’이다. 40-50대의 기성세대 내담자들은 직장 내에 있는 MZ 사원들을 당최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아우성이고, 흔히 말하는 MZ세대 사원(20~30대)은 기성세대들의 의견을 ‘라떼’취급을 하며 들어보지도 않으려 한다(나도 MZ세대에 속하는 나이지만 나는 내가 흔히 말하는 MZ, 꼰대 등 어느 정의에도 정확히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속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옛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만난 자칭 ‘MZ녀’라는 20대 초반 그녀가 떠올랐다. 난 홀알바를 지원했고 알바일이 아닌 다른 날에 나와 일을 며칠간 배우는 수습 기간 후 알바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알바 사수?는 내 근무날 나와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이 정말 MZ중의 MZ라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 내게 일러뒀다. 그 으름장에 마치 테러리스트라도 만나야 하는 사람 마냥 미리 알바 시간이 다가오는 게 두려워졌다.


  막상 만난 그녀와 며칠 일해보니 알바 사수의 말이 조금은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았다. 둘이 같이 일하지만 전혀 함께 일하는 내가 없는 듯이 행동이 자유분방한 편이며(근무 중 아무때나 나가 담배 피우기, 유튜브 소리를 옆에 있는 내가 들리게 청취하기 등) 일을 함에 있어 공정하게 나눌 수 없는 일이며 사실 공정함으로 따지자면 홀알바인 내가 아닌 주방 알바인 그녀가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물을 처리하는 것이 맞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일을 나보다 많이 하지 않게 나에게 떠미는 편이었다. 또한 자기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알바를 오래 해와서 사회경험이 많다고 잊을만하면 이야기했다.


  그녀의 눈치 안 보는 행동은? 자기를 보호하는 기제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게 도움을 주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난 MZ니까! 이 한 마디로 설명도 필요없어지게 된 현 상황이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좀 아쉽다.




   그녀의 빤한 속이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이왕지사 일하러 온 곳이니, 그녀처럼 하나하나 일을 나누고자 잔머리 굴리느니 몸을 쓰는 게 덜 괴롭다 생각하기에 그냥 그 시간을 충실히 보냈다. 그녀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내가 고분고분 자기 말을 들어주고 자기보다 일을 더 하고 있음에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러고는 가끔 자기 썰을 풀며 헤헤 거리는 모습이 예쁨 받고 싶은 그 나이 다워서 그리 밉게 보이지 않았다.


  MZ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자기 할 말은 다 하며 이기적이다는 등, 가끔은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인류?처럼 기이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MZ라고 퉁쳐지며 본질이 뭉그러뜨려지는 느낌에 많이 아쉽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은 다들 비슷한 공통점이 있고 또한 각자 다르다.

  심리학과를 다닐 때 전공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 중의 하나다. 사람 간 공통점이 있기에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할 수 있음과 동시에 각자 개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 주는 시선이 학문에서 참 따뜻함이 느껴져서 정이 갔달까? 이 말은 열등감이 많던 내게 사실은 나도 어디 특별히 모나지도 잘나지도 않은 보통 사람에 속하고 내가 부러워하는 이 역시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한 인간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여 비교의 마음을 줄이고 나를  편안하게 해줬다.



  MZ세대들은 대체로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부모, 직장 상사와 지내온 배경이 있다. 그 세대가 보이는 모습들은 아르바이트생 MZ 그녀의 행동처럼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오는 방어적인 행동, 즉, 방어기제 같기도 하다. 또한 세대 전체에 흐르는 부익부 빈익빈의 불공평이 더욱 견고해져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 그러니 손해, 부당함에 민감하여 어쩌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도 끊임없이 자기주장을 하고 개인주의나 공평을 그리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기성세대, mz세대라고 누군가를 유형화하여 정의하기 전에 그 사람 자체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서로 외계인을 바라보듯 하거나 편 가를 것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은 서로를 녹이는 강력한 힘이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다름 전에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니까.


<저작자,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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