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기준은 나의 마음이며 예의는 필요해
얼마 전, 몇 년간 안 본 과거 직장 동료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평소에 안부도 주고받지 않았던 사이이기에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뜸 인사받은 게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받는 순간 결혼식을 가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고 그래도 경사인데 안 가면 미안하고 가게 되어도 인연이 이렇게 다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 같다(안부 없이 정말 모바일 청첩장만 받아서도 내가 느끼는 불편감에 한몫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지인의 결혼식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어질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부조만 하였고 불편한 마음에 대해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지만 남자친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청첩장 주는 게 고맙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난 이해할 수 없어.
그래. 정 많고 굉장히 사회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남자친구의 그런 반응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하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른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여자친구로서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이 청첩장 사건(?)이 기분이 썩 좋지 않고 불편했던 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늘었고 자기 사랑도 늘었는데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나의 기분을 살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 마음 편하게 해주는 데 좀 더 초점을 두는 자기 사랑이 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인생에서 나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을 경험적으로도 그리고 공부하는 심리학에서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관계에서 요즘 나의 기분과 나의 평안을 기준으로 선택하다 보니 주변에서 서운하다거나 일부 지인들은 내가 생각보다 냉정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곤 한다. 지인들이 자신에게 좀 더 관심 가져달라, 시간 써달라는 애교 섞인 관심인 건 알아 그러려니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 역시도 자신에 대한 이해만 바라는 상대의 태도에 실망스럽고 서운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내게 이해와 관심만 바라는 상대와 깊게 관계를 이어갈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만난 모든 인연들을 떠올려본다. 어떤 사람과 오래 관계가 이어졌더라? 아무래도 나는 기간에 상관없이 내게 존중과 배려를 항상 기본에 둔 사람이 좋다. 사랑하는 마음만 넘쳐 냄비처럼 끓어 넘 칠 마음으로 나를 소비하는 관계도, 피상적이고 친밀감이 없는 외로운 관계도 싫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인연이 되어 만나는 것은 우연이고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어느 장소, 어떤 장면에서 또다시 상대와 재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에 맺고 끊음을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인연에 내가 괴로우며 상대와 좋지 않게 헤어지거나 과도하게 갈등을 빚어도 인연은 또 장난처럼 언제 다시 상대를 내 앞에 데려다 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가오는 인연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되 괴로움을 느끼는 관계는 선을 그어보자고 다짐해 본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이며 나의 인생의 가장 친한 친구도 나이기에 나에게 좀 더 다정해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