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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 myself Mar 29. 2024

프롤로그

삶에 청소가 필요한 순간


‘오… 이거 개이득인데?
안 사면 바보겠어.
이거 사면 주방 타일이나
반려견 집 소독 뭐 안 되는 게 없다잖아?
거기다가 정가보다 싸니 뭐 손해 보겠어?’


  그렇게 오늘도 인플루언서가 공구하는 스팀청소기를 샀다. 여러모로 다용도라 했지만 사실 상세페이지는 대충 이미지만 본 채 이미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만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의미로 그제야 읽어본 상세 페이지다.



  하루에도 수많은 광고에 파묻혀 산다.

특가다, 공구다, 최대할인이다는 말에 어느덧 담다 보면 통장이 텅장이 되고 더 무서운 건 빈 통장보다 어지러운 집안 환경이다. 너저분한 집은 보기 좋지 않은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리할 물건이 늘어나니 그만큼 청소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내며 시간의 여유가 줄어든다. 좁아진 물리적 공간만큼 내 정신적인 여유도 없어진다는 게 더 최악이었다.


인스타의 광고로 산 물건 중 하나.혹 하면 훅 산다.



  더럽고 물건 많은 방을 보면

‘나 물건 이거 필요하지도 않은데 왜 샀지? 충동도 조절 못하고 한심하군’,

‘청소해도 왜 더러운 거야? 난 역시 청소를 못해. 맘에 안 들어’

하는 자기 비난의 수순으로 흘러간다.

기분이 나빠지다 심한 경우 우울감에 젖어들 때가 있다.



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에서

내 현재 마음을 너무 잘 설명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미니멀리즘을 실현하며 사는 출연진은 이전엔 맥시멀리스트였으나 물건을 사기 위해 일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구매함에도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무한루프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 그 루프를 끊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살게 되었다 한다.

나 역시 벌면 사고 사기 위해 버는 이 미친 짓을 끊지 못하고 반복하고 있다.

(이 다큐를 꼭 추천한다!)


  나도 비울 때가 온 것이다.

제어 장치가 고장 난 기차처럼 폭주하는 내 쇼핑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어 억지로 멈추려 한다.

멈출 수 있을까? 결심한 이후에도 머뭇거려지는 결정이다. 지금부터 칼은 뽑았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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