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ing myself Apr 01. 2024

쇼핑 금욕 후 얻는 깨달음 1

의지를 갖고 반복해갈뿐이다.

  오늘은 쇼핑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딱 일주일째다.


결과부터 말하면 사실 꽤 만족스러운 일주일이었다. 특가 광고를 보면서 쇼핑을 못하면 괜히 특가를 놓친다는 불안에 마구 쇼핑했던 지라 내가 이렇게 선전할 줄 몰랐다.


 쇼핑금지 계획
- 나의 ‘쇼핑’의 정의: 생필품(식비) 외에 당장 급하지 않은 의류를 포함한 잡다한 물건을 사는 것. 특별한 날이 아닌데 타인에게 물건, 식품을 사서 선물하는 것
- 기간: 26일(다음 월급일 전까지 우선 해보기)

  우선 내 쇼핑 금욕기를 도와줄 준비물은 네이버 캘린더 어플마음가짐일 뿐이다. 네이버 캘린더 어플 이외에도 습관 관리를 도와줄 여러 어플이 있으나 일정관리와 습관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직관적이어서 편리하다.


네이버 캘린더 화면. 습관으로 쇼핑금지를 설정하여 잘 하고 있는지 달성률을 확인할 수 있다.


  쇼핑을 일주일간 멈추며 깨달은 건…

쇼핑에 대한 갈망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또 생각보다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간 아른아른 되는 품목이 있는데 이번 한 주 간은 내게 화이트진이 그랬다. 봄이 오면서 변변한 밝은 색 바지가 없는데 바지를 구매하면 활용도가 높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월급날이 오면 꼭 하나 사리다 하고 필요한 옷이 추려졌다. 반면 쇼핑 금욕 중에도 인스타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옷은 너무 예뻐 보였는데 특히 하늘하늘한 흰색 랩 블라우스가 내 마음을 근질거리게 했다. 하지만 이걸 참아보자고 내가 쇼핑을 안 한다 했었지 하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멈출 수 있었다.


매번 생각이 들 때마다 사는 걸 멈추고 기다리는 단계에 돌입하니 오히려 옷을 구매할 날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의 행복세포가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복병이 찾아온 날도 있었다. 3/29일. 아는 사람과 약속이 있었는데 며칠간 울적해 보이는 그 사람의 얼굴이 아른거리니 내가 맛있어했던 동네 빵집의 빵이 떠오르며 ‘이거 무조건 사서 먹여야 해. 행복한 맛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겠지?’라는 충동에 동네 빵집에서 이거 저거 담았다. 그때는 이미 마음에서 ‘에이, 그래도 남 기분 좋게 해주는 건데’라는 생각으로 합리화가 다 마친 상태였다.

<사진: 저작자, unsplash>

  그렇게 기분 좋게 선물을 했지만

그 사람은 “에이 앞으로 이런 거 자꾸 안 사다 줘도 돼요”라고 말했다. 약간의 부담스러운 표정이 빈 말이라기보다 진심인 듯 했다.


  그 말을 듣고 어렴풋이 나도 누군가 나에게 커피나 음식을 사 올 때 예의상으로 그런 말을 던진 적이 있었다. 또 어떤 때는 다이어트 중이라 음식을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괜히 안 먹어도 되지만 아까운 이 음식을 어찌 처리하나 곤란한 경험이 있었다.

 

  또 그 사람의 말에서 내가 내 마음을 습관적으로 물건이나 음식을 사는 것으로 표현하는 행동을 많이 하구나 새삼 느꼈는데, 그게 또 관계에 그리 득이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엔 기꺼운 마음, 좋은 마음으로 선물했을 때라도 상대의 반응(당연하다는 반응, 고맙다는 인사도 안 하는 반응, 되돌아오지 않는 반응 등)에 따라 마음이 상해 관계에도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었다.



  쇼핑을 멈추며 첨엔 돈의 절제가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쇼핑을 멈추고 나니 마음을 아끼며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