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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상담소 양희조 Jun 24. 2021

상담을 권유받은 은정의 고민

(멜로가체질) 사별애도상담을 통해 건강한 애도를 다짐하는 은정

(가상상담)

멜로가 체질의 은정의 방문 


연인을 떠나보내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은정이 상담자를 만났다면 

[‘멜로가 체질’ 은정의 고민을 중심으로]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1) 은정의 고민


 이은정(전여빈)은 30세의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자신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제를 친일파와 그 후손을 만나 친일의 흔적을 좇는 것으로 정한다. 번번이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다가 친일파의 후손인 홍대(준우)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되고 영화 제작 과정 내내 함께하면서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1억으로 만든 영화는 300만 관객 확보에 성공하면서 부와 명예를 얻었으나, 은정은 홍대를 통해 그보다 더 한 가치는 사랑임을 발견한다.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그러던 중 홍대의 몸이 아프고 두 사람은 투병 생활을 함께 한다. 홍대는 아픈 자신을 은정에게 숨기지 않고 은정도 아픈 홍대를 지켜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던 홍대는 결국 삶으로부터 떠나고 말 없이 꿋꿋이 버티는 은정. 모두들 괜찮아진 줄 알았던 은정은 집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이를 발견한 동생 효봉(지온)이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은정을 또다시 잃게 될까 봐 두려워진 효봉과 오래된 친구 진주(우희), 한주(지은)는 은정의 집에 들어가 함께 산다.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안도하던 그 시기, 은정이 허공에 대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은정이가 누구에게 말을 하는 거지? 하지만, 차마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말을 꺼내지 못한다.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홍대가 떠난지도 벌써 2년. 효봉은 조심스럽게 누나에게 상담을 권유한다. "난 누나밖에 없어. 아랑이 누나 친구 중에 유명한 심리상담가가 있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다녀왔는데 좋더래. 우리한테도 추천하더라." 효봉이 어떤 마음으로 상담을 권유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은정은 대답한다. "응, 알겠어. 다녀올게." 은정은 막상 상담을 가려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 막막하다. 홍대가 떠난 이후로 기억이 없고 운 적도 없는 것 같다. 자신의 기분을 살펴보니, 기분이 없는 기분이다. 






2) '사별 애도상담'으로 다루기


  '애도'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면 哀(슬플 애)悼(슬퍼할 도)의 조합으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이라는 뜻을 지녀요. 애도는 사람을 사별하였을 때만 발생하는 건 아니고 소중한 직업을 잃거나 신체 기능을 상실하는 등 삶 속에서 여러 가지의 상실을 처리할 때 발생할 수 있지요. 은정 씨와의 앞으로 상담에서는 여러 상실 중에서도 '사람'과 관련된 상실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자 해요. 우리가 삶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 굉장한 슬픔과 그리움을 당면하게 되죠. 뿐만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삶에 대한 감각도 많이 변하게 되고요. 예전에 할 수 있던 일을 집중하기 어려워서 직업을 그만두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생겨서 일상에서 누리던 취미를 못 하기도 하고, 내가 꿈꾸었던 미래의 모습을 바꾸어야 하기도 해요. 애도상담에서는 슬픔과 그리움이라는 중요한 감정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사별로 인해 일상, 꿈꾸던 미래,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 그리고 정체성 역시 변화하는 과정을 다각적으로 바라봅니다.  


  누군가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고 잊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얹혀있는 애도의 주제는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우리 삶의 순간에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어요. 그 사람을 잊고 사는 것을 애도의 완결로 보지 않습니다. 애도는 떠나버린 그 사람을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애도는 하나의 프로세스이므로, 내 안에 고이고 막혔던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게 중요해요. 내게 깊숙한 자국을 남긴 이 상실을 바라보며, 내가 상실한 것은 무엇인지 의미를 살피고 나에게 중요했던 욕구는 무엇이었는지 찾아볼 수 있겠죠. 그렇게 아주 귀하게 찾게 된 나의 의미와 욕구를 돌보기 위해서 지금 이 현실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할 수 있고요. 결국엔 그 사람과 좋았던 것은 좋았던 대로, 힘들었던 건 힘들었던 대로, 단편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보면서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을 품고 일상을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앞으로 은정 씨와 함께 그 과정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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