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유튜버나 할까?

어림없는 소리!

by 삼십대 제철 일기
"나도 그냥 유튜버나 할까?"


혹자는 다른 이의 직업이나 성취를 얕잡아본다. 나의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남의 일은 견딜만해 보이기도 하는 걸까. 언젠가부터 유튜버라는 직업이 뜨면서 초등학생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 꼭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물론 유튜브 시장이 막 생성됐을 때라면 큰 고생 없이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독자 수를 늘리고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지금처럼 시장 포화 상태엔 웬만한 창의성이나 성실함이 아니고선 구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나는 한창 코로나19가 심각하던 시절, 1년 정도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했었다. 불가피한 외부 미팅이 없는 이상 집에만 있었는데 몸이 너무 편하다 보니 에너지가 남았다. 요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 취미 생활을 갖다가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원래도 아주 조금은 프리미어 프로를 다룰 줄 알았는데 자주 영상을 만지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 처음엔 가족과 찍은 영상을 편집했는데 내가 봐도 재밌었다. 컷을 잘라 재밌게 이어 붙이고 자막까지 씌우니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다.


나중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아무거나 내가 올리고 싶은 영상을 올렸다. 요리 레시피를 올리거나 제품을 리뷰하거나 브이로그도 올렸다. 그중 영상 하나가 터지면서 조회수가 수만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을 찍고 편집하기까지는 품이 많이 들었고 그에 비해 구독자수는 천천히 늘었다.


'직장인 유튜버들은 대체 이걸 어떻게 하는 걸까?'


유튜버가 전업이 아닌 투잡인 경우도 많다. 그들은 정말 퇴근 전후, 주말을 갈아 넣고 있는 셈이었다. 수백만 구독자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조회수만으로 돈을 벌기도 어렵다. 협찬을 받거나 광고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부감 없이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업이라고 해도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찍고 편집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1인 크리에이터보다는 소속사에 들어가거나 팀을 꾸려 하나의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히 전문적이었고 '그냥' 해볼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유튜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끔 대화를 나누다 보면 '퇴사하고 배달이나 해볼까', '요구르트 아줌마 해볼까', 'SNS를 키워볼까' 등등 특정 직업군이나 직무를 얕잡아 보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어림없다. 내가 지금 하는 일만큼 힘들고 혹은 그 이상으로 고되다. 물론 100세 인생, 노선을 바꾸다가 내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도 있다. 나는 몰랐던 내 안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한 번 해볼까?'로 시작하는 건 영 별로다.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 없이는 어디서나 큰코다친다. 차라리 선망을 하자.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선망하고 뻗어나가다 보면 길이 보일 테니. (흠… 그래서 나 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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