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가 돌아오면 또 던지면 되지
이맘때쯤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이름하야 요요(yo-yo dieting).
퇴사 후 나의 1순위 목표는 '건강'이었다. 라이프 사이클을 건강에 맞추니 그게 곧 '다이어트'가 되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니 살이 빠졌고 그게 건강한 삶으로 가는 길이었다.
애초에 나는 '예뻐 보인다'거나 '날씬해 보인다'는 말보다는 '건강해 보인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한 사람. 그러니까 다이어트가 주된 목적이 아니긴 했는데……막상 요요가 오니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초반엔 '다이어트의 정석'을 지켰다. 군것질은 피하고, 건강한 음식도 적당히 먹었다. 운동도 평일엔 거의 매일 했다. 별다른 기준은 없었다. 그저 숨이 찰 때까지,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했다.
나는 건강이 안 좋았기 때문에 살도 천천히 빠졌다. 하지만 건강하게 보낸 날들이 쌓이고 쌓이니 서서히 나의 몸도 바뀌기 시작했다. 부기가 빠지고 가벼워졌다.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진 않았지만 겉보기엔 변화가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나를 보는 이들은 나의 변화를 단숨에 알아챘다.
"살이 많이 빠졌지?"
"슬림해졌어."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런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했다. 그동안 관리하지 못한 몸에 대해 뒤늦게 민망해졌고, 늦었지만 바로 잡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잘하고 있군. 나 자신.
하지만 건강한 생활은 건강하지 못한 생활보다 훨씬 지키기 어렵다. 건강하지만 심심한 음식들, 허기지는 밤, 미루고 싶은 운동! 그야말로 정신력 싸움이었다. 그걸 몇 개월 하다 보니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금방 지칠까 봐 주말은 느슨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먹고 싶은 음식은 주말에 몰아서 먹고 운동도 쉬었다. 그야말로 탱자탱자 늘어지게 쉬는 날이 주말이었다. (이럴 땐 직장인 모드)
스스로 정해놓은 룰만 잘 지켜도 요요는 피할 수 있었다. 평일엔 바짝 조여서 살다가, 주말 정도는 자유를 누려도 금방 원상복구가 됐다. 문제는 룰을 어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온갖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깍두기' 취급했다.
-오늘은 우울하니까 자극적인 것 좀 먹어도 돼.
-컨디션이 영 안 좋은데 운동하지 말자. 다칠 수도 있으니.
-여행 온 김에 이번 주는 좀 쉬어가자.
분명 게임에 참여했으면서, 승부를 내지 않으려 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깍두기처럼. 그렇게 스스로에게 틈을 내어주기 시작하니 틈은 점점 벌어졌고 어느새 나 하나 빠져나가도 모를 정도로 구멍이 커졌다. 나는 그 구멍을 넘나들며 대부분 건강하지 못한 날들을 보냈다.
당연히 요요가 왔다. 최근 한 달 동안은 체중이 계속 늘었다. 물론 건강이 완전 망가졌던 퇴사 직후의 몸 상태와는 비할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했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에서 전과 같은 건강함이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내가 애썼던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낼 순 없지. 요요는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또 던지면 또 던져진다. 나는 다시 운동복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땀과 함께 나의 무기력과 나태함을 적셔서 내보내야지.
땀이 식고 드러눕고 싶어지면 거울 앞에 설 생각이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스스로 물을 작정으로.
"만족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