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의 친구입니까?

유독 친구가 필요한 날에

"넌 친구가 몇 명이나 있어?"

나는 살면서 이런 질문을 꽤 받았다. 어렸을 땐 사람을 좋아해서 뽈뽈거리며 만나러 다니기 바빴다. 주위 사람들은 그런 내가 신기했는지, 대체 알고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는 묻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을 좋아하는 버릇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인간적인 호감에 대한 이야기다) 난 새로운 곳에 가면 그전에 다짐부터 한다. 절대로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나는 그걸 한 번도 지켜본 적이 없다.

어떤 사람을 내 마음에 첨벙 던져 버리는 데 얼마나 걸릴까. 달리기로 따지면 난 초초초단거리 선수나 다름없다. 첫인상, 말씨, 옷차림, 걸음걸이만으로도 누군가가 좋아진다.

그만큼 실망도 빠르다. 일단 호감으로 시작하니, 비호감의 면모도 빨리 마주했다. 내가 보낸 마음만큼 돌아오는 경우도 드물다. 그 과정에서 상처까지 받으니 참으로 희한하고 연약한 기질이다.

그래서, 친구가 몇 명이나 있냐고? 그때마다 나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친구는 어떻게 세는 것이며, 어떤 관계를 친구라고 해야 하는지 갈수록 모르겠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가장 편하지만, 잠깐을 알더라도 밀도 있는 관계를 구축한 친구도 애틋하다. 연락은 거의 안 하지만 언제나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도 친구고, 가는 길이 같아도 든든한 길동무다.

그러나 높이 쌓아 올린 우정도 허물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힘들 때마다 서로 어깨를 두드려줬던 친구는 갑작스레 연락을 끊었고, 때가 되면 함께 만나던 친구들은 지역이 멀어지자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졌다.

생각보다 친구 관계는 정밀하지 않다. 작은 먼지 한 톨에도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마음의 병을 얻고 퇴사 후 두문불출하며 숨어(?) 지내는 동안에도 친구들과는 전과 같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물론 여전히 에너지가 부족해서 전화 대신 메시지를 선호하고 만남은 뒤로 미루고 있지만. 그들과 멀어질까 봐 꽤 긴장을 하고 있다. 새로운 친구보다는 서로 깊이 아는 친구가 점점 소중해진다.

내게 친구가 몇이나 있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누군가의 친구일까?

단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말고, 그 사람을 친구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 말고, 내가 그 사람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얼마나 있나. 누군가에게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긴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야말로 먼저 손을 내밀고, 뒤에서 밀어주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진한 우정을 쌓고 싶은 그런 친구.

"나이가 몇인데 친구 타령 하고 있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다리로 서긴 힘들다. 다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안정감 있게 오래 서 있을 수 있다. 서로 받쳐주고 힘을 실어주면 사나운 바람이 불어도 버틸만하다.

그러니 친구 타령은 유치한 게 아니다. 듣기 좋은 구수한 타령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