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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Jun 09. 2024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중)

출간 준비하다가 소송을 할 줄이야!

피아노 소곡집 맨 앞장에 시를 썼던 아이는 자라면서도 꾸준히 글을 썼다. 외로우면 외로워서, 신나면 신나서 썼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쓰고 싶으니까 썼고 흘러넘치는 생각을 어딘가엔 담지 않으면 머릿속이 시끄러워서 썼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다른 일이었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낭만'을 잃어갔다. 물론 나의 글쓰기가 전부 낭만은 아니었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온 신경이 업무에 쏠렸다. 잦은 야근과 회식에 덕였고 그 사이 인간관계에서도 감정 소모가 컸다. 지방에서 상경한 만큼 집 문제도 쉽지 않았고, 벌이는 작았지만 모아야 할 돈은 많았기에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나의 젊음으로 버텼던 나날들이 나를 키우기도 망치기도 했다. 

메모장이나 일기장에 조금씩 글을 쓰긴 했지만 '제대로 된 글'을 쓰긴 힘들었다.


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이야기를 지을 때면 신명이 났다. 등장인물을 만들어 내면서 조물주가 되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건을 배치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대신 느끼면서 울고 웃었다. 마치 무당이 굿판을 뛰어놀듯 나는 내 이야기 속에서 놀았다.


재능의 영역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어쨌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다. 정말로. 새벽에 섬뜩한 소설을 쓰다가 무서워져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임대주택 소재의 이야기를 쓰다가 슬퍼져 주말 내내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결국 나는 5년 전쯤부터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사람 1 정도..) 그저 혼자 쓰고 종종 가족에게(내가 사랑하는 나의 1호 2호 팬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다 신춘문예나 공모전에도 출품을 하게 됐고 번번이 낙선했다. 물론 이 정도로 당선될 거란 기대는 안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 우울해지긴 했다.


그 과정에서 '브런치'를 알게 됐다. 소설에 집중하기보다는 적당히 힘을 뺀 글을 쓰고 싶었고, 그 당시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집' 문제를 썼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했는데, 이 브런치북을 보고 출간 제의 연락이 총 세 번 왔다.


두 번은 검토 단계에서 무산 됐고 한 번은 성사됐다. 내가 원했던 장르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 책을 꼭 내고 싶었다. 나처럼 바짝 쪼그라들어 사는 세입자가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출판이었고, 나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기한 내 원고지 약 500매(A4 65매)에 달하는 완전 원고를 작성했다.


이 원고가 책이 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소송까지 갈 줄이야…….

살면서 지급명령신청을 다 해 봤다. 밤양갱? 아니아니! 아주 쓰디 쓰고 쓰디 쓰고 쓰디 쓴 지급명령신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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