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친구는

by 푸른언덕

군대를 막 제대한 22살 손자가 85세 할아버지와 둘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갈수록 잘 듣지 못하시는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본 손자가 마냥 예뻐서 살이 빠져서 쪼글 해진 손으로 이제는 단단해진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 없이 앉아계신다.


엄마는 점심 준비를 하느라 바쁘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있다 보니 손자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데 속은 따뜻해도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손자는 마침내 간단한 대화거리를 찾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어떤 친구를 제일 좋아하세요?"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는 듯하다가 짧게 대답하셨다.


"살아있는 친구"


손자는 그 대답을 듣고 대화를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친구관계나 인간관계로 자주 마음을 다치지만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팔십이 넘어가면 형제, 친구들을 계속 잃어간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친구 친지 소식들은 부고일 때가 많다.

오래 병을 앓아왔던 친구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다.


할아버지를 뵙고 엄마랑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손자는 부쩍 늙으신 할아버지의 외로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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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란 누구일까?


내가 보고 싶고 외로울 때 목소리 들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친구가 아닐까?


SNS 시대에 용무를 보는 일 외에는 갈수록 통화할 일도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통화하는 게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몇 명의 친구들과는 오랜만이라도 서로 편하게 전화하고 통화한다.

받지 않으면 바쁘려니 하고 그러다 보면 다시 콜백이 온다.

바로 받지 않고 한참 있다 연락이 와도 서로 서운해하지 않는다.

바쁠 때 전화를 받았더라도 친구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싶으면 안 바쁜 척 친구 이야기를 듣는다.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다 보니 진짜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쓸데없는 만남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고 살았었다고.

내게도 만나지 않게 되어서 편한 사람들이 있다. 만나도 자기 얘기만 하고 남 험담에 뭐든지 본인에게만 맞추려는 사람. 그 사람은 자신만의 세상에만 살고 있기에 나의 세상에서 나랑 같이 느끼고 호흡하지 않으니 내겐 살아있는 친구가 아니었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 누군가 대화상대가 필요하거나 이런 비 오는 날 말없이 빗소리 들으며 커피 향을 느끼고 싶을 때 같이 앉아만 있어도 좋은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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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남편이 교수로 재직하는 남쪽도시로 이사 간 친구가 SRT를 타고 나를 보러 온다. 친구가 오면 맛있는 거 먹으며 오래오래 수다 떨어야겠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으니 설명하지 않아도 술술 털어놓을 수 있는 게 많아 참 좋다. 식구들이 아직 잠든 주말 아침 혼자 아침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사랑하는 고마운 친구들아,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아 숨 쉬는 친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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