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열망
재택근무를 하다가 몇 달 만에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불편한 옷을 입고 사무실에 앉아있는게 엄청나게 고역이었다. 예전에는 당연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2년차 때 쯤일까. 회사를 가장 생기있게 다녔던 것 같다. 일은 적당히 익숙해지고, 나는 아직 어렸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당당했고,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해서도 당당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1년정도 한 지금. 나는 굉장히 어설픈 뚝딱이가 되어버렸다. 누구와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오며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나치는 것 조차 기가 빨렸다.
나의 mbti는 enfp다. 사람들을 만나야 에너지를 얻는 그야말로 e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와 재택근무를 겪고나니 밖에만 나가도 기가 쏙쏙 빨리게 변해버렸다. 사무실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소리에도 예민해져있었다.
사람은 이렇게나 적응의 동물인 걸까. 업무는 별다를게 없었는데,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있는 그 모든 과정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하루종일 노동을 한 느낌이었다.
아무도 날 괴롭히지 않고,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메신저와 메일로 소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나와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렇게나 힘든일인걸까.
오후 3시쯤 되니 뜬금없이 퇴사생각이 밀려왔다. 이 시간이 너무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이전에는 사무실에 앉아있는게 지겹다는 생각은 들었어도, 아깝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았다. 그러고보니 재택근무를 할 때에는 “나의 일” 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블로그도 쓰고, 투자공부도하고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많았다. 근데 사무실에가니 “남의 일” 만 하게 되더라.
아무리 꿀직무라도 주체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면, 금방 생기를 잃어버리고야 만다. 이전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퇴사를 마음먹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출근 하루에도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누가보면 배부른 소리 같다고 할 것 같다. 사실 배가 부른게 맞는 것 같기도하다. 배가 부르니까 슬슬 딴생각이 나는 거거든. 그치만 나는 참 희안하게도, 여전히 배고프고 새로운게 좋다.
세상에는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 나의 에너지를 이런 루틴한 회사일에 쑤셔넣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미 육아와 가정만으로도 지치는데, 남의 돈을 벌어주는 회사의 일에 내 에너지를 쓰는게 조금씩 회의감이 든다.
이 기록 후에 언제쯤 퇴사를 하게될지 궁금해진다.
적당히 적응하면서 또 잘 살려나?
나도 내 미래의 선택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