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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Aug 30. 2023

이거 모르면 부동산에 집 보러 가지 마세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의 2가지 비밀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겪는 흔한 어려움은 막상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잘 알아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게 맞는 건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부동산 소장님을 의지하면서도 그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보통은 소장님 말을 듣고, 부모님이나 직장 선배들에게 알음알음 물어보고 결정을 한다.


 조금 더 큰 틀에서 보면 쉬워진다.

 상대방을 알면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감이 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부동산이 거래되는 시스템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몇 가지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매물: 팔려고 내놓은 물건(집)




부동산 매물의 비밀

 살던 집을 전세 주고 이사 가려는 김주인(40)씨. 부동산에 전세를 내놓은 지 보름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다. 가격도 제일 싸고 수리도 잘 됐는데,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다.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지만 기다려 보라고 한다. 금방 계약이 될 테니 다른 곳에는 내놓지 말라고 한다. 집을 살 때 살뜰하게 챙겨준 소장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더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내놓은 집이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되고,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집을 보러 오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단계가 필요하다.

 간단해 보이는 위 단계들은 각각의 장벽들이 있다. 접수받은 물건을 네이버에 등록하지 않고, 혼자 가지고 있다가 거래하는 부동산이 있다. 진짜 가격이 좋은 물건의 경우 부동산이나 지인들이 직접 매입하기도 한다. 한편, 네이버에 등록되는 물건을 보고 있다가, 가로채는 부동산도 있다. 실제로 내가 임대를 주고 있는 아파트에 같은 층 물건이 올라오면, 다른 부동산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네이버에서는 몇 호인지 나오지 않는다). 간혹 직접 방문을 해서 어떤 집인지 알아내고, 물건을 접수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집을 구하는 사람이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매물 정보를 확인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한 경우에도 장벽은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집을 보러 올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이 있는가 하면, 퉁명스럽게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끊어버리는 부동산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소장님이나 실장님의 '영업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김주인(40)씨의 사연으로 돌아가보면, 위 단계 중 하나에 이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에서 접수한 물건을 네이버에 등록하지 않았거나, 사이트에 올라온 물건을 보고도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군가 부동산에 연락을 했지만, 집을 보러 오는 과정까지 연결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매물을 내놓는 입장에서 거래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위 단계를 살펴보면 더 많은 부동산에 내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김주인 씨의 사연에서처럼 많은 부동산들이 다른 부동산에도 물건을 내놓는 것을 경계한다. 어차피 '공동 중개망'에 올라온 물건을 함께 중개하기 때문에 한 곳에만 내놔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심지어는 여러 부동산에 내놓은 집을 보며 저렇게 여러 곳에 내놓으면 집이 '누더기'가 된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도 보았다.





수익 구조의 비밀

 신혼집을 구하려고 부동산을 방문한 김신혼(30)씨. 부동산 소장님과 함께 몇 개의 집을 봤다. 두 번째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소장님의 말을 들어보니 첫 번째로 본 집도 괜찮은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소장님은 아까부터 첫 번째 집을 은근히 좋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뭔가 찜찜하다.


 부동산의 수익 구조에 대해 이해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아래와 같이 집 구하는 사람과 집을 내놓은 사람이 같은 부동산을 선택하는 경우, 부동산은 양쪽 일을 처리하고 각각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즉, 내가 접수받아서 가지고 있는 물건을, 집 구하기 위해 나에게 찾아온 고객에게 거래하는 것이 가장 큰 수익을 안겨 준다.


 반면, 집을 내놓은 사람과 집을 구하는 사람이 각각 다른 부동산을 통해 일을 처리하는 경우, 고객은 각자 자신이 찾아간 부동산에 중개 수수료를 지불한다. 부동산에 찾아온 손님에게 '공동중개망'에 올라온 매물을 보여주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이런 경우다. 이를 '공동중개'라고 하는데, 이 경우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당신이라면 어떤 방식을 선호하겠는가? 내가 부동산을 운영한다면, 당연히 더 많은 수익을 얻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김신혼(30)씨의 사연으로 돌아가보면, 혹시 두 번째가 공동 중개 물건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동 중개 물건의 경우 집을 볼 때 다른 부동산에서 나온 사람을 만나 함께 본다. 간혹 상대방 부동산에서 약속만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 물건 자체가 더 좋아서 추천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공동 중개 물건이 아닌 것을 추천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능력 있는 부동산 소장님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신경 쓴다. 소장님에게는 고객으로부터의 연락과 집을 보는 과정들이 모두 '영업'이며 '마케팅'이다. 소장님의 외모, 부동산 사무실의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집을 보는 시간대와 순서, 날씨, 가격과 날짜를 조율할 수 있는 속사정 등을 훤히 들여다보며 일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모든 부동산 소장님들이 수익만을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 글에서 적은 비밀을 알면 '의리'를 지킨다며 한 곳의 부동산에만 집을 내놓고 기다리며 좋은 거래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집을 구할 때도 조금 더 객관적인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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