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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Nov 13. 2023

못난이 메이커

"계약 해도 되는거야?"


청약에 당첨된 지인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입지와 가격이 나쁘지 않고,

베스트는 아닐 수 있지만 꽤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고.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그걸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에


이번 당첨도 꽤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무려 13층이 된 것도 너무 축하한다고.

대출 잘 확인해 보라고.




방향이 남향이 아니라서,

동이 좀 끝 동이라서,

다음 청약할 단지 위치가 더 좋아서.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유를 듣자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작년 이맘 때,

결혼 후 15년간 무주택으로 돈을 모아

둔촌주공에 당첨된 친구의 고민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동이 별로라서.

층이 마음에 안 들어서.

집 값이 떨어질까봐.




사실 내 집이 아니라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몰라서

조언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저 나는 지금 현재 시점에서의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정도의 어조로 이야기할 뿐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청약에 너무 당첨되고 싶어 하다가도

막상 당첨이 되고 나면

'못난' 부분만 보인다는 점이다.


학교도 좀 먼 것 같고,

로얄동, 로얄층이 아니고,

방향도 좀 아쉬운 것 같고.


가질 수 있는 '최고'에 비해

아쉬운 부분들만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가진 패를 못난이로 만들어 버린다.






투자자로 살면서 중요한 생각의 습관 중 하나는

'BEST'가 아니라 'WORST'를 생각하는 것이다.


최고 좋은 집,

최고 좋은 수익률,

최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것.

그것이 선택의 시작점이다.


나쁘지 않은 집,

잃지 않을만한 투자 대상,

꽤 괜찮은 결과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가진 패가 별로라며

게임에서 발을 빼버리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패를 가지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적당히 괜찮은 선택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 선택의 점들이 모여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중요한 것은 이 '적당히 괜찮은 선택'들을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다.




평균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한 일은

단기적으로 잘 하다가 포기한 일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레버리지, 롭 무어




'평균 수준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선택'을 '연속'해서 할 수 있는 능력.

그게 바로 그 분야에서의 '통찰'이 아닐까.



+ 아파트 '청약'을 6살에게 설명하기


딸: 엄마, 청약이 뭐야?

나: 집은 정해져 있는데 사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말야.

딸: 응?

나: 과자가 1개 있는데 먹고 싶은 사람이 5명이면 어떻게 해야할까?

딸: 빨리 먹어야지 ^^


(결국 청약 설명 실패. 좋은 방법 있을까요?ㅎㅎ)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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