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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Nov 23. 2023

아파트가 부릅니다. '사로잡히지 않기 위하여'

설득의 심리학

사도 괜찮겠다는 아파트를 찾으면, 가격과 조건을 확인한다.

보통은 2-3개의 후보를 두고 동시에 협상을 한다.


'가격'이 제일 중요하지만 '조건'도 중요하다.

일을 잘 하는 부동산 소장님을 만나면 어떤 집이 어떤 이유로 나왔는지,

자세한 사정은 무엇인지, 싸게 사려면 어떤 작전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부동산 소장님은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확실히 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제시하면

그 조건에 맞는 것을 찾거나, 없다면 만들어 주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자산을 싼 가격에 팔기 싫다.

단지 내에서 최저가로 나온 매물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동, 층, 타입, 방향 등의 객관적인 조건이 좋지 않거나

세금, 대출, 기타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급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팔아야 하면서도 최저가가 아닌 매물도 있다.

객관적인 조건이 좋거나, 급하지 않은 경우다.


집을 사는 입장에서는 적당히 괜찮은 조건의 집을 싸게 사거나,

좋은 조건의 집을 적당한 가격에 사야 꽤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사기 위해서 가격을 제시한다.

깎고 싶은 금액만큼만 불러서는 안 된다. 그보다 더 많이 불러야 한다.

하지만, 파는 사람의 심기를 건드려서 '안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금액은 또 안 된다.




내가 당신의 요청에 응할 확률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당신이 나에게 엄청나게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하는 것이다.

상호성의 법칙




긴 줄다리기가 이어지거나, 거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파는 사람이 그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부동산 소장님의 여러 스킬들이 나온다.

사는 사람에게는 너무 이것 저것 조건 따지다가 이런 괜찮은 물건을 놓칠 수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하고,

파는 사람에게는 이번 매수자가 사지 않으면 또 언제 매수자가 나타날 지 모른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무언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협이 사람의 의사결정에 커다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소성의 법칙





거래가 성사되면 투자자는 전세를 놓는다.

부동산 소장님은 다시 전세입자를 찾아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소장님이 빠르게, 괜찮은 세입자를 구해주면 좋다.

나는 매매 거래를 하며 소장님에게 느낀 '장점'을 특별히 언급하는 편이다.

계약 과정이 꼼꼼한 분, 발이 넓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나는 분, 물건이나 손님을 만들어내는 분.


전세입자를 구할 때도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덕담을 건내며,

소장님은 실제로 다음 거래에서도 본인의 장점을 발휘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행동해 온 것과 일관되게 혹은 일관되어 보이도록 행동하려 하는 욕구

일관성의 법칙




나는 부동산 소장님들을 존경한다.

무언가를 알고 싶어서 대화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대화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배울 점이 가득하다.


실력 있는 소장님들은 사람에 대한 통찰이 뛰어나고,

여러 사람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데에 능하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도 해야 하고(호감의 법칙),

경험도 인기도 많은 부동산 사무실이라는 증거도 비춰야 하고(사회적 증거의 법칙),

부동산 전문가라는 권위를 내세워서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한다(권위의 법칙).


반대로 나는 최대한 힘을 빼고 말을 아끼는 편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칙들이 능수능란하게 사용된다.


북적거리는 모델하우스에서 홀린 듯 계약을 하는 경우도 봤고,

부동산 소장님에게 '미안해서' 계약을 하거나 당연한 요구를 못 하는 것도 보았다.


실거주자든, 투자자든 이 책에서 등장하는 법칙들은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사로잡기 위해서,

때로는 불필요하게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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