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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r 31. 2017

입사 전 내용과 다르다 - 부서 R&R

입사 전 내용과 달라질 수 있는 조건 (3)

[사진출처: 미드 'The Office']




Question


그룹 전략실 역할을 하는 핵심 부서라고 소개해서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임원들 대상으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부서였습니다. 이 부서에는 저 말고도 저처럼 잘못 알고 들어오신 분들이 몇 분 더 계시더라고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죠?





Answer


이런,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일을 겪어봐서 그 심정 잘 압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입사해보니 부서 역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경우가 있고, 입사 후 이런저런 이유로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Disclaimer : 사례에 나온 회사명과 부서명은 모두 실명이 아닌 가명입니다.



(1) 사내 정치에서 밀려 부서 역할이 축소된 경우


입사할 때에는 핵심 부서였는데 조직장이 사내 정치에서 밀려 비핵심 부서로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 제시


노부장이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운영실은 D그룹의 핵심부서였습니다. 주요 역할은 회장님의 지침을 계열사에 전달하고 계열사의 주요 사업 동향을 회장님께 보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계열사 감독 권한, 계열사 임원 평가권, 계열사 투자 및 예산 합의권 등 막강 권한을 갖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회장님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할 수 있는 실세 부서였죠.


운영실은 비즈니스의 A에서 Z까지 단기간에 파악하기에는 최적의 부서였습니다. 물론 업무량은 많았지만 보수나 승진 측면에서는 D그룹 최고 수준이었죠.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노부장이 입사 후 1년 만에 운영실장이 사내 정치에서 밀리는 바람에 운영실은 권한 중 상당 부분을 다른 사업부에 넘겨주게 되었고 이름도 '리스크 관리실'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계열사에 대한 감독 권한은 없어진 반면 계열사에 무슨 문제가 터지면 "왜 그것도 몰랐냐"며 제일 먼저 혼나고 수습책을 내놓아야 하는 부서로 바뀌었죠.


부서 역할이 바뀐 뒤 많은 직원들이 이전에 근무하던 부서로 돌아갔고 퇴사하는 직원도 몇 명 있었습니다.

 


(2)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부서 역할을 과장한 경우


우수한 신입사원을 선발하기 위해 부서 역할을 과장해서 포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 제시


L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한 중견그룹입니다. 성장세가 워낙 빠르다 보니 우수한 인재에 대한 수요도 매우 높았죠. 하지만 그룹 이미지도 약간 '올드'했고 연봉 수준도 높지 않아 좋은 스펙의 신입사원을 뽑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그룹전략실'이라는 명칭이었습니다. LSD(L Group Strategic Department, L그룹전략실)라는 웃지 못할 이름을 가진 부서를 만든 뒤, 명문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전략 컨설턴트'를 뽑는다고 홍보하며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했습니다. 연봉도 일반 직원보다 높게 책정하였고요.


이에 현혹되어 많은 명문대생들이 LSD에 입사하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죠. LSD 컨설턴트들은 이름만 '전략 컨설턴트'이지 실제로 하는 일은 '리서치 사원'이란 것을. LSD는 명문대생들을 뽑기 위해서 이름만 그럴듯하게 만든 허울뿐인 부서라는 것을.


LSD 컨설턴트들은 이 부서에서 2~3년 근무하면 대리로 승진한 뒤 현업 부서에 배치되는 커리어 트랙을 갖고 있었습니다. 현업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게 LSD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LSD에 너무 오래 붙잡아둬서는 안 되죠.


그런데 이 경우 심각한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LSD 출신과 일반 신입사원 출신들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위화감이었죠. 입사 동기인데 연봉이 다르니 당연하겠죠. LSD 부서에 속해 있을 때에는 부서의 보호를 받았지만 현업 부서에 배치되는 순간 LSD 출신들은 안 보이는 차별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LSD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입사 후 2~3년 내에 퇴사합니다.


L그룹은 아직도 LSD라는 이름으로 명문대생들을 뽑고 있습니다.



(3) 핵심 부서를 추구했으나 중간에 좌초된 경우


회사 내 핵심 부서가 되기 위해서 이에 걸맞은 인재를 뽑았으나 핵심 부서로 성장하는 데에 실패하여 입사 전 약속했던 부서의 R&R과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 제시


오팀장은 A그룹의 인사팀장으로부터 그룹전략팀장 포지션을 제안받아 A그룹에 입사했습니다. 오팀장은 그룹인사실 산하 BS팀(Business Strategy Team, 경영전략팀)의 팀장으로 배치받았습니다. BS팀에는 오팀장 외에 경력직 출신 과차장급과 A그룹 공채 출신 대리 사원급 직원들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오팀장은 BS팀이 '경영전략팀'이라는 좋은 이름을 놔두고 왜 하필 BS팀이라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영어 약어로 된 이름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룹전략실 소속이 아닌 그룹인사실에 속해 있는지 조금 의아해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그 비밀은 곧 풀렸습니다.


알고 보니 BS팀은 그룹인사실에서 그룹전략실을 견제하기 위해서 신설한 부서였는데 경영전략팀이라고 하면 그룹전략실에서 반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의미 파악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정체불명의 BS팀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타부서에는 "우수한 외부 경력직을 뽑기 위해서 그럴듯한 팀명을 붙인 것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다"라고 둘러댔습니다.


실제로 A그룹의 그룹전략실은 그룹 전략 업무는 하지 않고 기업 인수합병 업무만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그룹 입장에서는 전략부서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룹전략실이 이미 있기 때문에 대놓고 전략팀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던 것이었죠.


결국 오팀장의 미션은 다양한 전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서 BS팀을 그룹전략실을 대신해 그룹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팀으로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력직 중심으로 구성된 신설팀이 타부서의 협조를 얻기는 매우 어려웠고 기존 그룹전략실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BS팀은 수준 높은 전략 프로젝트 대신 구조조정 프로젝트, 리서치 프로젝트, 부정 감시 프로젝트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마이너 부서로 전락했고 우수한 경력직 입사자들은 2~3년 내에 모두 퇴사했습니다.


사표 내는 오차장 [사진출처: tvN 드라마 '미생']


이처럼 부서의 R&R이 기대했던 것과 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부서 역할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면 좋지만 기대 이하일 경우에는 정말 고민이 많이 되죠.


이처럼 부서 역할이 입사 전에 기대했던 것 이하일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열심히 일해 성과 내서 부서의 위상을 높인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자 회사와 부서와 내가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은 부서원들이 똘똘 뭉쳐 성과를 냄으로써 부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입니다. 부서가 성과로 인정받으면 부서의 업무 범위도 늘어나고, 언젠가는 회사 내 핵심 부서 반열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경력직으로서 기존 직원들의 텃세와 견제를 견디면서 동시에 기존 직원 이상의 성과를 내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2. 타부서와의 협업 기회를 만들어 부서를 이동한다


아마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타부서와의 협업 기회를 만들어서 부서를 이동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타부서와 TFT를 이루거나 타부서에 파견돼 일을 할 기회가 생깁니다. 이때 최선을 다해 타부서장의 눈에 띄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그러면 타부서장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올 것이고, 좋은 오퍼를 받아서 그 부서로 이동하면 됩니다.


사례 제시


고부장은 T그룹의 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계열사의 전략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소 일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 고부장은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가 세운 전략은 사업 실행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계열사 대표는 사업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사람이 계열사 내에 없어서 고부장에게 오퍼를 주었고, 고부장은 이 계열사의 임원으로 영전하여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신규 사업 기회를 잡아서 새로운 부서를 만든다


또 하나 현실적인 방법은 신규 사업 기회를 물어서 새로운 부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 회사 내에 아무도 하고 있지 않은 '블루 오션'의 기회를 잡는 게 여기서의 핵심입니다.


사례 제시


오부장은 D사의 전략팀에서 일할 당시 글로벌 벤치마킹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때 유럽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국내에 소개하는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회장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신사업팀를 만들어 초대 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4. 더 늦기 전에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세 가지 옵션을 모두 못하게 된다면? 그럼 어쩔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직을 준비하십시오. 안 그러면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경우 많이 봤습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입사해보니 부서 역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거나, 입사 후 바뀌는 경우도 있다. 아니, 비일비재하다.

2. 사내 정치에서 밀려 부서 역할이 축소되거나,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부서 역할을 과장했거나, 핵심 부서를 추구했으나 중간에 좌초된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3. 이때에는 열심히 일해 성과 내서 부서의 위상을 높이거나, 타부서와의 협업 기회를 만들어 부서를 이동하거나, 신규 사업 기회를 잡아서 새로운 부서를 만들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안되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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