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전 내용과 달라질 수 있는 조건 (1)
최근 이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입사 전에 약속받았던 부서와 다른 부서에 배치됐습니다. 이런 경우가 흔한가요? 계약 위반 아닌가요?
아, 참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저도 그런 일을 몇 번 겪어봐서 그 심정 잘 압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어느 부서에서 어떤 직무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계약 위반은 아닙니다. 아마 계약서에 그렇게는 안 돼 있을 거예요. 보통 계약서에는 부서와 직무가 그 정도로 자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설사 계약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재직 중인 회사를 고소할 수는 없겠죠.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참는 수밖에요. 그리고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여러 번 겪었고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경력직을 채용할 때 JD(Job Description)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뽑습니다.
잘 정리된 JD에는 다음 사항이 모두 기재돼 있어야 합니다. (1) 부서 (2) 직급 (3) 직책 (4) 직무 요약 (5) 책임과 권한 (6) 필요 자격 및 역량 (7) 조직 구성 (8) 보고 체계 그리고 (9) 책임과 권한에서 제외되는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하지만 국내 회사 중에서 이런 JD를 갖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굉장히 두리뭉실하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되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당시 면접관이 구두로 '어떤 직무 또는 부서'를 약속했더라도 이를 지킬 법적인 의무는 없는 거죠.
심지어 입사 전이 아니라 입사 후에 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내수산업 중심의 회사 중에 그런 회사들이 많죠. 이런 회사는 법적인 책임이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경력직을 뽑을 때 그의 과거 경력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셜리스트를 뽑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요. 다시 말해 '관련 업무를 해본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맡겨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습니다.
그런 이유로 경력직에게 인터뷰 당시 약속했던 특정 업무 외에 다른 일을 맡겨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잠재력을 보고 뽑은 사람이니까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인터뷰를 할 때에도 "당신은 꼭 이 업무만 할 것이다"라고 약속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터뷰 당시 시점과 입사하는 시점은 보통 한두 달 차이가 있습니다. 그동안에 회사의 니즈가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담
저는 J그룹에 봄에 인터뷰를 해서 가을에 입사한 적이 있었는데, 입사해보니 약속했던 직무와 다른 직무가 주어져서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A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J그룹에서 A산업을 담당하는 경력직을 채용한다고 해서 이 포지션에 지원했습니다. 채용 계약서에 싸인을 한 뒤 저는 수개월 동안 A산업에 대해서 공부하며 나름대로 준비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입사해보니 저는 A산업이 아니라 전혀 기반이 없는 B산업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상무님께서는 "요즘 회장님께서 A산업보다는 B산업에 관심이 많으시다"며 업무 변경 이유를 설명해 주셨죠. 저는 당황했지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회장님께서 B산업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니라 J그룹이 B산업에서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B산업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담당을 맡게 된 제가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상상이 되시나요?
경력직이 맡을 직무(또는 경력직이 배치될 부서)가 좋은 조건에 해당될 경우 기존 직원을 배려해주기 위해 그 직무를 경력직 대신 기존 직원에게 넘겨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담
J그룹에서 제가 A산업 대신 B산업을 담당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B산업이 힘들어지면서 기존에 B산업을 담당하던 직원이 담당 산업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던 거였죠. 그래서 저에게 맡기려고 했던 A산업을 이분이 맡게 되었고 저는 이분이 담당했었던 B산업을 맡게 된 것이었습니다.
경력직을 뽑아서 '꿀보직'을 줄 경우 아무래도 기존 직원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경력직에게는 가장 힘든 보직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당초 약속했던 직무와 다른 직무를 맡을 수도 있습니다.
사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부서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 제시
노부장은 몇 년 전에 L그룹 H전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H전무 조직 산하 본부장으로 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사해보니 H전무 조직이 아닌 J상무 산하 조직으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H전무 파워가 너무 커질까 봐 라이벌 라인에서 견제가 들어왔던 것이었습니다. 노부장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커진 격으로 엉뚱한 부서에 가게 됐죠.
이상으로 직무 및 부서가 입사 전 약속받았던 내용과 왜 달라지는지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특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요.
이직에 따르는 리스크라고 생각하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죄송합니다.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지 못해서.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입사 전 약속과 다른 직무를 받거나 다른 부서에 배치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 JD가 명확하지 않거나, 경력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뽑거나, 회사의 니즈가 변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기존 직원을 배려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3. 이직에 따르는 리스크라고 생각하고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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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 내용과 달라질 수 있는 조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