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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y 17. 2017

일 못하는 팀장은 이해하고 도와라

팀원의 직장 상사 대처법 (4) - 단, 팀원을 존중하고 챙겨준다면

[사진 출처: 미드 'The Office']




Question


저희 팀장님은 일을 잘 못하십니다. 팀원인 제가 봐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하물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어떻겠어요. 하지만 이분이 막무가내는 아니세요.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팀원들을 잘 챙겨주시는 인자한 분이십니다. 이 경우 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nswer


저런! 일 못하는 팀장을 만나셨네요. 팀원들이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결론 먼저 말씀드리면, '비록 팀장이 일을 잘 못해도 팀장 입장에서 그를 이해하고 잘 도와드려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모든 경우 그렇게 하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 팀장이 '괜찮은 팀장'이라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괜찮은 팀장'은 어떤 분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괜찮은 팀장이란?


제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였으니까 벌써 20년도 넘었네요. 당시 직장상사 유형을 '똑똑한지' x '부지런한지'에 따라 2x2 유형으로 분류해서 최고의 상사와 최악의 상사를 설명해주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직장상사에는 다음 4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똑게형' - 똑똑하면서 게으른 상사

2. '똑부형' -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3. '멍게형' - 멍청하면서 게으른 상사

4. '멍부형' -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이 중에서 최고의 상사는 '똑게형', 최악의 상사는 '멍부형'이라는 거죠. 당시 제 팀장은 지나친 '똑부형'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저희 팀원 중 한 명이 팀장한테 해드렸더니 매우 좋아하시더라고요. "난 똑똑하니까 약간 게을러지기만 하면 되겠네" 하시면서요. 어쨌든...


이분은 '똑부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멍게형'이죠. 하지만 영업 하나는 '왔따'입니다. [사진 출처: 미드 'The Office']


이러한 분류법은 20년도 더 됐기 때문에 오늘날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더 큰 이슈는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말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 팀장이 과연 '내가 끝까지 믿고 따를 수 있을 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덕목 중에는 '똑똑하다'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가령 '추진력 있다'라든지, '친화력 있다'라든지 등. 그 외에도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가 있겠죠. 하지만 조금 단순화해서 리더가 크게 다음 2가지만 갖추고 있으면 저는 장기적으로 '오케이'입니다.


'존챙형' - 팀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팀원을 챙겨주는 팀장


즉, 팀원의 의견을 존중해서 좋은 제안은 적극 수용하고, 고생한 팀원들을 잊지 않고 그 공을 챙겨주는 팀장이라면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의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얘기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리더는 똑똑하지 않아도 좋다. 왜? 내가 똑똑한 제안을 하면 되니까.

리더는 추진력이 없어도 좋다. 왜? 내가 일을 대신 추진해주면 되니까.

리더는 친화력이 없어도 좋다. 왜? 내가 사내 정치를 대신해주면 되니까. 등등.


하지만 믿고 따를만한 리더라면 최소한 다음의 조건은 만족시켜야 한다.

팀원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 왜? 그래야 나의 좋은 제안을 받아들일 테니까.

팀원을 챙겨줘야 한다. 왜? 그래야 나중에 고생한 만큼 보답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제가 앞서 '존챙형'이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의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표현했는데... 물론 존챙형 외에 다른 덕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제 경험상 다른 모든 덕목은 부족하고 오직 '존챙형'의 '최소한의 기준'만 만족하는 리더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세상의 팀장 중에는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면서 팀원들을 이용해 먹고 '토사구팽'시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리더'라고 칭하기보다는 '보스'라고 불러줘야겠죠. 아니면 '오야'라든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만약 여러분의 팀장이 '존챙형'이라면, 뭐 완전무결한 존챙형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존챙형에 가까워 보이는 분이라면, 잘 해 드리라는 것입니다. 조금 구시대적인 용어를 쓰자면 잘 보필하십시오.



팀장이 일을 잘 못하는 분이라면?


그런데 앞서 질문하신 분의 경우처럼 이 '존챙형'의 팀장이 일을 잘 못하는 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결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일단 이분이 팀장의 위치에까지 오른 점에 비춰볼 때 엄청난 낙하산이 아닌 이상 '언제나 일을 못하는 팀장'은 아니었을 겁니다. 일단 팀장으로 '책봉'되었다면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한 칼'은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의 눈에 일을 되게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아마 슬럼프에 빠져서 일시적으로 일을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팀장 위치까지 오른 분이 일을 잘 못하면,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슬럼프에 대한 제 경험담을 잠깐 말씀드리죠.




경험담


저 또한 팀원 시절에 일을 못하시는 팀장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유독 일을 못하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 시절 저는 회사에서 '에이스' 팀원으로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요.


당시 저는 일 못하시는 팀장님을 성심성의껏 서포트했지만 속으로는 '못난이 팀장'과 함께 일하게 된 불운을 탓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팀장님, 왜 그렇게 일을 못하셔서 저희를 힘들게 하세요'라는 속마음을 넌지시 내비친 적도 있었을 것 같고요. 그때는 아마 그랬을 겁니다. 철없고 세상이 만만하게 보였을 때였으니까요. 당시 저뿐만 아니라 제 동기들 중 상당수는 일은 못하지만 단지 미국 MBA를 갔다 왔다는 이유로 높은 직급에 월급 많이 받는 선배들을 약간은 무시하곤 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저도 미국 MBA를 다녀오게 됐고 어느덧 팀장이 됐습니다. 그랬더니 완전히 신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팀원에서 팀장이 되니 '게임의 법칙'이 완전 달라진 거죠. 저 또한 '에이스' 출신 팀원들이 팀장이 처음 된 뒤 흔희 겪는 '1년차 팀장 신드롬'을 뼈저리게 겪었죠. 한 순간에 '에이스 팀원'에서 '바보 팀장'으로 추락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에이스 팀원이 팀장 되면 저지르는 실수 - 최고의 팀원에서 최악의 팀장으로'에 기술돼 있습니다.)


그 후 다시 일 잘하는 팀장으로 인정받게 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팀장으로서의 위기는 이후에도 몇 번 더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위기는 새로 옮긴 회사에서 생소한 업무를 하면서 겪었습니다. "일 잘하는 넘은 뭘 맡겨도 잘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 돌아가는 상황도 잘 모르고, 업무도 생소하고, 여기저기서 '겐세이' 들어오고 하면서 몇 번 장벽에 부딪히더니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진력도 잃게 되었고요.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아무리 일을 잘하는 분이더라도 누구나 슬럼프는 겪게 마련입니다. 물론 저는 일을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저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하시던 분들도 심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습니다. 남의 일 같죠? 누구에게라도 언젠가 한 번은 닥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저를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해 준 가장 큰 힘은 저를 이해해주고 믿고 서포트해준 팀원들이었습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해 준 가장 큰 힘은
저를 이해해주고 믿고 서포트해준 팀원들


물론 게 중에는 팀장인 저에 대해서 뒤에서 궁시렁궁시렁대던 분들도 있었고 본인이 마치 팀장인 것처럼 나대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또 과거 제 경우처럼 평소에는 열심히 서포트하다가도 가끔씩 불만을 넌지시 내비치던 분들도 있었고요. 제가 이런 분들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분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합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분들은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최선을 다해서 팀장인 저를 서포트했습니다. 팀원으로서의 선은 넘지 않으면서요. 저는 그러한 분들에 대해서는 영원히 그 '은혜'를 잊지 못할 겁니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나름대로 재기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안


분명한 것은 어느 누구나 슬럼프를 겪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번 겪었습니다. 직무 역할이 바뀔 때, 생소한 업무를 맡을 때, 새로운 회사에서 일할 때, 가정에 이슈가 있을 때 등.


슬럼프는 어느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현재 에이스 팀원으로서 날리고 있다면? 일을 잘할 때일수록 더욱 겸손하십시오. 여러분도 언젠가는 일을 못할 때가 있을 겁니다.


일을 잘할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라
누구나 일을 못할 때가 언젠가는 온다


만약 내 팀장이 일을 못한다면? 그분은 현재 본의 아니게 슬럼프를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팀원의 적극적인 서포트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팀원인 나의 역할은 팀장이 하루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팀장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때까지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팀장의 역할까지 떠맡아하십시오. 그래서 언젠가 다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십시오.



팀장이 슬럼프에 빠져 있다면,
팀원은 팀장이 슬럼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드려라
그리고 팀장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때까지 더욱 열심히 일해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서로 이해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같은 팀원으로서의 도리이고 의무입니다. 하물며 팀장과 팀원의 관계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단, 하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존챙형'이어야 합니다. 


만약 존챙형이 아니라면  


...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슬럼프는 어느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수 있고, 따라서 일을 잘할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라.

2. 만약 팀장이 슬럼프에 빠져 있다면, 팀원은 팀장이 슬럼프에서 벗어나도록 적극 도와드려라.

3. 단, 팀장은 팀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팀원을 챙겨주는 '존챙형'이어야 한다. 만약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둬라.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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