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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y 31. 2017

팀장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자

팀원의 직장 상사 대처법 (5) - 그러면 팀장의 고충이 조금은 이해된다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Question


저희 팀장님은 일을 거의 안 하세요. 일은 팀원들 다 시키고. 가끔 팀원들 데리고 스벅 가서 커피하고 오시고. 팀원들이 다 만들어준 자료 갖고 보고 드리면서 보고 자리에는 혼자서만 가시고. 팀장님들 원래 다 이러신가요?




Answer


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물론 팀장님께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사실 팀장님들 중에서 일 안 하고 사내 정치만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아니, 많거든요.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팀장님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시는데 팀원들이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겠습니다. tvN 드라마 '미생' 보셨죠. 미생에서 감동받았던 장면이 몇 있었는데요. 그중 정말 잊지 못할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아마 1회 또는 2회 때의 장면 같은데요.


오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막 짜증을 내고 휙 나가 버립니다. 그러자 팀원들은 벙쪄하죠. '이분이 오늘은 또 왜 이러나' 싶겠죠. 그때 김대리가 혼자서 오과장을 쪼르르 쫓아나가면서 조심스럽게 여쭙습니다. "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그때 울컥했습니다. '이런 팀원이랑 일하면 정말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오과장(좌)이 힘들 때마다 이를 이해하려는 우직한 팀원 김대리(우)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팀장은 참 힘듭니다. 임원들에게 허구한 날 불려 들어가 깨지고. 한때 죽마고우였던 입사동기들은 임원 자리를 놓고 다투는 최대의 라이벌이 됐고. 무리한 지시를 하달받았는데 팀원들을 설득하자니 본인부터 설득이 안 되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계속 마음속에 쌓아두죠. 그 방법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러다가 아주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폭발하죠. 혼잣말로 욕하고. 팀원들에게 화풀이하고.


팀원들이 내 입장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죠. '내가 오죽 힘들면 이러겠느냐'라고 팀원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지만 못하죠. 스트레스를 누구와도 나눌 수 없죠. 어차피 팀원들은 이해 못하니까요. 팀원들을 이해시키고 싶은데 그들은 안 하려고 하니까요. 저 또한 비로소 팀장이 된 다음에서야 팀장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팀원들이 팀장에 대해서 흔히 하는 오해와 이에 대한 팀장의 하소연을 '팀장의 목소리'로 정리한 글입니다.


Disclaimer
'못난이' 팀장까지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일을 잘하는 '훌륭이' 팀장 입장에서 '역지사지'해서 쓴 글입니다. '못난이' 팀장님들은 이 글 보고 핑계 대지 마세요. 안 그래도 당신들 때문에 힘들어요.



1. (팀원) '팀장님은 일을 직접 안 하고 맨날 팀원들에게 시키기만 한다.'

    (팀장) '앓느니 죽지. 내가 직접 하고 싶다... 하지만 팀원들을 한번 믿어 보자.'


팀장도 직접 자료 만들고 싶죠. 본인이 보고할 자료는 본인이 직접 만드는 게 아무래도 속 편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자료를 팀장이 다 만들 수는 없잖아요. 팀장의 역할은 그게 아닌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팀원들에게 지시하게 되더라고요.


팀원 중에도 일을 맡기기에 못 미더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세한 가이드라인까지 일일이 다 제시하거나 맨날 빨간펜 선생님 역할을 할 수도 없잖아요. 때로는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시킬 때가 많습니다.


불안하죠.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어쩌겠어요. '팀원들 함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맡겨야죠. 제발 팀원들이 잘해주기만을 바랄 뿐이죠.



2. (팀원) '팀장님은 맨날 스타벅스에서 팀원들이랑 커피만 마신다.'

    (팀장) '팀원들이 불만이 너무 많다. 그 얘기를 다 들어주느라 나도 힘들다.'


팀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팀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이더라고요. 팀의 비전을 제시하고 팀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팀장의 역할은 바로 '팀원들 말 들어주기'인 것 같습니다.


남들은 팀장이 만만한 팀원 불러서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는 줄 알지만, 막상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먼저 하고 싶은 말 꾸욱 참고 팀원들 말 들어줘야지. 팀원들간 갈등이 발생하면 그것 또 풀어줘야지. 면담할 때에도 조심스럽게 안분하지 않으면 누구만 편애한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지.  


반면 팀장도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팀원들 불러다가 회사나 상사 불만 털어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바쁜 임원들 찾아가 신세 한탄할 수도 없고. "너는 팀장이나 돼 갖고 그따위 밖에 생각 못해"라는 얘기나 듣겠죠. 동기들한테 털어놓는 것도 불가능하죠. 모두 임원 자리 놓고 다투는 경쟁자들인데.


도대체 팀장 말은 누가 들어주나요?



3. (팀원) '자료는 내가 만들어 줬는데 보고는 팀장님이 혼자 들어가서 한다. 내용도 잘 모르시면서.'

    (팀장) '보고는 무조건 혼자서 간다. 내가 그렇게 깨지는 모습까지 팀원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팀장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임원 보고인 것 같습니다. 보고가 하도 많다 보니 때로는 팀원들이 만들어준 자료를 미쳐 다 검토하지도 못하고 보고 들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더라고요.


팀장도 팀원과 같이 가면 좋죠. 혹시 모르는 질문 나왔을 때 대신 대답해줄 수 있는 팀원 있으면 안심이 되죠. 보고 자료 열심히 만들어준 팀원을 임원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고. 팀장도 그러고 싶죠.

 

하지만 팀장으로서 정말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찍소리 한번 못하고 깨지는 모습을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팀장으로서의 가오를 살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그런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죠. 토끼 같은 자식들 앞에서 깨지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동생 조카 같은 팀원들 앞에서 '서류 폭탄' 맞아가며 두 손 모으고 눈 깔고 고개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정말 굴욕스럽습니다.  


이런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겠죠.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4. (팀원) '업무의 배경은 설명해주지 않고 무조건 하라고만 한다. 자세한 내용을 알려고 하지 말란다.'

    (팀장) '해서는 안 될 업무를 지시받았다. 팀원들이 업무 배경을 알게 되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볼까.'


"팀장님, 이 업무를 지시받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질문받으면 정말 당혹스럽죠.


때로는 팀장이 모를 때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최대한 아는 것처럼 얼버무립니다. 하지만 똘똘한 팀원은 다 눈치 까죠. '팀장님도 모르시는구나.' 그런데 팀원은 팀장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팀장이 임원분께 같은 류의 질문을 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또 한 번 "너는 팀장이나 돼 갖고 그것도 몰라"라는 얘기를 듣겠죠.


어떤 경우에는 그 배경을 알면서도 차마 팀원들에게 설명 못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 회사의 치부를 드러낼 수는 없잖아요. 이럴 때에는 '팀원들이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가 줬으면' 하는 생각 들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되나요? 팀장들은 여태껏 그렇게 일해왔는데... 아, 이런 말 하면 꼰대 소리 듣죠.



5. (팀원) '팀장님이 승진 대상자에게 좋은 평가를 몰아줬다. 인사고과는 공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팀장) '이대리가 이번에 꼭 승진해야 하는데... 그래야 내년에 조대리도 승진시킬 수 있는데...'


팀원일 때에는 누구나 공정하게 평가받기를 바라죠. 누구는 승진 연차 찼으니 좋게 받고. 누구는 다른 부서 발령 대상이니 희생하고. 누구는 갓 승진했으니 이번에는 양보하고. 이게 불합리하다는 것은 팀장들이 더 잘 알죠. 팀장들에게도 팀원 시절이 분명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팀장이 되고 보니 그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올해에는 이대리가 승진연차고 내년에는 조대리가 승진연차예요. 이번에 이대리가 승진해야지 안 그러면 내년에 둘이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팀장들은 승진 대상자에게 점수 몰아주고 타부서 승진 대상자 약점 캐고 다니는데 우리 팀만 정직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팀장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전략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안 그러면 우리 팀만 당하는데...


팀원들은 왜 그걸 이해 못할까요?  

...

하긴 팀장도 팀원 시절에는 그걸 이해 못했죠.



6. (팀원) '팀장님이 상무님한테 너무 굽실굽실거린다. 90도 각도로 인사하고. 지금이 5공 때인가.'

    (팀장) '상무님한테 찍힌 것 같다. 나 때문에 팀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자존심일랑은 버리자.'


팀장도 굽실굽실 거리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무님 차 문 열어드리고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것, 팀장도 쪽팔립니다. 행여나 가족이 그런 모습 볼까 봐 조마조마할 때도 많고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만 할 때도 있어요. 먼저 윗분들은 그런 자세를 은근히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때에 '올바른 90도 각도 인사법'에 대해서 교육도 받았었죠. 지금도 그런 회사들 있죠. 3천 배 인사 이런 거. 고객을 보면 이렇게 인사하라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회장님을 뵈면 이렇게 인사해야죠. 아예 회장님 눈의 띄지 않도록 피해 다니라는 더 심한 회사도 있죠.

 

어쨌든 팀장이 이렇게까지 굽실거리는 데에는 본인의 생존도 그렇지만 팀의 안위를 챙겨야 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팀 예산 확보를 위해서, 막둥이의 승진을 위해서, 팀원이 사고친 것을 무마하기 위해서. 진짜로 팀원 승진을 위해서 못 먹는 술 먹고 오바이트 하는 팀장들도 있습니다. (우리 집에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90도 인사를 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사진 출처: tvN '미생']


7. (팀원) '팀장님이 아무 얘기 없이 나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당사자에게는 통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팀장) '인사팀에서 내게 귀띔도 없이 팀원을 다른 팀으로 발령냈다. 하지만 나는 몰랐던 티를 낼 수 없다.'


다른 부서에 팀원 뺏기고 싶어 하는 팀장 없죠. 만약 그런 제안을 받으면... 결사 반대하죠. 그 팀원이 '못난이'가 아닌 이상.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인사팀에서 팀장들에게 통보하지도 않고, 아니면 발령 직전에 전화로 결과만 알려주고 핵심 팀원을 다른 팀으로 발령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팀장은 고민이죠. 그걸 몰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빽 없고 힘없는 '바보 팀장' 되고.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팀원 의사를 타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팀장' 되고.


바보 팀장이 되면 팀원들이 무시하겠죠. '우리 팀장은 힘도 없네' 하면서요. 반면 비정한 팀장이 되면 팀원들이 신뢰하지 않겠죠. '우리 팀장 못 믿겠네' 하면서요. 이게 바로 인사팀에 까인 팀장의 딜레마입니다.


'바보 팀장'이냐 '비정한 팀장'이냐 그것이 대땅 문제로다


대부분의 팀장이 바보 팀장보다는 차라리 비정한 팀장을 되기를 희망하죠. 여러분 같으면 둘 중 누구로 포지셔닝하시겠어요?



8. (팀원) '팀장님이 자꾸 자리를 비우세요. 어디 가신다는 얘기도 없고.'

    (팀장) '불안해서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다. 팀원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팀장이 되면 팀원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그 퇴사의 이유가 '에이, 더러워서 때려치워!'가 아니라, '팀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 그만두자'일 때가 더 많다는 게 팀장의 서러움이죠.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호흡이 가빠질 때도 간혹 있습니다. 소위 패닉이 온 거죠. 그런데 그런 모습을 팀원들에게 절대 보일 수는 없죠. 이럴 때 저는 엎드려 있습니다. 남들은 자는 줄 알겠죠. 실제로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안정을 취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리스키 하죠. 그러다 임원 눈에라도 띄면...


또 하나의 방법은 그냥 정처 없이 걷는 겁니다. 구두 닦으러 가거나, 차 한잔 마시러 가거나. 이럴 때에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아이스 캐모마일이 제격이죠.


어쨌든 약한 모습을 팀원들에게 보일 수는 없죠. 왜? 나는 팀장이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모습을 팀원들에게 보일 수는 없죠.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팀장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그게 이해될 때쯤에는 아마 팀장으로 승진하겠죠.


하지만 팀장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된다면... 한 번쯤은 팀장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면 팀장의 고충이 조금은 이해될 것입니다. 왜 우리 팀장님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역정을 내셨는지 이해가 될 겁니다. 왜 우리 팀장님이 보고만 갔다 오시면 버럭버럭 하시는 지도 이해가 될 겁니다. 아주 조금은요.


물론 그렇게 해도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챠우챠우'처럼 '아무리 애를 쓰고 이해하려 하는 데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말 독특한 팀장님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팀원의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팀장은 참 힘들다. 하소연할 사람도 없고...

2. 가끔씩은 팀장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자.

3. 그렇게 하는 게 팀원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추신


오늘도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마음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시죠?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글로벌 기업처럼 '투명하고 열린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팀원들은 왜 팀장님께 직언을 할 수 없고, 팀장님들은 왜 팀원들에게 이런저런 상황을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일까요? 도대체 몇 년이 지나야 글로벌 기업처럼 '자랑스러운 기업문화'를 누리며 일할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과연 올까요?


지난 20년간 가장 보수적인 국내 기업과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글로벌 기업에서 모두 일해본 저 역시 여러 차례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닫힌 소통, 상명하복 시스템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저 또한 이러한 부적절한 관습을 바꿔보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으나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임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포기했습니다.


이러한 기업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 윗세대가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일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한 행태가 습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어 언젠가부터는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러한 방식으로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계속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 되풀이해오고 있고요.


결국 한 세대가 바뀔 만큼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우리 모두는 손을 놓고 달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아니요. 그러한 움직임을 앞당기기 위해서,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동안 버티고 견디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변화'와 '이해'입니다.


팀장님들께서는 힘드시겠지만 조금씩 변화해주셔야 합니다. 조금씩 권위도 내려놓으시고, 조금씩 언행도 부드럽게 바꾸시고, 팀원들이 나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진실을 조금씩 인지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팀원들이 언제 또 개인적인 사유 또는 유학 핑계를 대고 사직서를 제출할지 모릅니다.


반면 팀원들은 윗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내 눈에는 정말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나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51% 정답을 드리면 그게 나에게 이롭기 때문입니다. 내가 회사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정말 버티기 어려우니까요?


'팀장 입장에서 역지사지하자'라는 제목의 이 글을 쓰고 욕 많이 먹었습니다. '루저' 같은 글이라는 얘기도 들었고요. 하지만 필요에 따라 잠시 루저로 빙의하는 것도 때로는 현명한 대응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팀장님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올바른 기업문화가 만들어지고, 팀원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기업문화가 그렇게 바뀌는 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아, 기업문화가 더 빨리 바뀌는 경우가 있기는 하네요. 기존 기업들이 모두 다 망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 우리 사회에 올바른 기업문화가 정착하겠네요. 하지만 이 방법은 조금 과격하니까 잊어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팀장님들, 여러분들이 안 바뀌면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발 바뀌어 주세요. 그동안에 저희 팀원들은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할게요. 


아참, 나는 임원이지. 죄송합니다. 잠시 팀원으로 빙의했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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