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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Aug 29. 2017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회사

(3) 팀장의 생존전략 - 경쟁 승리와 갈등 극복의 핵심은 '사내 정치'

[사진 출처: 미드 'The Office']




Question


대기업 팀장입니다. 저희 회사 분들은 서로 협업보다는 경쟁을 더 많이 합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하신 분들이 그러세요. "직원들끼리 이렇게 협조 안 하는 회사는 처음 봤다"라고. 유관 부서는 많아서 어떤 일을 하려면 여러 부서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아요. 앞에서는 도와줄 것처럼 하면서 뒤에서는 미적거리고. 경영진이 직원들간 경쟁을 장려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회사에서는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을까요?





Answer


같은 회사 직원이라면 응당 서로 돕고 위해 줘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경영진에서 직원들간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사내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서로 경쟁을 시키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겠는데 어떤 회사는 심지어 직원들간 갈등을 조장하기까지 합니다. "건전한 경쟁과 갈등은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는 식의 말씀을 공공연히 하는 회사도 있죠. 이처럼 사내 경쟁은 물론 부서간 갈등까지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방법과 그 효과, 그리고 이런 회사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경영진에서 왜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방법'


1. 업무의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한다.


먼저 한 가지 업무에 대해서는 단 한 명에게만 책임을 부여합니다.


하나의 업무에 대해서 여러 명의 직원이나 부서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 경우 직원들간 또는 부서간 협업은 필수죠. 하지만 많은 경우 협업을 하는 대신 업무를 서로 떠넘기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무임승차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 업무에 대해서는 단일 직원 또는 부서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작용은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책임을 맡은 직원 또는 부서 이외의 사람들은 협조를 잘 안 하려고 한다는 거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서' 안 한다기보다는 본인 역시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가 있다 보니 '내 코가 석자'라서 도와주지 못하는 측면이 더 큽니다. 어쨌든 직원들간 협업은 힘들어집니다.


2. 때로는 동일한 업무를 여러 명에게 동시에 지시하고 서로를 경쟁시킨다.

동일한 업무를 여러 명에게 동시에 지시한 뒤 '누가누가 잘하나' 경쟁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전국에 20개 매장이 있다면 그것을 10개씩 둘로 나눠서 서로 다른 두 명에게 맡기는 식이죠. 이 경우 경쟁을 하는 직원들끼리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혈투'가 벌어집니다. 기존 직원과 경력직간 이렇게 경쟁을 시키는 경우도 있죠.


3. 업무를 지시할 때 권한을 넘어서는 책임과 목표를 부여한다.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권한을 넘어서는 책임과 목표를 부여합니다. 이처럼 권한 밖의 책임과 목표를 받게 되면 유관 부서의 협조 없이 혼자서 일을 하는 게 불가능해지죠. 하지만 유관 부서는 협조를 잘 안 해줍니다. 해줄 의무도 없고 필요도 없기 때문이죠.


4. 모든 직원들에게 마치 큰 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북돋워준다.


또한 업무를 지시하면서 마치 큰 권한을 준 것처럼 띄워줍니다. 사장님은 "네게 힘을 실어 줄게. 마음껏 해봐"라면서 다른 부서 생각하지 말고 본인 의지대로 실행해볼 것을 주문하죠. 그러면 담당자는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합니다. 문제는 이 말씀을 다른 부서에서도 하신다는 거죠.


한편 담당자는 사장님 말씀만 믿고 일을 밀어붙이지만 실제로는 진행이 잘 안되죠. 유관 부서가 협조를 잘 안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장님 지시인데 왜 협조를 안 해주느냐?"라고 물어보면 "사장님께서 우리 부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협조하지 말라고 하셨다"라고 대답합니다.


앞에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실제로는 부서간 서로 견제를 하도록 지시하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어느 한 부서에도 힘을 실어주시지 않으신 거죠.

5. 도움을 요청하면 그 자리에서는 도와준다. 하지만 단지 그때뿐.


업무 진행이 잘 안되면 결국 사장님을 다시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되죠. 그러면 사장님께서 도움을 주십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거셔서 지시를 하시죠. 누구누구를 잘 좀 도와주라고.


하지만 사장님 지시의 약발은 그닥 오래가지 않습니다. 결국 사장님을 자주 찾아가야지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업무 진행이 힘들죠.


6. 성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결국은 성과가 장땡.


그리고 모든 것은 결국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타부서의 도움 없이 혼자서 고군분투했든, 전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했든 관계없이 성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것이죠.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 조장 '효과'


이처럼 치열한 경쟁구도 하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어지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고 다음과 같은 역기능도 있습니다.


1. 직원들간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자체적으로 협업하는 경우는 적음


경쟁이 지나치게 되면 '만인 대 만인의 싸움'이 됩니다. 모두가 쪼임을 당하다 보니 남들을 도와줄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직원들끼리 자체적으로 협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2. 직원들간 갈등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상사를 자주 찾아가게 됨

유관 부서의 협조가 필요한데 잘 도와주지는 않고, 타부서와 이해충돌이 발생했는데 조정은 어렵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사장님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죠. 사장님께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에는 도와주시기 때문에 일단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주 찾아가야죠.


3. 직원들간 갈등을 풀어주고 조정해주는 상사에게 힘이 쏠리게 됨


한 마디로 사장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업무의 핵심 성공요인은 사장님의 지원이죠.


4. 직원들간 수평적 협업관계는 깨지고 수직적 의존관계가 형성됨


이처럼 사장님께서 갈등을 풀어주시고 조정해주시기 전에는 제대로 진행되기가 힘들다 보니까 부서간 자체적인 협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경영진과 실무자들간의 수직적인 의존관계가 발달하게 됩니다.


결국 직원들은 생존을 위해서 상사와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요.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추측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런 회사의 경영진을 직접 지낸 적은 없으니까요. 


이처럼 경쟁과 갈등이 심한 회사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직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농땡이 피우면 금방 경쟁에서 밀릴 테니까요. 아마 이게 갈등을 조장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직원들끼리 자체적으로 협업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직원들간 갈등을 조정해주는 상사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상사 입장에서는 상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게 별로 나쁜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영진에게 힘이 쏠리다 보면 결국 경영진의 파워는 더욱 세질 것이고 직원들은 경영진의 말을 더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죠. 결국 경영진 입장에서는 직원들간 갈등을 조정해주는 역할만 잘 하면 목숨 걸고 경쟁하는 직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게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추측에 불과합니다.  




이런 회사에서의 '서바이벌 테크닉'


그렇다면 이러한 회사에서 '롱런'(long run)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많은 상사들을 자주 찾아가라


일단 첫 번째 스텝은 '무조건 상사를 자주 찾아가라'입니다. 자주 찾아가야지 약간의 도움이나마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찾아가지 않는 시간에 내 라이벌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외롭고 슬퍼집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내 직속 상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명의 상사를 자주 찾아가라'는 것입니다. 상사를 찾아가는 이유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경쟁자가 이득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여러 명의 상사를 찾아가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십시오.


그러다 보니 이런 회사에서 힘 있는 임원의 사무실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누구 방 앞의 줄이 더 긴지를 보면 '권력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이중 힘 있는 상사의 후원을 득해라


많은 상사들을 자주 찾아가는데 그치지 말고 그중 힘 있는 한 분을 내 후원자로 만드십시오.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야지만 나도 힘을 받습니다.


HBO 미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나오죠. "Power resides where men believe it resides. It's a trick, a shadow on the wall, and a very small man can cast a very large shadow." 약간 의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권력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만이 행사할 수 있다.
권력은 교묘해서 마치 그림자와 같다. 매우 작은 사람도 큰 그림자를 그릴 수 있다.


다시 말해 권한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권한이 없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은 권력을 갖고 있다'라고 여긴다면 그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된다는 얘기죠. 길게는 평생 관직에 진출하지 않았으면서도 조선시대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조식과 같은 재야 사대부를 들 수 있고, 짧게는 중국 국가주석을 한 번도 지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중국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던 덩샤오핑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조직 R&R 상의 권한과는 관계없이 1인자의 권한을 행사했죠.


한편 리더는 아니지만 리더의 후원에 힘입어 권한을 행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CEO도 아니고, 회사의 법적 대표도 아니고, 회사 지분도 별로 없는데 회장님 다음으로 입김이 센 회장님의 심복이 대표적인 경우죠. 이처럼 파워가 있는 상사를 내 든든한 후원자로 만들어야만 내가 힘을 받습니다. 때로는 상사의 후원이 어떤 직급이나 직책보다 더 큰 권한을 줄 수 있습니다. 단, 라인을 잘 타야죠. 잘못해서 썩은 동아줄을 잡기라도 하면 나중에 큰일 납니다.


'권력의 속성' 외에도 수 많은 명언을 남긴 꾀돌이 Lord Varys [사진 출처: HBO 미드 'Game of Thrones']



3. 업무 범위를 넓혀라. 단, 업무의 책임을 지는 실행 주체가 되면 안 된다. 


상사의 후원을 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조금씩 업무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다양한 회의체에 참석해서 목소리를 높이십시오. 이렇게 해야만 어떤 일이 결정될 때 내가 조금이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게 되고 많은 사람들한테 '인심'을 베풀 수 있습니다.


단, 핵심은 발만 담그고 감 놔라 배 놔라 해야지 실제 업무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어떤 업무를 진행시키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있거나, 어떤 업무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 업무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그것이 '키'(key)입니다.


아마 회의에는 많이 불려 다닐 겁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파워는 세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나의 경쟁자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겠죠.



4. 상사의 후원과 다양한 업무 범위를 기반으로 폭넓은 '사내 정치'에 힘써라.


경쟁에서 승리하고 갈등을 극복하려면 결국 '사내 정치'는 필수입니다.


단, 여기서의 핵심은 '내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아무런 파워가 없다면 사내 정치를 '을'로서 할 수밖에 없겠죠. 그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습니다. 여기저기 비위 맞추러 다니고... 따라서 대전제 조건은 '힘 있는 상사의 후원을 득하고 내 업무 범위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사내 정치를 할 준비가 됐습니다. 


다양한 부서의 선후배 동기들과 자주 어울리십시오. 음주가무와 스크린 골프 등의 잡기는 필수 사항입니다. 만약 그런 쪽에 취미가 없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취미를 기르십시오. 그리고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십니다. 그래서 꼭 경쟁에서 승리하십시오. 저는 그론 쪽에 취미가 없어서...




지금까지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회사의 특징과 여기서 생존하기 위한 '서바이벌 테크닉'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봤습니다.


힘들다고요? 맞습니다. 힘듭니다. 하지만 또 이런 회사가 대외적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내부에서 빡시게 치고받고 싸우면서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또 그런 강한 자의 지도 하에 치열하게 노력해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직원들은 힘들겠지만, 그렇게 힘들게 회사 생활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단, 여기에서도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경쟁을 하되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온갖 모함과 협잡과 이간질이 판을 치는 경쟁체제는 모두가 패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런데 과연 페어플레이만을 하는 회사가 있을까요? 누구나 급하면 반칙의 유혹에 빠지지 않나요?


결국 이런 회사에서는 경영진이 심판의 역할을 공정하게 잘 해줘야 합니다. 바로 이게 핵심성공요인(KSF)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내 편을 늘리기 위한 사내 정치에만 힘쓰겠죠. 팀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보다는 상사와 술자리 한 번 더 갖기 위해서 상사 눈치나 보고 있겠죠.


경영진이 심판의 역할을 잘하는 게 핵심성공요인
그렇지 않으면 일은 안 하고 사내 정치만 하게 됨


여러분의 경영진은 심판의 역할을 공정하게 하고 계신가요?


올해에도 누가 또 반칙을 통해 승진하지는 않았나요? 


심판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싸움은 지저분하게 끝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미드 'The Office']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면 직원들끼리의 협업은 줄고, 갈등을 조정해주는 상사에게 힘이 쏠리게 돼, 수평적 협업관계는 깨지고 수직적 의존관계가 형성된다. 

2. 여기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여러 상사를 자주 찾아가고, 이중 힘 있는 상사의 후원을 득하고, 업무범위를 넓힌 뒤, 이를 기반으로 폭넓은 사내 정치에 힘써야 한다.

3. 이런 회사에서는 경영진이 심판의 역할을 잘하는 게 핵심성공요인이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은 일은 안 하고 사내 정치만 하게 된다.




추신


최근 지인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는데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 고민거리들이 생기더군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는 어떠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입니다. 사실 아직 직원 수가 열 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기업문화라고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좋은 기업문화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기업문화에 있어서도 고려해봐야 할 점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결정해야 할 사항은 '경쟁문화'를 가져갈지 아니면 '협업문화'를 가져갈지 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 중 하나는 철저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에 기반한 경쟁문화로 유명한 그룹이었습니다. 


이 회사 경영진은 회사생활 참 편하게 하더군요. 상대방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적인 환경에서 직원들이 죽기 살기로 치고받고 싸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에는 중재자 역할 또는 심판 역할을 자처하는 게 업무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성과물을 즐기면서 약간의 떡고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요. 가끔씩은 직원들간 경쟁을 조장하고 싸움을 붙이는 프로모터 역할도 했습니다.


물론 경영진 역시 그러한 자리에 올라오기까지는 수많은 경쟁을 치렀겠죠. '데드 오어 얼라이브' 경쟁을 수년간 치르는 과정에서 버티고 버티다가 살아남은 자들만이 지금의 경영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분들이 심판의 역할만 하면서 이렇게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분들이 정말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만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까요? 제가 지켜본 바로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조직에서의 경쟁도 마찬가지겠지만 회사 내에서의 경쟁도 실력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가 아니라 뒤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은, 어찌 보면 약간은 불공정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빽에 힘입어 승진한 분들 중 상당수가 지금의 경영진이 되었기 때문에 이분들로부터 '공정한 심판'의 역할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사내 정치에 힘써야 한다'이겠네요.


저는 '경쟁 문화'보다는 '협업 문화'에 기반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불공정한 경쟁 또는 반칙에 기반한 경쟁 문화를 만드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차지만 아무리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콩알만한 스타트업 내에서 경쟁은 무슨 경쟁입니까? 똘똘 뭉쳐서 협업해야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기준으로는 대부분 콩알에 불과합니다. 그냥 조금 큰 콩알.


앞서 말씀드린 그룹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 '직원들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회사'에 서술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그룹은 한 동안 잘 나가다가 최근 된서리를 된통 맞았습니다. 직원들간 지나치게 경쟁만 하다 보니 사내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이죠.


경영진분들, 회사 생활 너무 편하게 하시는 것 아니세요? 


세계적인 파이트 프로모터 Don King (가운데). 맨 오른쪽 분은 왠지 낯이 익은... (1980년 사진)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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