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생존전략 (1) ...오히려 좋을 때도 많다
갓 진급한 1년차 팀장입니다. 팀장으로서 팀을 리드하려면 카리스마가 필수 덕목인데 저는 카리스마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카리스마가 부족해도 좋은 팀장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은 건 맞지만, 카리스마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닙니다. 즉, 카리스마가 있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카리스마가 없다고 다 실패하는 것도 아닙니다.
카리스마가 있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카리스마가 없다고 다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요? 카리스마가 있으면 있는 대로 그 장점을 잘 활용하면 되고, 카리스마가 없으면 없는 대로 그 부족함을 장점으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카리스마가 있으면 있는 대로 그 장점을 활용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그 부족함을 장점으로 활용해라.
'그래도 카리스마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아주 약간은' 더 좋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조금은 극단적인 비유지만, 여러분께서는 '잘 생긴 배우가 못 생긴 배우보다는 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네~"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죠. 영화를 잘 생긴 배우만으로는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못생긴 배우도 반드시 필요하죠. 그리고 영화에 따라서는 잘생긴 배우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성이 강한 영화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비율이 좋은 배우보다는 '레알'하게 생긴 배우가 더 선호될 수 있죠. 요즘은 못생겼지만 개성이 강한 배우가 주연을 꿰차는 경우도 있고요.
팀장 역할도 비슷합니다. 영업 일선에서는 부하직원들을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 불평분자들을 눌러버릴 수 있는 범접할 수 없는 위세, 반대자들도 승복시키는 청산유수의 설득력이 팀장으로서의 주요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텝 부서에서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부드러운 리더십과 유연한 사고방식이 요구되는 스텝 부서에서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죠. 또한 '모난 돌이 정 맞을 수 있는 회사'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칠 경우 견제와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의 장점과, 카리스마가 없어서 오히려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덜 준다' 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한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팀장 앞에서는 쫄아서 제대로 말도 못 하는 팀원들이, 카리스마가 부족해서 상대적으로 편안한(나쁘게 표현하면 '만만한') 팀장 앞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이건 팀 차원에서 봤을 때 엄청난 장점입니다. 팀 내 소통이, 특히 상하 간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거든요. 이런 팀 별로 없습니다.
반대로 팀원들이 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었더라도, 아니면 팀장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제대로 의사 표현을 못할 경우, 그 팀은 조금씩 곪아가겠죠.
(2) 다른 부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예전에 저희 회사에 B팀장님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분이 직속 상사가 아닌 타 부서 임원들한테 불려 가서 혼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특별히 자기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팀장 대표로 불려 가서 혼나는 일도 있었고, 직속 상사가 실수한 일에 대해서 대신 불려 가서 깨지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아무래도 B팀장 성격이 조금 유하다 보니 만만하게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평가하더군요.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불려 가서 깨지는 것도 어쩌면 엄청난 장점이야. 다른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렇게 생각해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나 다를까 B팀장은 많은 후배들로부터 '정신적 지주'로 불릴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많은 후배들에게 코칭을 해줘 그해 '베스트 코치' 상을 받은 적도 있고요.
이처럼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은 다른 부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난 너랑 있으면 편안해서(즉, 부담이 없어서) 뭐든지 얘기할 수 있어 좋아"라는 말을 짝사랑하는 이성으로부터 들으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겠지만, 같은 얘기를 동성 친구로부터 들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3) 상사나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덜 준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성격이 강하다거나 너무 튀지 않기 때문에 상사는 물론 타 부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덜 주죠. 이것도 엄청난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상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의 장점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팀장이 카리스마가 부족해 오히려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확률이 낮다
카리스마가 강한 팀장은 반대 의견에 직면해도 상대편을 설득하고 본인의 주장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에는 이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팀장이 일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죠. 하지만 만약 팀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때에는 팀장의 카리스마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팀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팀장이 이를 밀어붙인다면 팀은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가겠죠.
반면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의 팀원들은 팀장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어 팀장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2) 팀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한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의 팀원들은 본인의 의견을 더 자유롭게 개진하고 본인의 제안을 결과에 더 많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은 더 많은 책임감과 오너십을 갖고 일할 것이고, 그 결과 더 열심히 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다른 사람들로부터 견제와 공격을 덜 받는다
팀원에서 팀장으로 올라갈수록, 또 팀장에서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즉 피라미드의 상층부일수록 생존과 승진을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경험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러한 경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중상모략은 사람을 정말 힘들고 지치게 하죠. 제 지인 한 분은 임원 자리를 놓고 다투던 경쟁자에 의해 감시와 미행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분은 결국 임원 승진에서 밀렸고 퇴사를 했죠.
하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은 그렇지 않은 팀장에 비해 아무래도 주목을 덜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거부감을 덜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견제와 공격을 적게 받습니다.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큰 공격을 받지 않고 클 수 있습니다. 경쟁자가 카리스마가 좀 약한 것 같아서 만만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갑자기 커져 있는 거예요. '아니, 이 친구가 언제 이렇게 컸지'하는 순간은 이미 늦은 거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은 건 맞지만 카리스마가 없다고 반드시 나쁜 건 아닙니다. 카리스마가 없으면 없는 대로 그 부족함을 장점으로 최대한 활용하십시오.
저도 카리스마가 없습니다. 그런데 20년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의 경우 팀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고, 타 부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상사나 타 부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덜 준다.
2. 따라서 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확률이 낮고, 팀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견제와 공격을 덜 받는다.
3.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은 건 맞지만 이처럼 카리스마가 없다고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그 부족함을 최대한 장점으로 활용해라.
최근 저랑 함께 창업한 공동대표 분도 카리스마가 아주 넘치는 분은 아닙니다. 카리스마보다는 오히려 인간미가 넘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저보다는 훨씬 카리스마틱하지만요.
저희 회사가 신생 스타트업이다 보니 인원 수만 놓고 보면 예전에 제가 팀장으로서 이끌던 팀 수준밖에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공동대표도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전체 미팅 때에는 팀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xx님(저를 가리킵니다)께서 저번 회의 때 ~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헉. 지난 10년 간 대기업에서 팀장과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매우 용감한 발언이었습니다. 공동대표의 말씀을 디스하는 얘기를 전체 회의에서 대놓고 하다니... 그것도 누가 그런 질문을 한 적도 없는데 혼자 스스로 갑자기 나서서 하다니...
며칠 전에는 또 다른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오케이를 받는데 거진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공동대표의 지시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당나라 군대' 또는 '콩가루 집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위계질서가 무너진 조직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지시를 한동안 거부한' 직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제가 생각 못했던 여러 가지 이슈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함께 마련할 수 있었고요.
만약 상사의 지시가 시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상사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예"라고 넘어간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겠지요. 또한 상사의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그냥 넘어간다면... 그냥 시키는 일만 착착 수행하는 로봇이 되겠고요. 스타트업에는 절대 맞지 않는 사람이죠.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장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뭐니 뭐니 해도 팀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팀원들은 오너십이 정말 강합니다. 때로는 누가 대표이고 누가 직원 일지 헷갈릴 정도죠.
오너십이 강한 사람일수록 지시하는 일을 그대로 수행하기보다는 무언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일을 해내어 성취감을 맛보기를 희망하고, 따라서 카리스마가 지나치게 강한 리더보다는 부드러운 리더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아니면 지나친 카리스마는 직원들의 의존도를 높여 오히려 오너십에 해가 될 수도 있고요.
어쨌든 저희 공동대표 둘은 저희 팀원들에 대해서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데 대해서 정말 뜻밖의 행운이다"라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깨가 매우 무겁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저희를 믿고 들어왔는데..."
저희를 믿고 온 게 아니라 저희 사업모델을 믿고 온 것이겠죠. 그 사업모델을 만든 사람들이 또 저희들이니까 어깨가 무겁기는 마찬가지네요.
카리스마가 부족해도 좋은 팀원들을 잘 이끌 수 있습니다. 팀원들이 신나서 일할 수 있도록 해드리세요.
단, 가오는 약간 포기하시고요.
그 정도는 포기하실 수 있죠?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팀장의 생존전략 시리즈
(1) 카리스마가 부족해도 괜찮다... 오히려 좋을 때도 많다